박웅현 작가의 ‘여덟 단어’를 읽고
‘여덟 단어’라는 책을 읽었다. 워낙 읽을 책이 많다보니 두번 읽는 책은 흔치 않다.
저자는 박웅현 카피라이터이다. ‘그녀의 자전거가 내 마음속으로 들어왔다.’, ‘진심이 짓는다’, ‘잘자 내꿈 꿔’, ‘생각이 에너지다’ 등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있는 명카피를 만들어낸 분이시다.
여덟 단어 외에도 ‘인문학으로 광고하다’, ‘책은 도끼다’, ‘다시, 책은 도끼다’ 등의 저서가 있으며 인문학으로 바라보는 삶에 대한 통찰을 주로 다루고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보고, 중간중간 원하는 파트를 골라 다시 읽어보아도 고개를 끄덕끄덕 하게 만드는 좋은 책들이다.
그중 ‘여덟 단어’는 저자가 강의 했던 여덟 개의 키워드를 딸에게 이야기 들려주듯이 구어체로 쓰여있다. 그래서 읽다보면 강연을 듣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문장이 간결해서 읽기 편하다.
또 하나의 재미는 박웅현 작가의 친필 메모를 볼 수 있다는 것. 메모를 어떤 식으로 하시는지 살펴보니 주요 키워드 위주로 기록하시고, 그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었다.
여덟 단어 중 지금의 나에게 가장 와닿는 키워드는 ‘견’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기억해두고 싶은 문장을 필사하는데, ‘견’ 파트의 마지막 부분은 한 페이지의 대부분의 문장들을 따라쓸만큼.
저자는 시를 쓰든, 광고를 만들든, 제대로 볼 수 있어야 창의력을 발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창의력은 앉혀놓고 가르친다고 해서 키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일상 속에서 애정을 가지고 주변을 깊이 들여다 볼때 비로소 우리 눈에 보이는 것들이 있다.
아무것도 아닌 것에서 아무것을 찾아내는 사람들이 더 풍요롭게 인생을 살 수 있기에 우리는 책을 읽고, 순간에 의미를 부여하고, 깊이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인상 깊었던 부분은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너무 많은 것을 보려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책에서 언급된 피천득 선생님의 말씀처럼 ‘참된 지혜는 모든 것들을 다 해보는 데서 오는 게 아니라 개별적인 것들의 본질을 이해하려고 끝까지 탐구하면서 생겨나는 것이다’라는 문장이 이를 설명해준다.
‘천천히 먹고, 천천히 걷고, 천천히 말하는 삶.’
그리하여 본 것들을 꼭꼭 씹어 소화해내는 것이 지금 우리에게 더욱 필요하다는 것이다.
쫓기지 않고 나의 삶을 내 속도대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태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렸을 적 어머니와 함께 동네에 있는 뒷산에 가면 “어머, 저것 좀 봐.”라며 어떤 꽃인지 알려주시고, 주변 풍경에 감탄하시곤 하셨다. 그리고 그 느낌을 같은 취미를 가진 커뮤니티 사람들에게 글로 공유하는 모습을 보며 자라왔다.
그 영향으로 나 역시 자연을 좋아하며, 주변 풍경을 보면서 느낀 점을 글로 표현하여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성장했다.
흐르는 계절 속 변화하는 주변 풍경에 다른 사람보다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글을 쓰다보니 어머니께서 심어주신 후천적 DNA에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책을 보며 인상 깊었던 문장은 다음과 같다.
1.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무것인 게 인생이더라.’ 여러분들보다 몇 년을 더 상 저의 덕담이라고 생각하세요.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아무것이고, 아무것이라고 생각했던 건 아무것도 아닙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어요. (p123)
2. 수많은 시간을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며 꽃들이 햇살을 어떻게 받는지 꽃들이 어둠을 어떻게 익히는지 외면한 채 한 곳을 바라보며 고작 버스나 기다렸다는 기억에 목이 멜 것이다.
- 조은, [언젠가는] 중에서 (p119)
마지막으로 앞으로 ‘견’이라는 단어를 실천하기 위해 무엇을 노력하면 좋을까?
첫번째는 시 읽기. 시인은 우리가 그냥 지나치는 것들을 발견하는 사람들이다. 하루에 한편의 시를 읽으며 따라 적어보자.
두번째는 메모하기. 일상 속에서 스치는 아이디어를 메모하기. 필요할 때 언제든 찾아 꺼내쓸 수 있도록 어디에 기록하고, 어떻게 관리하는가도 꽤 중요하다. 에버노트에 관심을 가져보면 어떨지...?
마지막으로 계속해서 글쓰기. 일상의 짧은 글들은 인스타그램에 공유하기. 글쓰기는 내 안의 것들을 끌어내는 과정이고, 글을 쓰기 위해 주변에 좀더 세심하기 귀 기울이고 관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관찰일기를 써보는 것도 괜찮겠다. 내가 쓰는 글이 그림을 보듯이 생생하게 머릿속에 떠올릴 수 있도록 묘사해보고, 일상 속 사람들의 대화에도 조금 더 귀 기울여보자.
박웅현 작가님의 ‘여덟 단어’는 앞으로도 종종 꺼내 읽을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늘 가까이두고 싶은 책을 오랜만에 다시 만나서 반가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