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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에게도 뜰 날이 온다.

이외수 [글쓰기의 공중부양]을 읽으며...

by 이수댁

- 책 요약 & 느낌

2009년 핫초코 미떼 광고 스키장 편에서 등장한 락밴드 '부활'의 김태원님 뒷모습을 기억하는지? 긴 생머리 아가씨가 "혼자 왔니?"라고 물은 줄 알았더니, 아저씨임을 깨닫고 망연자실한 표정을 한 청년의 얼굴을 보면서 재밌어하던 기억이 난다. 부활의 김태원님 못지 않은 긴 생머리를 자랑하는 작가는 이외수 선생님이다. '글쓰기의 공중부양' 책표지에 노트북 앞에서 재밌다는 듯이 웃고 계시는 이외수 작가님의 모습에 미떼 광고가 오버랩 되기도 했었다. 안경을 끼고 수염을 기른 모습이 괴짜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게 남과 다름을 추구하는 작가만의 관점이 우리의 얼어붙어 있는 감성을 깨워주는 것 같다.


이외수 선생님은 1946년 경남 함양군 출생이다. 춘천교대를 자퇴하고 홀로 문학의 길을 걸어왔다. 이외수 작가님이 교대를 졸업하고 선생님이 되었다면 어땠을까? 기다려지는 수업이 되었을 것 같다. 남들과 다른 방식의 교수법으로 학생들을 일깨워주고, 글쓰기 지도를 해주셨을 것이다. 1975년 <<세대>>에 중편소설 [훈장]으로 데뷔한 이후 시, 소설, 에세이, 우화 등 많은 작품을 쓰셨다. 그 중 내가 읽은 책은 2008년에 출판된 생존법 [하악하악]이다. 책 내용 중 아직도 뇌리에 깊게 박혀있는 단어가 있다. 바로 '존버정신'이다. 존버정신은 존나게 버티는 정신이다. 책의 한 구절을 옮겨 적어본다. '살아남는 비결따위는 없어. 하악하악. 초지일관 한 가지 일에만 전심전력을 기울이면서 조낸 버티는 거야. 하악하악. 그러니까 버틴다는 말은 초월한다는 말과 이음동이어야.' 어떤가? '140자로 시대를 쓰다'의 전우용 작가님 못지 않게 짧지만 임팩트 있는 글을 잘 쓰신다. 그야말로 촌철살인!


촌철살인의 글을 쓰는 지인을 떠올려보기도 했다. 바로 유현덕 한국캘리그라피협회장님이시다. 캘리그라피 수업 때 즉석에서 붓으로 써내려간 글귀를 보면 '아!'하고 감탄한 적이 많았다. 주절주절 길게 늘어뜨리지 않고, 짧은 문장으로 훅!하고 다가오는 글쓰기를 하셨다. 선생님께 그 비결을 여쭤보니 평소 시를 많이 읽는다고 한다. 역시 다독의 힘이다. 캘리그라피를 배우면서 글씨에 솔직한 마음을 담는 것도 어려웠지만, 마음을 표현하는 문구를 떠올리는 것이 더 어려웠다. 그래서 노래가사말을 쓰곤 했었다. 캘리그라퍼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글씨를 잘 쓰는 것보다, 무엇을 써야 하는지 생각하는 것을 더 어려워한다는 말씀이 와닿았다. 그 때의 경험을 떠올리니 이외수 선생님께서 공유해주시는 글쓰기 비법이 궁금해졌다.


책의 서문에도 나와있지만 이 책은 단순히 읽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단어의 장, 문장의 장, 창작의 장, 명상의 장까지 총 4부로 나뉘어져 설명하시는 비법을 나만의 것으로 소화해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1부 단어의 장 단어채집과 속성찾기 내용은 꿈꾸는 만년필 팟캐스트에서도 들었었다. 당시에 오감노트를 만들었는데 시각, 청각, 촉각, 미각, 후각 중 후각을 대표하는 단어들을 12개 밖에 찾지 못했다. 천천히 채워봐야 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기회에 50개를 완성해봐야 겠다.


책에서 소개된 글쓰기 비법에 대한 나만의 노트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시간이 걸리겠지만 책을 충분히 숙지할 수 있어 책의 값어치가 더욱 높아질 것이다. 또한 글쓰기를 할때 큰 자산이 되어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그대가 만약 이 책을 충분히 숙지하고, 노력하거나 미치거나 즐길 수만 있다면, 그대에게도 '떴어요'라고 표현될 수 있는 공중부양의 날이 오고야 말 것이다."라는 이외수 작가님의 말씀처럼 말이다.


언젠가 나에게도 글쓰기의 공중부양의 순간이 오기를 바라지만 말고, 조금씩 노력해봐야겠다.


- 마음에 드는 구절
p12. 글의 기본재료는 단어다. 어떤 분야에서든지 성공하고 싶다면 기본을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
p15. 그놈은 흉기로 자주 자해를 하는 습관이 있다. -> 그놈음 뻑하면 회칼로 자기 배를 그어대는 습관이 있다.
p43. 어떤 사물이라고 하더라도 다 일장일단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어떤 사물의 단점을 부각시키려면 그것이 지닌 장점부터 파악해놓아야 한다. 그런 장점을 가지고 있는데도 결정적인 단점이 있음을 지적해야만 반론의 여지가 없다. 단점이나 장점을 잡다하게 열거하는 것보다는 특성을 제시해서 한마디로 촌철살인하는 능력을 기르자.
p53. 글은 쓰는 자의 인격을 그대로 반영한다. 사물의 속성을 파악하는 일은 사물과의 소통을 시도하는 일이며 사물과의 소통을 시도하는 일은 사물과의 사랑을 시도하는 일이다. 얼마나 거룩한 일인가. 나뿐인 놈들에게는 절대로 기대할 수 없는 일이다.
p56. 인간은 어떤 경우에도 아름답지 않은 것에게 사랑을 느끼는 법이 없다.

p68. 우리는 대개 육안과 뇌안의 범주에서 사물의 가치를 판단하는 관습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심안과 영안의 범주에서 사물의 가치를 판단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그대가 만약 심안과 영안으로 사물을 바라볼 수만 있다면 천하만물들이 모두 보석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p84. 적절한 단어를 고를 때는 초감각이 필요하다. 초감각은 머리를 써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머리를 맹신하는 습관을 버려라. 머리는 감동을 느끼지도 못하고 사랑을 느끼지도 못한다. 단언에 대한 초감각을 터득하고 싶다면 단어를 깊이 음미하는 습관부터 길러야한다.

p86. 비는 서랍 속의 해묵은 일기장을 적신다. 지나간 시간들을 적신다. 지나간 시간들은 아무리 간절한 그리움으로 되돌아보아도 소급되지 않는다. 시간의 맹점이다. 일체의 교신이 두절되고 재회는 무산된다. 나는 일기장을 태운다. 그러나 일기장을 태워도 그리움까지 소각되지는 않는다.


- 책을 읽고 실천해 볼 3가지

1. 2부 문장의 장에 대한 노트 만들기 (7월 첫째주)

2. 3부 창작의 장에 대한 노트 만들기 (7월 둘째주)

3. 4부 명상의 장에 대한 노트 만들기 (7월 셋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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