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작가의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
살다 보면 문득 떠오르는 질문... 하지만 누가 내 인생에 답을 찾아줄 수 있을까? 또한, 누가 다른 사람의 인생에 정답을 제시할 수 있을까?
정치인에서 자유인으로 돌아와 작가로서 그가 쓴 첫 번째 책은 묵직한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다시 한번 이 책을 들게 된 시점은 가을이고, 추석과 생일이 끼어있는 한 주였고, 1년 동안 글쓰기를 함께하는 ‘꿈꾸는 만년필’ 과정의 반이 지나가는 시점이었다. 책을 읽으며 지난 날을 되돌아보고, 사색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시점이었다.
두 번째 읽어보는데 내용이 새롭게 다가왔다. 음악도 책도 어느 시점에 읽느냐에 따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달라진다. 아직 3장을 읽고 있는 중이지만 중간 시점에서 감상을 적어본다.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을 뒤집어보면 ‘어떻게 죽을 것인가’라는 질문이 나온다. 아직(그래도 올해까지는) 창창한 이십대라 죽음을 내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부모님께서 곁에 건강하게 계시기 때문에 지금 상태가 마치 영원히 이어질 것 같다.
하지만 시간이 계속 흐르고 있다. 지금까지 건강하게 자랐던 나는 이십대 초반만 해도 아플 때 당황하고, 서러움의 눈물을 뚝뚝 흘리곤 했다. 아픔이 낯설고 아픈 상태는 진짜 내가 아닌 것 같았다. 이제는 아픔이 내 일부라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지난주 금요일에 조금 당기던 발등이 갑자기 퉁퉁 붓고, 빨갛게 달아올랐다. 화장을 하려고 거울을 보니 눈 속에 뭐가 나 있었다. 생일날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지만,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고 주말 동안 푹 쉬라는 진단을 받았다. 원인도 모른 채 여전히 발은 부어있어 등산 가려던 약속을 취소했다. 눈 속에 생긴 염증은 안과에서 치료를 받고 제거했다. 이런 상황 속에 내가 생각보다 담담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 새삼 놀라웠다. 그저 몸을 잘 보살펴서 잘 회복하고, 다시 건강한 나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다.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다 낫는 기적은 더 이상 없다. 내 몸의 약한 부분을 보살피고, 달래며 지내는 것이 최선이다.
나도 나이가 든다. 젊고 생생한 모습이 영원하지 않을 것이다. 그럴수록 부지런히 가꾸고, 체력을 단련하며 건강하게 나이 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규칙적인 소리로 1분 동안 몇 번 박자가 반복되는지 알려주는 메트로놈에 빗대어보면 20대에서 빠르게 똑딱거리던 소리를 80대까지 넓혀 박자를 맞춰보았다. 80대까지 산다고 생각해보았지만 사실 언제 죽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법… 그렇다면 지금처럼 사는 것이 최선일까? 나는 잘 살고 있는 걸까? 죽음을 앞둔 순간 정말 후회가 없을까?
‘점심은 뭘 먹을까?’, ‘주말엔 무엇을 할까?’와 같은 사소한 고민부터 ‘어떤 직업을 선택할까?’, ‘누구와 반평생을 함께 할까?’라는 중요한 고민까지 스스로 결정하고 실행해간다는 건 참 설레는 일인 것 같다. 누군가는 이게 중요하고, 누군가는 저게 중요하다고 이야기 하겠지만 결국에는 내가 어떤 선택을 하는지가 중요하다. 또한, 그 선택이 100% ‘옳아서’가 아니라 내가 어떤 의미를 두고 선택하는지가 중요하다.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내가 삶에서 느끼는 기쁨과 의미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선택이 비록 잘못될 수도 있지만 스스로 만든 기준이 있다면 너무 멀리 돌아가지 않을 것이란 믿음도 있다. 인간의 존엄성은 자유의지, 즉 ‘자기 삶의 주인임을 인식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스스로 설계하고 옳다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밀고 나가는 정신의 태도와 능력’에서 나온다는 작가의 말이 가슴 깊이 와 닿았다.
작가는 삶의 위대한 세 영역은 사랑, 일, 놀이라고 정의했다.
- ‘나는 어떤 일을 하고 있는가? 그 일은 내 삶에 충분한 의미를 부여하는가?’
- ‘나는 어떤 놀이에서 즐거움을 얻고 살았으며 어떤 놀이를 더 하고 싶은가?’
- ‘누군가를 깊이 사랑하며 뜨겁게 사랑 받고 있는가? 지금 사랑하고 사랑 받는 방식이 만족스러운가?’
덧붙여 연대에 대해 자문한다.
- ‘누구와 함께 어디엔가 속해 있으면서 서로 공감하고 손잡으려는 의지를 충분히 표현하면서 살고 있는가?’
스스로의 삶을 네 가지 영역에서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을 담은 책이다. 독자 역시 힐링 열풍에 기대지 말고, 치열하게 고민해보기를 권한다. 스스로 고민하지 않으면 타인의 위로가 별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냉정하지만 작가의 말에 공감한다. 대학생인 동생에게도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남은 3, 4장을 마저 읽으며 이번 주말을 보내야겠다. 비록 밖에 나가 마음껏 가을 날씨를 즐기지 못하는 것은 안타깝지만, 요즘 날씨는 뭘 해도 좋은 날씨다. 낮잠을 자기에도 너무 좋은 날씨인걸… 선선한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를 보며 책 읽는 주말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