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로펌
(1)편에서 전제한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로펌의 A변호사는 공정거래 전문이다. 그런데 A변호사와 아주 친한 김 사장이 자기네 회사의 건설공사대금 소송을 A변호사에게 의뢰했다. A변호사는 건설공사대금 사건을 해 본 적이 없다. A변호사는 그 로펌의 건설파트 수석인 B변호사에게 이 사건을 맡긴다. 잘 부탁한다고, 특히 신경써달라고 말한다.”
그런데 로펌마다 서로 미묘한 특징이 있다.
어떤 로펌은 팀간의 역할분담이 아주 엄격하다. 따라서 공정거래파트는 오로지 공정거래사건만 담당해야 하고, 건설쪽 사건은 무조건 건설파트로 넘겨서 진행해야 한다. 그래야 로펌이 여러 전문분야를 구분해 놓은 의미가 있다.
그런데 어떤 로펌은 이런 팀 간의 역할분담에 대해 다소 애매한 정책을 취하고 있다. 즉, 팀 별로 사건을 맡기 보다는 실제 그 사건을 수임한 변호사 위주로 사건을 수행하는 방식을 택하는 것이다. 위의 경우 A변호사가, 본인은 공정거래 전문이긴 하지만, 이 사건을 건설파트에 넘기지 않고 공정거래 파트에서 진행하는 것이다. A변호사는 자기 파트에 있는 주니어 변호사 E, F에게 ‘우리 부서가 비록 공정거래파트지만, 이 의뢰인은 나에게 중요한 사람이니 건설공사이긴 하지만 우리가 직접 수행하자.’라고 말한다.
E, F로서는 본인들은 공정거래 일을 배우러 공정거래 파트에 와 있는데, 상급 변호사가 이런 부탁을 하면 거절하기 어렵다. 이 경우 E, F는 자기 동기 중에 건설파트에 있는 변호사들에게 이것 저것 물어보면서 사건을 수행한다. 어차피 변호사니 소송에 대한 기본적인 사항은 알고 있을테니.
이렇게 되면 A변호사는 수임에 대한 기여와 수행에 대한 기여를 다 가져갈 수 있다. 하지만 로펌 매니지먼트 입장에서는 이런 식의 일처리가 가장 문제다. 로펌을 운영하는 이유는, 각 파트별로 전문성을 갖고 있기에 그 전문성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데, 이런 식으로 A변호사가 자기 전문분야도 아닌 사건을 자기 파트에서 처리해 버리는 것은 로펌 전체로 보아서는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로펌의 매니지먼트 부서가 개별 변호사들에게 강하게 압박하기 힘든 구조의 로펌에서는 이런 일을 막아내지 못한다. (바로 이런 점에서, 로펌의 규모 못지않게 그 로펌의 업무처리방법이 얼마나 잘 관리되는가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우리는 다양한 부서가 있는 큰 로펌에서는, 어떤 사건에 대해 관련있는 각 전문분야의 변호사들이 전부 동원되어 사건을 처리하리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하지만 로펌의 운영실태에 따라 어떤 로펌은 그러한 협조체제가 잘 이루어지는 반면 어떤 로펌은 파트 이기주의 때문에 그러한 협조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
로펌 매니지먼트 파트는 이러한 부분의 이해관계를 잘 조정하고, 변호사들이 서로 협업을 잘 할 수 있도록 배당 구조를 개선하려 하고 이익배분을 공정하게 잘 할 수 있도록 매년 정책 결정을 고민하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