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로펌
아직은 뭐니뭐니 해도 변호사라고 하면 일반인들은 높은 신뢰를 보여준다. 때문에 변호사들을 이용(?)하려는 사람들도 있다.
요즘 많은 수의 변호사들이 개업을 하다보니 사무실 운영이 어려워진 것은 공지의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변호사들은 예전과 같은 전통적인 소송업무 이외에 여러 형태의 비즈니스에 직 · 간접적으로 관여하는 일이 많다. 그런데 그 와중에서 큰 낭패를 당하는 변호사들이 발생한다.
후배인 K 변호사는 오랜 수험생활을 거친 끝에 3년 전에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올 3월 달에 서초동에서 변호사 개업을 했다. 아무래도 첫 해라서 사무실 운용에 고전을 하고 있던 차에 부동산 개발업을 한다는 사람들이 방문을 했다. 자신들은 현재 천안쪽에서 주상복합 건물을 신축하려 하는데, 사업전반에 대한 변호사 자문을 받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변호사 비용은 일반적인 착수금, 사례금의 개념이 아니라 부동산 매입이 정상적으로 이뤄지면 매매대금(300억 원)의 5%를 지급하겠다고 약속하였다. K는 이게 웬떡이냐 싶었고, 그때부터 그들의 사업에 깊숙이 관여하게 되었다. 그들은 K에게 자신들 회사의 이사로 취임해 줄 것을 요청했고, 지분도 10%나 부여했다.
그들은 위 부동산 개발에 필요한 투자자를 물색한다면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다녔는데, K는 그들이 부르면 밤이든 낮이든 그 장소에 나가서 사람들과 인사하고 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런데 그들은 이 사업에 변호사가 출자하고 있으며, 그 변호사가 시행사의 이사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대외적인 신인도를 강조했다. 나아가 K에게도 계속적인 환상을 심어주어 K는 소송업무는 뒷전이고 투자자들을 설득하는 자리에 계속 나갔으며, 만남이 계속되다보니 K는 자신도 모르게 사업의 주체로서 사업의 성공가능성을 피력해갔던 것이다.
결국 이러한 K의 노력으로 20억 원 정도의 자금을 투자유치할 수 있었고, 추가적인 자금지원도 여러 업체에서 약속을 받아 놓았는데, 바로 그 즈음 그 일당(?)들은 투자된 돈을 갖고 잠적해버렸다. 난리가 난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투자자들은 매일 같이 K변호사 사무실에 찾아와서 돈을 내놓으라고 항의를 했다. 그들의 주장은 이러했다. 자신들은 변호사가 이 사업을 한다고 해서, 그리고 변호사가 이 사업의 성공가능성을 얘기하고 자금관리도 한다고 해서 신뢰하였던 것이다. 변호사는 공인(公人)아니냐? 그런데 그 변호사가 이렇게 깜쪽같이 사기를 치니 당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투자자들은 K를 사기죄로 고소하겠다는 둥, 변호사협회에 진정서를 제출하겠다는 등의 협박을 계속하는 통에 K는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3억 원을 우선 정리해 주고,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도 계속적으로 일정 금액씩 변제해 주기로 합의서를 작성해 주었다고 한다.
힘든 소송사건을 처리하더라도 몇 백만 원의 수임료를 받는데, 몇 십억 원을 준다고 하니 K로서는 정상적인 판단이 흐려졌던 것이다. 그리고 그 일당들도 K가 깜쪽같이 속아넘어갈 정도로 고단수였던 것이 분명하다.
나도 친구의 소개로 어느 사업가를 소개받았는데, 한참 뒤에 다른 사람으로부터 그 사업가가 내 명함을 제시하면서, 내가 자기 회사의 고문변호사고 자기가 추진하는 일을 뒤에서 모두 봐주고 있다는 식으로 선전하더라고 했다. 나는 문제가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그 사업가에게 전화를 해서 주의를 주었다.
열심히 공부만 하다가 변호사가 되어 험한 세상에 나와서 수업료를 톡톡히 치르는 변호사들이 생각보다 많은 것이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