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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우성 변호사 Mar 10. 2024

(14) 죽음을 묵상하는 예술

[색채 너머로(Beyond the Colors)] (14) 죽음을 묵상하는 예술, 삶의 의미를 묻는 메멘토 모리와 바니타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와 바니타스(Vanitas), 이 두 가지 개념은 예술 속에서 삶과 죽음의 본질을 탐구하는 핵심 키워드다. 메멘토 모리가 "죽음을 기억하라"는 의미라면, 바니타스는 "덧없음" 또는 "공허함"을 뜻한다. 이 두 가지 주제는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삶의 무상함과 죽음의 필연성을 일깨운다.


바니타스는 특히 17세기 네덜란드 정물화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화려한 꽃, 값비싼 물건, 책 등이 등장하지만, 그 중심에는 어김없이 해골이 자리한다. 이는 우리가 아무리 부귀영화를 누려도 결국 죽음 앞에서는 무의미해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영국 시인 셸리는 "오직 우리의 상상력만이 죽음보다 오래 갈 수 있다"고 했다. 예술은 그 상상력의 산물인 셈이다.


대표적인 바니타스 작품으로는 피테르 클라에스의 '바니타스 정물'을 들 수 있다. 책, 악기, 갑옷, 왕관 등 세속적 권력과 부를 상징하는 물건들이 화려하게 펼쳐져 있다. 하지만 그 옆에는 해골과 꺼져가는 촛불이 놓여있다. 마치 "이 모든 것이 결국 허망한 것"이라고 속삭이는 듯하다. 


또 다른 예로, 안토니오 데 페레다의 '자화상'은 메멘토 모리와 바니타스의 정신을 동시에 담고 있다. 화가는 해골을 들고 자신을 응시하고 있다. 마치 자신의 죽음을 직시하는 듯하다. 철학자 하이데거는 "죽음은 우리 존재의 가장 본래적인 가능성"이라고 말했다. 페레다의 자화상은 이 가능성을 예술로 구현한 것이다.


메멘토 모리와 바니타스는 우리에게 삶의 의미를 묻는다. 부, 명예, 권력은 과연 영원할 수 있을까? 죽음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남길 수 있을까? 이 질문들은 우리를 철학적 사유로 이끈다. 스토아학파의 세네카는 "매일 죽음을 묵상하라. 그러면 진정으로 살 수 있을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예술은 이러한 묵상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해골, 모래시계, 촛불, 거품 등의 상징을 통해 우리는 삶의 덧없음을 마주한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허무주의로 이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순간순간을 소중히 여기고, 의미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깨달음을 준다. 시인 호라티우스의 말처럼, "현명한 자는 내일을 기다리지 않는다." 바로 지금, 이 순간을 충실히 살아가는 것. 그것이 메멘토 모리와 바니타스가 전하는 삶의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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