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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우성 변호사 Mar 10. 2024

(21) 큐비즘: 세상을 조각내고 재조립하는 예술혁명

[색채 너머로(Beyond the Colors)] (21) 큐비즘: 세상을 조각내고 재조립하는 예술혁명


큐비즘은 회화의 언어를 뿌리째 흔든 거대한 혁명이었다. 피카소와 브라크는 전통이라는 틀에서 과감히 벗어나, 형태를 해체하고 색을 단순화시켰다. 마치 루빅스 큐브를 분해해 새로운 모양을 만들어내듯, 그들은 대상을 여러 조각으로 나누고 다시 조립했다. 한 화면에 다양한 시점이 공존하는 그들의 그림은 보는 이를 혼란스럽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새로운 시각의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쉽게 설명하자면 큐비즘 화가들은 마치 사물을 여러 면으로 잘라내 각각의 조각을 따로 그린 뒤, 이를 한 화면에 다시 붙여 맞추는 것 같았다. 마치 종이접기를 펼쳐놓은 것처럼 말이다. 이런 방식은 사물을 있는 그대로 그리는 대신, 사물의 본질적 구조를 탐구하는 것이었다.


미학자 수잔 손탁(Susan Sontag)은 "예술은 감각을 변화시키고 의식을 확장한다"고 말했다. 큐비즘은 바로 이런 예술의 본질을 실천한 혁명이었다. 그것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것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 사물의 내적 질서와 구조를 시각화하는 것이었다. 이는 예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고, 추상미술이라는 새로운 장을 열었다.


큐비즘 이후 미술은 거침없이 추상의 길을 걸었다. 칸딘스키는 "예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적 필연성"이라고 말했는데, 큐비즘은 이 내적 필연성을 형태와 색채로 표현하는 법을 보여주었다. 클레와 몬드리안 같은 화가들은 선과 면, 색의 조합만으로도 깊은 정신세계를 표현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는 회화가 단순히 대상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화가의 내면을 투영하는 장이 될 수 있음을 의미했다.


물론 큐비즘의 파격은 논란을 낳기도 했다. 하지만 철학자 테오도어 아도르노(Theodor Adorno)가 말했듯 "예술은 사회를 부정함으로써만 사회에 봉사할 수 있다." 큐비즘은 기존의 미술 개념을 부정함으로써 오히려 예술의 지평을 넓혔다. 그것은 단순히 형태를 해체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인식 자체를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것이었다.


오늘날 큐비즘의 유산은 여전히 살아 숨 쉰다. 현대 미술의 다양한 실험들은 모두 큐비즘이라는 거대한 혁명의 뿌리에서 자라난 것이다. 큐비즘은 우리에게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눈을 선물했다. 그것은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현실에 의문을 제기하고, 사물의 이면을 들여다볼 용기를 준다. 예술을 통해 세상을 조각내고 재조립하는 큐비즘의 모험은, 우리 인식의 경계를 넓히고 예술의 무한한 가능성을 일깨우는 혁명이다. 그 혁명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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