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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우성 변호사 Jan 04. 2025

사람의 아들, 진리를 찾아 헤매는 영혼의 기록


[개념탑재] 사람의 아들, 진리를 찾아 헤매는 영혼의 기록


겨울 어느 날, D시의 낡은 폐가에 한 시신이 놓여있었다. 그것이 민요섭이라는 사내의 몸이었다. 남경호 형사는 그 죽음의 실마리를 좇아 들어갔다. 형사의 수첩에는 단서라는 것이 보잘것없었다. 다만 민요섭이라는 사내가 남긴 일기장이 있었다. 


그 일기에는 2천년 전 예수의 동시대인 아하스 페르츠라는 사내의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 예수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눈이었다. 성서에 기록되지 않은 시선이었다. 신학도였던 민요섭은 그렇게 자신만의 진리를 찾아 나섰다.


"진리는 늘 우리 곁에 있으되 우리는 그것을 보지 못한다." 민요섭의 일기에 쓰인 이 말은, 그의 영혼이 걸어간 길을 보여주는 이정표였다. 기성 교회의 교리에 의문을 품은 그는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섰다. 몇몇 이들이 그의 뒤를 따랐다. 그중에는 조동팔이라는 사내도 있었다. 후에 그는 김동욱이라는 이름으로 살았다.


남경호는 수사를 진행하며 한 장의 종이를 펼쳐 놓은 듯한 이 사건이, 사실은 두툼한 책장을 넘기는 일이란 것을 알았다. 살인사건이라는 겉껍질 안에는 한 인간의 치열한 구도의 여정이 담겨 있었다. 형사는 피해자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자신도 모르게 그 구도의 길에 발을 들였다.


민요섭은 마지막에 다시 기독교로 돌아왔다. 그의 회귀는 질문의 끝이었을까, 아니면 새로운 시작이었을까. 그의 죽음은 미스터리로 남았다. 살해당한 것인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인지, 또 다른 어떤 이유가 있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이 이야기는 추리소설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그 속에는 종교적 질문이 가득하다. 한 인간이 진리를 찾아 헤매는 여정이 그려져 있다. 시간은 현대와 예수 시대를 오가고, 의심은 믿음과 싸우며, 진실은 끝내 온전히 드러나지 않는다.


수사는 종결되었다. 하지만 질문은 여전히 남아있다. 인간은 무엇을 믿는가. 진리란 과연 무엇인가. 구원은 어디에 있는가. 이 물음들은 민요섭이라는 한 사내의 죽음을 넘어, 우리 모두의 것이 되어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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