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계 암도진창 : 정면의 이면에 숨겨진 승리의 길

by 조우성 변호사

[병법 36계] 제8계 암도진창(暗渡陳倉) : 정면의 이면에 숨겨진 승리의 길


병법의 세계에서 정공법은 우직하나, 때로는 가장 큰 위험을 동반한다. 상대가 예측하는 길로만 향하는 군대는 스스로를 함정으로 몰아넣는 것과 같다. 여기, 상대를 완벽히 기만하고 전세를 뒤집는 비범한 지혜가 있다. 바로 제8계 암도진창(暗渡陳倉)이다. ‘어둠 속으로 진창을 건넌다’는 이 계책은, 한신이 항우의 군대를 격파할 때 사용한 전술에서 유래했다. 그는 대군에게 잔도(棧道)를 수리하라는 공개적인 명령을 내려 적의 시선을 붙잡아두고, 정작 자신은 아무도 예상치 못한 진창이라는 땅으로 몰래 군사를 이동시켜 적의 심장부를 꿰뚫었다. 이는 단순히 속임수를 넘어, 상대의 인식을 지배하고 승리의 공간을 창조하는 고도의 심리 전략이다.


# 드러난 길과 숨겨진 길


암도진창의 본질은 ‘양동(陽動)’과 ‘기습(奇襲)’의 결합이다. 세상의 모든 눈이 향하는 ‘드러난 길’은 사실상 미끼이다. 모두가 그 길의 향방에 집중할 때, 승부를 결정짓는 ‘숨겨진 길’에서의 움직임이 시작된다. 이 전략의 성공은 얼마나 대담하고 집요하게 상대를 속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20세기 최대의 군사작전인 노르망디 상륙작전은 암도진창의 완벽한 현대적 구현이다. 연합군은 ‘포티튜드 작전’이라는 거대한 기만술을 펼쳤다. 가짜 전차와 비행기, 허위 무선 통신으로 독일군이 칼레 지역을 상륙 지점으로 확신하게 만들었다. 히틀러가 칼레의 방어선에 모든 신경을 곤두세우는 동안, 연합군의 주력 부대는 노르망디의 고요한 해안을 밟았다. 드러난 칼레가 아닌, 숨겨진 노르망디가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것이다.


# 21세기, 당신의 진창은 어디인가


이 지혜는 치열한 비즈니스 전장에서도 유효하다. 경쟁사의 시선이 온통 주력 제품의 마케팅에 쏠려 있을 때, 기업은 조용히 차세대 기술이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 아마존이 초기에 온라인 서점으로 세상에 알려졌을 때, 누구도 그들이 클라우드 컴퓨팅(AWS)이라는 거대한 ‘진창’을 건너고 있으리라 상상하지 못했다. 세상이 책의 판매량에 주목하는 동안, 아마존은 미래 산업의 판도를 바꾸는 결정적 한 수를 두고 있었던 것이다.


개인의 삶 역시 마찬가지이다. 조직 내에서 주어진 업무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잔도를 수리하는’ 행위이다. 그러나 진정한 성장은 그 이면에서 시작된다. 모두가 잠든 시간, 자신만의 ‘진창’을 건너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것은 새로운 기술의 습득일 수도,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프로젝트의 구상일 수도 있다. 세상의 평가라는 ‘드러난 길’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만의 ‘숨겨진 길’을 개척하는 자가 결국 판을 지배한다.


# 지혜로운 기만, 그 윤리의 경계


물론 암도진창은 상대를 속이는 행위이기에 윤리적 성찰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 계책의 목적은 비열한 사기나 파괴가 아니다. 정당한 경쟁의 구도 안에서 상대의 허를 찔러 승리를 쟁취하기 위한 전략적 지혜이다. 고객을 속이거나 사회에 해를 끼치는 것이 아니라, 경쟁자의 예측을 뛰어넘는 혁신을 위한 수단이 되어야 한다.


진정한 암도진창은 결국 더 나은 가치와 결과물로 그 정당성을 증명한다. 과정의 은밀함은 최종 목표의 위대함으로 상쇄된다. 당신의 ‘숨겨진 길’이 세상을 이롭게 하는 길이라면, 그 어떤 ‘드러난 길’보다 더 큰 박수를 받게 될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잔도를 고치고 있다. 그러나 역사는 언제나 어둠 속에서 묵묵히 진창을 건넌 자들의 손에 의해 쓰여왔다.


(작성 : 조우성 / 로펌 머스트노우 /law@mustkno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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