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계 무중생유 :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지혜

by 조우성 변호사

[병법 36계] 제7계 무중생유 (無中生有) :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지혜


'무중생유(無中生有)', 참으로 신비로운 말이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무언가를 만들어낸다는, 마치 마술과도 같은 전략이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히 상대를 속이는 기술이 아니다. 인간의 마음을 섬세하게 읽어내고, 그 안에 잠재된 믿음을 이끌어내어 새로운 현실을 창조하는, 고도의 심리전이자 창조의 여정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기회를 발견하고,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만들어 판 전체를 지배하는 '창조자'의 시선으로 이 전략을 바라본다. 마치 태초의 혼돈 속에서 질서가 싹트듯, 진정한 창조는 보이지 않는 가능성의 씨앗을 믿음이라는 물로 길어 올리는 데서 시작된다.


무중생유의 핵심은 바로 "거짓을 진실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에 있다. 처음에는 완전히 허구일지라도, 마치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다층적인 장치를 활용하여 상대의 인식을 지배하는 것이다.


인간의 뇌는 '그럴듯함'과 '진짜'를 헷갈리기 쉬운 존재이다. 어떤 현상에 대해 설득력 있는 명분과 간접적인 증거가 제시되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그것을 사실로 받아들이려는 경향을 보인다. 일단 '사실'이라는 인식이 머릿속에 자리 잡으면, 신기하게도 우리는 스스로 그 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찾기 시작한다. 이른바 '확증 편향'이다. 결국 우리는 허구의 존재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그에 맞춰 행동하게 된다.


그리고 공격자는 바로 이 지점에서 실질적인 이익을 낚아챈다. 인간의 마음은 이처럼 스스로 그려낸 그림자를 실체로 착각하며, 때로는 가장 견고해 보이는 현실조차 믿음의 실타래로 엮인 허상일 수 있음을 깨닫게 한다.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장순의 지혜로운 전술을 볼까? 수적으로 열세였던 그는 짚으로 만든 허수아비 수백 개를 성벽 아래로 내려보냈다. 반란군은 이를 대규모 기습 공격으로 오인하여 무차별적으로 화살을 쏘아댔고, 장순은 그 허수아비에 박힌 수만 개의 화살을 거둬들여 위기를 극복했다. 존재하지 않는 '기습병'(無)을 만들어내어 '화살'(有)이라는 실리를 챙긴, 완벽한 '무중생유'의 사례이다.


현대 비즈니스 세계에서 엘리자베스 홈즈의 테라노스 사례는 '무중생유'의 놀라운 힘과 동시에 그 위험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녀는 손가락 혈액 몇 방울로 200가지 질병을 진단할 수 있다는 혁신적인 기술(有)을 발표했다. 하지만 실상은 존재하지 않는 허구(無)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저명인사들을 영입하고, 화려한 언론 플레이를 통해 '세상을 바꿀 기술'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그 결과 테라노스의 기업 가치는 한때 10조 원을 훌쩍 넘었다. 이 신화는 잘 설계된 '인식'이라는 것이 어떻게 존재하지 않는 기술을 담보로 천문학적인 '현실'을 창조할 수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동시에 '무중생유'가 윤리적 경계를 넘었을 때 얼마나 파괴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에 대한 강력한 경고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창조의 불꽃은 세상을 밝히는 등대가 될 수도, 혹은 모든 것을 태워버릴 재앙이 될 수도 있음을, 우리는 이 아픈 교훈 속에서 다시금 되새기게 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의 민스미트 작전 역시 '무중생유'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이다.


연합군은 한 노숙자의 시신을 '영국 해병대 윌리엄 마틴 소령'이라는 가상의 인물(無)로 둔갑시키고, 그의 서류 가방에 그리스와 사르데냐를 공격할 것이라는 정교하게 조작된 '가짜 기밀 서류'(有)를 넣어 스페인 해안에 흘려보냈다. 독일군은 이 정보를 진짜로 믿었고, 주력 부대를 시칠리아가 아닌 그리스로 이동시키는 결정적인 오판을 했다. 덕분에 연합군은 방비가 허술해진 시칠리아에 성공적으로 상륙하여 이탈리아 전선의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 존재하지 않는 '마틴 소령'이라는 허구가 독일군 전체의 판단을 마비시키고 전쟁의 흐름을 완전히 바꾸어 놓은 것이다.


사실 '무중생유'는 우리 평범한 일상을 비범한 성취로 바꾸는 창조의 도구가 될 수 있다.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되고 싶다면, 아직은 부족하더라도 소셜 미디어나 블로그에 전문가의 관점으로 꾸준히 글을 쓰고 의견을 발표하며 '미래의 전문가인 나'(有)를 먼저 선언하고 현재에 실천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제안할 때, 단순히 아이디어만 나열하는 것을 넘어 이미 실현된 것처럼 보이는 '가짜 결과물' (정교한 시제품, 가상의 고객 성공 사례 등)을 만들어 제시하면, 의사결정자는 그 아이디어의 실현 가능성을 훨씬 높게 평가하게 될 것이다. 중요한 발표나 면접을 앞두고 불안감이 엄습할 때, '나는 이미 성공했다'고 스스로에게 되뇌며 자신감 넘치는 태도를 '연기'하는 '긍정적 허세'는 실제 신체적, 심리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놀라운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결국, 우리 안의 잠재된 거인을 깨우는 것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현재의 확신으로 당겨오는 용기 있는 상상력에서 비롯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무중생유'는 '창의적인 비전 제시'와 '악의적인 사기' 사이의 아슬아슬한 경계선에 서 있다. 이 전략의 진정한 힘은 공동의 이익과 성장을 위해 '될 법한 미래'를 현재로 가져오는 데 사용될 때 빛을 발한다.


만약 만들어낸 '유(有)'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거나, 명백히 실현 불가능한 허구임이 드러난다면, 그것은 더 이상 지혜로운 전략이 아니라 용납될 수 없는 범죄가 된다. 진정한 전략가는 현실을 창조하되, 그 창조물에 대한 끝없는 책임감을 잊지 않는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어쩌면 무(無)에서 유(有)를 빚어내는 것은 신의 영역에 닿아 있는 행위이며, 그 숭고한 권능에는 언제나 인간의 가장 깊은 성찰과 책임이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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