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의 하얀 바탕, 현대의 조직을 품다 - 회사후소

by 조우성 변호사

[고전의 하얀 바탕, 현대의 조직을 품다 - 회사후소]


논어 ‘회사후소(繪事後素)’에서 공자는 말한다. “그림을 그리려면 먼저 바탕을 하얗게 하라.” 이 짧은 구절은 예술의 시작을 넘어 삶과 조직의 근원을 되짚게 한다. 현대인은 얽히고설킨 조직 속에서 경쟁의 무게, 관계의 틈새, 가치관의 흔들림에 시달린다. 과연 이 고전의 빛나는 지혜는 오늘날 조직관리라는 거친 캔버스에 어떤 선을 그어줄 수 있을까.

공자의 말은 단순한 기법이 아니다. 모든 창조와 질서가 맑고 깨끗한 바탕에서 피어난다는 깊은 뜻을 품는다. 조직관리에서 이는 투명한 소통과 뚜렷한 목표를 가리킨다. 현대의 조직은 성과에 치우친 나머지 혼탁해지고, 리더는 사람보다 숫자를 좇으며, 구성원은 믿음 대신 불안을 키운다. ‘바탕을 하얗게’ 하라는 말은 서로의 신뢰를 새롭게 쌓는 일이다. 공자는 어지러운 세상에서도 본질로 돌아가야 함을 일깨운다. 조직 역시 그렇다. 쓸데없는 잡음을 덜어내고 기본에 충실할 때, 비로소 조화로운 성과라는 그림이 완성된다.

예전, 작은 팀을 이끌며 이 진리를 몸으로 배웠다. 방향이 흐릿하고 말이 오가지 않자, 팀원들은 저마다 흩어졌다. 문을 열고 모두의 목소리를 모아 투명하게 길을 정한 뒤에야 하나로 뭉쳤다. 곁에 있던 동료가 툭 던진 말, “리더가 먼저 마음을 비우면 팀이 채워진다”는 공자의 구절과 묘하게 겹쳤다. 조직은 사람의 숨결이다. 리더가 하얀 바탕을 펼치면, 그 위에 각자의 색이 스며든다.

이 지혜를 삶에 녹이려면 손을 움직여야 한다. 리더는 열린 대화로 신뢰의 뿌리를 내리고, 팀원에게는 자신의 몫을 선명히 알 기회를 준다. 서로의 노고를 알아주는 마음을 심는 것도 잊지 말자. 더 나아가, 문제를 새롭게 보자. 갈등은 흠이 아니라 자라는 계기다. ‘하얀 바탕’은 완벽을 강요하지 않는다. 부족함을 안고 다시 일어설 용기를 북돋는다. 조직이 흔들릴 때마다 처음으로 돌아가 다듬는 태도가 필요하다.

공자의 가르침은 소박한 말 속에 큰 울림을 담는다. 복잡한 조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바탕을 하얗게’ 하는 일은 사람과 사람을 잇는 첫걸음이다. 그러니 어지러운 삶을 사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다. 잠시 멈추고, 마음을 비우고, 새로 시작하라. 그 하얀 바탕 위에서 우리는 더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낸다. “조직은 하얀 종이 같아, 손을 대기 전 서로의 눈을 마주하는 데서 꽃핀다.” 이 문장을 노트에 새기며 오늘을 되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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