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홍수에 빠진 사고의 가뭄

by 조우성 변호사

[배움의 홍수에 빠진 사고의 가뭄 (feat. 논어)]


* 요약 인포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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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역설의 시대

역설적이다. 인류 역사상 지금처럼 많은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었던 적이 없었다. 그런데 동시에, 지금만큼 깊이 생각하지 못하는 시대도 없었다. 이 묘한 균열 앞에서 2,500년 전 공자의 말이 새삼 귓가에 맴돈다.

"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학이불사즉망 사이불학즉태)."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얻는 것이 없고,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

『논어』 위정편의 이 구절은 학습법을 논한 것이 아니다. 인간이 어떻게 세계를 이해하고 성장하는지에 관한, 훨씬 본질적인 이야기다.

공자가 말한 '학(學)'은 정보를 쌓아두는 일이 아니었다. 세상의 이치를 탐구하는 과정이었다. '사(思)'는 그 배움을 곱씹으며 자기 것으로 만드는 일이었다. 그는 제자들에게 답을 주지 않았다. 질문을 던졌다. 끊임없이. / 배움과 사유는 들숨과 날숨 같은 것이다. 하나만으로는 살 수 없다. / 배움 없는 사유는 공허한 관념놀이로 흐르고, 사유 없는 배움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다 사라진다.

2. 학이불사(學而不思), 생각을 외주화하는 세대

그런데 우리는 지금 공자가 경고한 두 함정에 동시에 빠져 있다. 2025년 나온 연구들을 보면 소름이 돋는다. AI 챗봇을 많이 쓸수록 비판적 사고 능력이 떨어진다는 결과가 잇따라 나왔다. 특히 10대 후반에서 20대 중반, 디지털 원주민이라 불리는 세대가 심각하다. 이들은 생각하는 일을 기계에 넘긴다. 검색 결과를 의심 없이 받아들이고, AI가 쓴 문장을 그대로 복사하고, 정보의 진위를 확인하는 대신 편리함을 택한다.

'학이불사(學而不思)', 바로 이것 아닌가. / 정보의 바다에서 우리는 배우는 척하지만, 사실은 생각을 멈춘 채 떠다니고 있을 뿐이다. /

3. 사이불학(思而不學), 확증의 감옥

한편 소셜미디어의 알고리즘은 우리를 또 다른 위험으로 몰아간다. '사이불학(思而不學)'의 늪이다. 에코 챔버 안에서 사람들은 자기 생각만 확인한다. 다른 목소리는 차단한다. 새로운 걸 배우지 않으면서 자기 논리로만 세상을 재단한다. 공자가 말한 '위태로움'이 이런 모습일 것이다. / 정보는 넘쳐나는데 배움은 일어나지 않는다. 모두가 말하지만 대화는 없다. /

4. 균형의 회복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사실 답은 간단하다. 공자가 이미 말했다. 배우되 생각하고, 생각하되 배워라. 구체적으로? 정보를 마주할 때 한 발짝 물러서보는 것이다. 이게 사실인가, 의견인가? 누구 관점인가? 다른 해석은? AI를 쓰되 그것이 내 생각을 대신하게 두지 말아야 한다. / 답을 얻는 것보다 질문을 던지는 능력이 중요하다. /

교육학자들은 요즘 메타인지를 강조한다. 자기 생각을 들여다보는 능력 말이다. 챗봇에게 묻기 전에 먼저 스스로 생각해보기. 검색 결과를 읽은 뒤 내 말로 다시 정리해보기. 불편하고 느리다. 그러나 진짜 배움은 거기서 일어난다. 속도보다 깊이를. 편리함보다 사유의 기쁨을. 그게 기술의 시대에 인간으로 남는 방법이다.

공자의 메시지는 명료하다. 배움과 사유는 떼어놓을 수 없다. 둘 중 하나를 놓치면 길을 잃거나 넘어진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건 더 많은 데이터가 아니다. 그걸 의미 있게 만드는 생각이다. 오늘 밤,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책을 펼쳐보면 어떨까. 또는 AI 없이 혼자 뭔가를 고민해보는 것이다. 그 고요한 시간에, 배움과 사유가 만나는 순간을 경험하게 될지 모른다.

(2025. 10. 14. 조우성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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