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라는 이름의 힘

by 조우성 변호사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힘


서른 살 때, 나는 많은 것을 '해야' 했다. 보고서를 쓰고, 회의에 가고, 메일을 답장했다. 끝없는 반복이었다. 마치 컨베이어 벨트 위에 서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작은 변화를 시도했다. 하나하나의 일에 이름을 붙이기 시작한 것이다. '4월 신입사원 교육 프로젝트', '강연 준비 프로젝트', '클라이언트 만나기'. 단어 하나가 바뀌는 순간, 일이 다르게 보였다.


# 일이 게임으로 변하는 지점


'일'이라는 말과 '프로젝트'라는 말을 곱씹어보면 느낌이 다르다. 일은 끝이 없다. 끝나면 또 다른 일이 온다. 의무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프로젝트는 시작이 있고 끝이 있다. 마치 게임처럼. 보드게임에서 시작과 종료가 명확한 것처럼, 프로젝트도 그렇다. '프로젝트'라는 이름을 붙이는 순간, 무언가가 활성화된다. 이겨야 한다는 마음. 뭔가를 성취해야 한다는 느낌.

이것은 단순한 언어 치환이 아니다. 철학자 빅토르 프랑클은 "삶의 의미를 찾는 방법은 삶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는 것"이라고 했다. 프로젝트라는 렌즈를 통해 일을 보는 순간, 같은 일이 다르게 느껴진다. 더 단단해진다. 더 생생해진다. 회의 참석은 '상반기 클라이언트 관계 구축 프로젝트'의 일부가 되고, 보고서 작성은 '성과 가시화 프로젝트'가 된다. 이름이 붙는 순간, 주인이 생긴다. 그것이 나다.


# 주체성이 깨어나는 경험


직업의 특성상 나는 수없이 많은 '케이스'를 다뤘다. 법정에서 사건을 '케이스'라 부르면 이는 단순한 사건이 아니다. 책임의 무게가 다르다. 접근하는 방식이 다르다. 체계적이다. 신중하다. 마찬가지로 일상의 모든 것을 프로젝트라 부르면, 우리는 자동으로 그것을 다르게 다룬다.

프로젝트에는 목표가 있어야 한다. 기한이 있어야 한다. 누군가의 책임이 있어야 한다. 이 세 가지가 명확해지는 순간, 일의 성격이 바뀐다. 더 이상 떠밀려 가는 일이 아니라, 내가 주도하는 무언가가 된다. 우리는 모두 주인이고 싶다. 남의 손에 이끌려가기보다는 스스로 걸어가고 싶다. 프로젝트라는 이름표 하나가 그것을 가능하게 한다. 특히 요즘 같은 시대, 일이 산산조각 나 있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일들이 쌓여 있을 때, 프로젝트라는 이름 붙이기는 혼란 속 나침반이 된다.


# 작은 이름이 만드는 큰 변화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까. 첫째, 하는 일마다 고유한 이름을 만들어보는 것이다. '5월 프로젝트', '팀 협력 프로젝트', '목표 달성 프로젝트'. 이름이 구체적일수록 더 좋다. 둘째, 그 프로젝트의 시작과 끝을 표시하는 것이다. 언제 시작하고 언제 끝나는가. 셋째, 작은 승리를 축하하는 것이다. 완료 페이즈마다 자신에게 작은 피드백을 주는 것만으로도 동기가 달라진다.

상반기 마지막 날, 우리는 그간 해온 일들을 돌아본다. 그런데 프로젝트로 생각하면 이 순간이 달라진다. 단순히 '바빴던 시간'이 아니라 '여러 개의 완료된 게임'이 된다. 각각이 성취다. 우리는 이 작은 성취들의 누적으로 산다. 프로젝트라는 이름이 그것을 명확하게 해준다.


일상이 단조로워 보일 때, 그것은 관점의 문제인지도 모른다. / 같은 일도 어떻게 부르느냐에 따라 무게가 달라진다. / 프로젝트라는 말 속에는 시작과 끝, 그리고 나의 책임이 모두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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