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지셔닝'은 왜 낡은 지도가 되었나

by 조우성 변호사





[포터의 성(城), 그 견고한 균열: '포지셔닝'은 왜 낡은 지도가 되었나]


대상논문
What is Strategy? (Michael Porter, 1996)


마이클 포터(Michael Porter)는 성채를 쌓았다. 1996년, 그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에 던진 "전략이란 무엇인가(What is Strategy?)"라는 질문은, '운영 효율성(OE)'의 안개 속을 헤매던 경영계에 떨어진 벼락이었다.


그는 전략의 본질을 '다름(Difference)'으로 규정했다. 전략은 '더 잘하는 것'이 아니라 '다르게 하는 것'이다. 전략은 '포지셔닝'이며, 그 심장은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트레이드오프(Trade-off)'이다. 모든 활동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는 '적합성(Fit)'은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해자(Moat)가 된다. 이 논리는 너무도 견고하고 명쾌하여, 지난 20여 년간 '전략' 그 자체와 동의어로 군림했다.

그러나 모든 성은 시간의 풍화 앞에 그 균열을 드러내는 법이다. 우리는 오늘, 그 압도적이었던 이론의 성벽에 새겨진 균열을 냉정하게 직시해야 한다. 포터의 지도는 과연 지금의 지형을 반영하는가.


# 숨겨진 전제: 견고한 대륙의 시대


모든 이론은 그것이 딛고 선 시대를 가정한다. 포터가 가정한 세계는 1990년대 중반, 닷컴 버블이 터지기 직전의 안정된 산업 자본주의 세계이다.

첫째, 이 세계에서 '산업'의 경계는 명확하다. 항공, 유통, 가구 산업은 서로를 침범하지 않는다. 경쟁자는 눈에 보이고 예측 가능하다. 둘째, 이 세계는 '대기업'과 '제조업' 중심이다.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고, 활동 시스템은 물리적 공정과 유통망을 기반으로 구축된다. 셋째, 이 세계에서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는 달성 가능한 목표이다. 한 번 구축한 '포지션'과 '적합성'은 오랫동안 기업을 지켜줄 것이라 믿었다.

"이 이론은 어떤 세계를 가정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명백하다. 그것은 '대륙이 움직이지 않는' 세계이다.


그러나 21세기 디지털 경제는 지각변동 그 자체이다. 산업의 경계는 '빅 블러(Big Blur)' 현상으로 무너져 내렸다. 플랫폼 기업들은 모든 산업의 경계를 넘나들며, 경쟁자는 비대칭적이고 예측 불가능하다. 우위는 '지속 가능'하지 않고 '일시적(Transient)'일 뿐이다. 포터의 견고한 지도는, 유동하는 용암 위에 떠 있는 오늘날의 비즈니스 세계에서 그 유효성을 의심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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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채를 흔드는 3가지 망치


포터의 성역에 도전한 비판은 당대에도, 그리고 그 이후에도 거셌다. 최소 세 개의 거대한 망치가 포지셔닝의 벽을 내리쳤다.


첫째, 시선의 방향이다. '자원기반관점(RBV)'의 도전.


포터의 시선은 철저히 '밖(Outside-In)'을 향한다. 산업 구조(5 Forces)가 수익성을 결정하고, 기업은 그 구조 안에서 유리한 '자리(Position)'를 잡아야 한다. 그러나 1991년 제이 바니(Jay Barney)는 "기업 자원과 지속적 경쟁 우위"라는 논문으로 정면 반박한다.

경쟁 우위의 원천은 '자리'가 아니라, 기업 내부에 축적된 모방 불가능한 '자원과 역량(Resource & Capabilities)'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자원기반관점(Resource-Based View)'이다. 왜 같은 산업 내에서도 기업 간 성과 격차는 극심한가? 포터의 모델은 이에 명쾌히 답하지 못한다. RBV는 그 답을 외부가 아닌 내부, 즉 기업 고유의 '다름'에서 찾으려 했다.


둘째, 전략의 주체이다. 민츠버그의 '창발적 전략'.


포터의 전략은 최고경영진의 책상에서 설계되는 '의도된 전략(Deliberate Strategy)'이다. 정교하게 분석하고, 선택하고, 실행한다. 그러나 헨리 민츠버그(Henry Mintzberg)는 이를 '계획의 오류'라 비판한다.

그는 "전략은 계획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 주장했다. 전략은 현장의 혼돈 속에서, 수많은 의사결정의 흐름(a stream of decisions) 속에서 비로소 '패턴'으로 드러나는 '창발적 전략(Emergent Strategy)'이라는 것이다. 포터가 전략가를 건축가로 보았다면, 민츠버그는 전략가를 진흙 속에서 형태를 빚는 도공(陶工)으로 보았다.


셋째, 경쟁의 방식이다. '파괴'와 '창조'의 역동성.


포터의 모델은 본질적으로 '정태적(Static)'이다. 주어진 산업 지도 안에서 어떻게 싸울 것인가를 다룬다. 이는 '붉은 바다(Red Ocean)'의 논리이다.

그러나 클레이튼 크리스텐슨(Clayton Christensen)의 '파괴적 혁신' 이론은 그 지도 자체를 찢어버린다. 경쟁은 기존 시장의 상층부가 아니라,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하부 시장이나 비소비 시장에서 시작되어 기존 강자를 무너뜨린다. 또한 김위찬과 르네 마보안의 '블루오션 전략'은 아예 '경쟁이 없는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라고 말한다. 포터의 지도가 '틀 안에서의 경쟁'을 위한 것이라면, 이들 이론은 '틀 자체를 바꾸는' 혁신가들을 위한 나침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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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용의 역사: '포기'는 '삭감'이 아니다

위대한 이론은 그 본질이 단순화되면서 오용된다.

포터가 말한 '트레이드오프'는 '독특한 가치'를 위한 '의식적 포기'라는 숭고한 결단이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이 기내식을 포기한 것은 비용 절감이 목적이 아니라, '빠른 탑승수속'이라는 핵심 가치를 지키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현장에서 '트레이드오프'는 종종 '비용 절감(Cost-Cutting)'이나 '선택과 집중'이라는 이름의 단순한 '가지치기'로 남용되었다. 전략적 포기가 아니라, 재무적 삭감으로 전락한 것이다.

포터가 "OE는 전략이 아니다"라고 그토록 외쳤건만,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수많은 기업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OE의 일종)'을 '전략'이라고 부른다. '활동 시스템 맵'은 역동적인 전략의 '적합성'을 보여주는 도구였으나, 많은 경우 컨설팅 보고서 마지막 장을 장식하는 '벽에 거는 그림'으로 박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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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화의 계보: 포지셔닝을 넘어, 동적 역량으로


전략 경영사(史)의 계보도 위에서 포터의 위치는 명확하다. 1980~90년대 전략 논쟁의 핵심 축은 '포지셔닝 스쿨(포터)'과 '자원기반관점(RBV)'의 대립이었다. "좋은 산업(자리)이 중요한가, 아니면 좋은 역량(자신)이 중요한가?"

이 치열한 지적 대립은 무의미하지 않았다. 이는 "둘 다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속도'다"라는 새로운 질문으로 진화했다.


데이비드 티스(David Teece) 등이 제시한 '동적 역량(Dynamic Capabilities)' 이론이 그 답이다. 중요한 것은 '포지션'이나 '자원' 그 자체가 아니라, "급변하는 환경에 맞춰 포지션과 자원을 '재구성(Reconfigure)'하고 '혁신'하는 능력"이다.


누가 옳은가? 라는 질문은 우둔하다. 각 관점은 다른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포터의 관점은 '안정된 산업'에서 어떻게 지속적 우위를 점하는가에 답했다. RBV는 '기업 간 격차'의 근원을 설명했다. 그리고 동적 역량은 '격변하는 시대'의 생존법을 탐구한다.

포터는 '전략'이라는 이름의 견고한 성을 쌓았다. 우리는 그가 세운 '다름'과 '선택'이라는 기둥의 위대함을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는 그 성 안에 안주할 수 없을 뿐이다. 지각이 변하는 시대, 성은 더 이상 요새가 아니라 무덤이 될 수 있다. 포터의 성을 비판적으로 해체하고 그 너머로 나아가는 것. 그것이 포터의 이론을 가장 올바르게 계승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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