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더 잘하는 것'은 전략이 아닌가

by 조우성 변호사

[컬럼] 효율성의 함정: 왜 '더 잘하는 것'은 전략이 아닌가


대상논문What is Strategy? (Michael Porter, 1996)


1990년대, 세계 경영계는 하나의 유령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 유령의 이름은 '운영 효율성(Operational Effectiveness)'이다. 일본 기업들의 압도적인 성공은 TQM(전사적 품질 관리), 벤치마킹, 리엔지니어링이라는 이름의 경전이 되어 서구 기업들을 덮쳤다.


모두가 달렸다. 모두가 일본을 향해 달렸다. 품질은 신앙이었고, 효율은 유일한 미덕이었다. 당대의 기업들이 직면한 딜레마는 명료했다. "어떻게 하면 경쟁자보다 '더 잘(Better)' 할 것인가?" 더 싸게, 더 빠르게, 더 적은 결함으로.


이 거대한 흐름 속에서 단 하나의 질문이 실종되었다. 경영의 지성이 '어떻게(How)'의 문제에 매몰되어 '무엇을(What)'의 문제를 망각한 시대였다. 모두가 같은 산을, 더 빨리 오르려 할 때, 하버드의 거인(巨人) 마이클 포터(Michael Porter)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전략이란 무엇인가(What is Strategy)?"


모두가 승자인 경주, 그 종착역


포터가 목도한 풍경은 역설적이었다. 모두가 '베스트 프랙티스(Best Practice)'를 부르짖으며 효율성을 높이는 데 성공했지만, 그럴수록 승자는 사라졌다. 모두가 서로를 맹렬히 모방한 결과, 기업들은 서로 닮아갔다. 차별성은 증발했고, 남은 것은 오직 가격 경쟁이라는 진흙탕뿐이었다.

포터의 문제의식은 여기서 출발한다. 그는 이미 "5 Forces", "본원적 전략"을 통해 '다름'의 중요성을 설파한 전략의 아버지였다. 그는 90년대 경영계가 '전략'과 '운영'을 치명적으로 혼동하고 있음을 직시했다.

그의 동기는 명확했다. '더 잘하는 것'만으로는 지속적인 승리를 담보할 수 없다는 것. '효율성'이라는 이름의 안개 속에 길을 잃은 자본주의에, '전략'이라는 쐐기를 다시 박아야 했다. 1996년 HBR에 기고한 이 논문은 단순한 기고가 아니라, 시대의 혼돈을 향한 지적인 선전포고였다.


전략은 '더 잘하는 것'이 아니다


논문의 첫 번째 칼날은 '전략'과 '운영 효율성(OE)'을 가르는 예리한 구분에서 나온다.

운영 효율성(OE)은 같은 활동을 경쟁자보다 '더 잘' 수행하는 것이다. 품질을 높이고 속도를 올린다. 포터는 이것이 '필수'이지만 '전략'은 아니라고 선언한다. 왜냐하면, OE는 모방이 너무나 쉽기 때문이다.

전략(Strategy)은 '다른' 활동을 하거나, 같은 활동을 '다르게' 하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이렇다. 모든 선수가 100미터 달리기를 한다고 가정하자. 여기서 신발을 개선하고, 주법을 교정하여 0.1초를 단축하려는 노력이 '운영 효율성'이다. 하지만 전략은 "애초에 나는 100미터 달리기가 아닌, 마라톤이라는 '다른 경주'를 선택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OE는 같은 경주를 더 빨리 달리는 것이고, 전략은 나만이 뛸 수 있는 '다른 경주'를 설계하는 일이다.


전략의 심장,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


포터가 제시한 전략의 심장은 충격적일 만큼 단순하다. 그것은 '무엇을 할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를 의식적으로 선택하는 용기, 즉 '트레이드오프(Trade-offs)'이다.

모든 고객을 만족시키려 하고, 모든 시장에 진출하려는 기업은 결국 어떤 고객도 특별하게 만족시키지 못한다. 자원은 분산되고, 정체성은 흐려진다.


가장 위대한 예시는 사우스웨스트 항공(Southwest Airlines)이다. 그들은 의식적으로 포기했다. 기내식, 좌석 지정, 항공사 간 환승 연계, 허브 공항 취항. 이 모든 것을 '하지 않았다'. 이것은 '부족함'이 아니라, '저비용'과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빠른 탑승 수속'이라는 단 하나의 독보적 가치를 위한 '의식적 선택'이었다. 사우스웨스트는 '모든 것'을 포기함으로써 '단 하나'의 영역에서 유일무이한 존재가 되었다.


모방 불가능한 시스템, '적합성(Fit)'


경쟁자가 그 '포기'를 모방하면 그만 아닌가? 포터는 마지막 방어선을 구축한다. 전략은 하나의 선택이 아니라, 모든 활동이 서로를 강화하며 맞물리는 '적합성(Fit)'에서 완성된다.

가구 공룡 이케아(IKEA)를 보라. 이케아의 경쟁력은 '저렴한 가구' 하나에 있지 않다. 그것은 하나의 시스템이다.

[대형 교외 매장 + 고객이 직접 제품을 찾는 창고형 구조 + DIY(Do-It-Yourself) 조립을 전제한 플랫팩(Flat-pack) 포장 + 저렴한 레스토랑과 놀이방]


이 모든 활동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저렴하지만 스타일리시한 가구'라는 가치를 구현한다. 경쟁자는 가구 하나, 매장 하나는 모방할 수 있어도, 이 모든 활동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시스템 전체'는 결코 모방할 수 없다. 전략은 이처럼 모방 불가능한 '활동의 사슬'을 짜는 것이다.


흔히 '전략'을 '최고(Best)가 되는 것'이라 오해한다. 포터는 그것이 OE의 언어라고 일축한다. 전략의 언어는 '최고'가 아니라 '독특함(Unique)'이다.

포터의 메시지는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하다. 아니, 모든 것이 연결되고 모방이 더 쉬워진 지금, 더욱 절박하다. 우리는 여전히 '더 잘하기' 위해 달리고 있는가, 아니면 '다르기' 위해 멈춰 서서 포기할 것을 결정하고 있는가.


전략이란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목록이 아니라, '무엇을 포기할 것인가'에 대한 용기이며, 그 포기를 통해 완성된 '단 하나의 시스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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