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 5를 넘어 레벨 6으로

by 조우성 변호사

[레벨 5를 넘어 레벨 6으로: 짐 콜린스의 나침반, 2030년을 다시 그리다]


* 대상논문
Level 5 Leadership (Jim Collins, 2001



2001년, 짐 콜린스(Jim Collins)는 경영의 판테온에 하나의 거대한 신상을 세웠다. '레벨 5 리더십(Level 5 Leadership)'이라는 이름의, 역설로 빚어진 리더의 초상이다. 그는 '개인적 겸손(Personal Humility)'이라는 내면의 부드러움과 '직업적 의지(Professional Will)'라는 강철의 외피를 동시에 지닌 존재였다. 성공하면 창문을 내다보고(조직과 운), 실패하면 거울을 보는(자신) 존재. 이 매혹적인 이분법은 지난 20년간 리더십의 경전으로 군림했다.


그러나 모든 경전은 시간의 풍화 작용을 겪는다. 2030년을 목전에 둔 지금, 콜린스가 딛고 섰던 지반 자체가 흔들린다. 인간의 직관을 압도하는 인공지능(AI), 주주가 아닌 이해관계자를 호명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그리고 영웅이 아닌 시스템을 요구하는 세대 교체. 이 거대한 파도 앞에서 2001년의 지도는 무력하다.


이것은 지적 여정의 마지막 장이다. 만약 오늘 짐 콜린스가 이 논문을 다시 쓴다면, 그는 무엇을 수정하고 무엇을 지킬 것인가. AI는 과연 그가 세운 '레벨 5'의 신화를 파괴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단계로 진화시킬 것인가. 2030년의 관점에서 다시 쓸 3가지 통찰은 여기에 있다.


# 제1 통찰: '강철 같은 의지'는 AI의 논리에 복종하는가


첫 번째 균열은 '의지'에서 발생한다. 2001년의 '강철 같은 의지'는 리더 개인의 것이었다. 그것은 데이터가 부족한 안갯속에서 방향을 결정하는 직관의 산물이었고, 냉혹한 현실(스톡데일 패러독스)을 돌파하는 고독한 결단이었다.

그러나 2030년의 AI는 리더의 직관보다 정확하다. 알고리즘은 시장을 예측하고, 최적의 인력 배치를 제안하며, 실패 확률을 계산한다. 리더의 '감(Gut-feeling)'은 이제 '검증되지 않은 편향'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AI가 모든 답을 아는 시대, 리더의 '의지'는 AI의 제안서에 서명하는 기계적 행위로 전락하는가.

그렇지 않다. 2030년의 의지는 '거부할 수 있는 용기'로 재정의된다. AI는 효율을 말하지만 윤리를 말하지 않는다. AI는 '최적'을 계산하지만 '가치'를 판단하지 못한다. AI가 제시한 수익 극대화를 위한 '효율적 해고'의 논리 앞에서, 인간 조직의 존엄과 장기적 신뢰라는 가치를 위해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결단. 그것이 기계와 구별되는 새로운 '의지'의 본질이다. 2030년의 의지는 기술적 최적이 아닌, 도덕적 최적을 향한 인간의 마지막 투쟁이다.


# 제2 통찰: '개인적 겸손'은 '급진적 투명성'으로 진화한다


두 번째 변화는 '겸손'에서 일어난다. 2001년의 '개인적 겸손'은 내면의 미덕이었다. 스포트라이트를 피하고, 자신을 낮추며, 언론 노출을 꺼리는 리더. 그것은 '숨는 겸손', '조용한 겸손'에 가까웠다. 리더는 홀로 거울을 보며 성찰했다.


2030년의 세계는 리더에게 숨을 곳을 허락하지 않는다. SNS는 24시간 리더를 감시하고, 플랫폼은 모든 정보를 실시간으로 중계하며, ESG 공시는 기업의 가장 내밀한 실패까지 투명하게 요구한다. Z세대는 '권위적인' 리더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리더를 원한다.

이 시대의 겸손은 '숨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드러내는 용기'이다. 즉, '급진적 투명성(Radical Transparency)'이 새로운 겸손의 형태이다. 성공이 아니라 실패를 먼저 공유하는 용기. 완성이 아니라 과정을 공개하는 용기. 리더는 더 이상 거울을 혼자 보지 않는다. 그는 조직 전체와 함께, 나아가 시장 전체와 함께 거울을 본다. 그것이 2030년의 진화한 겸손이다.


# 제3 통찰: '위대함'의 주어는 '주주'에서 '시스템'으로 바뀐다


마지막 통찰은 '위대함(Greatness)'의 정의 그 자체이다. 2001년의 '위대함'은 명쾌했다. 지속적인 주가 상승률. '좋은 기업'에서 '위대한 기업'으로의 도약은 본질적으로 주주 자본주의의 승리였다. 위대함의 주어는 '기업'이었고, 그 동력은 '레벨 5 리더' 개인의 영웅적 리더십이었다.


그러나 그 '위대함'은 오늘날 지속가능한가. 기후 위기와 사회적 불평등 속에서 주가만 높은 기업을 과연 '위대하다'고 부를 수 있는가. 2030년의 위대함은 '주주 가치'가 아니라 '이해관계자 가치'이며, '재무적 성과'가 아니라 '지속가능성'이다.


더 나아가, Web 3.0과 탈중앙화의 정신은 한 명의 영웅이 이끄는 조직 모델 자체에 의문을 제기한다. 위대함은 한 명의 레벨 5 리더가 만드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분산된 의지(Distributed Will)'와 '체계화된 겸손(Systemic Humility)'을 갖춘 조직, 즉 리더 개인에게 의존하지 않는 '회복탄력적 시스템' 그 자체에서 나와야 한다. 위대함의 주어가 '리더'에서 '시스템'으로 전이되는 것이다.


# 미래의 리더십: '레벨 6'를 향한 제언


그렇다면 짐 콜린스가 이 3가지 통찰을 모아 다시 쓸 리더십 이론 2.0은 무엇인가. 그것은 아마도 '레벨 5'를 넘어선, 가상의 '레벨 6 리더십'의 등장을 예고할 것이다.


'레벨 6 리더: 알고리즘의 윤리적 중재자(The Ethical Adjudicator of Algorithms)'.


레벨 6 리더는 AI의 막강한 제안 앞에서 최종적인 인간성의 방어선을 치는 존재이다. 그는 데이터 기반의 의지(1통찰)와 급진적 투명성의 겸손(2통찰)을 바탕으로, 효율성의 유혹과 인간성의 가치 사이에서 도덕적 판단을 내리고 그 책임을 진다. 레벨 5가 '무엇을 할 것인가(What to do)'에 대한 의지였다면, 레벨 6은 AI 시대에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What not to do)'에 대한 의지이다.


지적 여정의 끝에서, 우리는 근원적인 질문과 마주한다. 모든 의사결정을 AI가 완벽하게 수행하는 시대, 인간 리더는 왜 존재해야 하는가. 겸손마저 완벽하게 연기(perform)할 수 있는 AI 앞에서, 인간의 진정성은 무엇으로 증명될 것인가.


콜린스의 레벨 5 리더는 거울을 보며 '나'의 책임을 물었다. 2030년의 레벨 6 리더는 AI라는 또 다른 거울을 보며 '인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당신이 추구하는 '위대함'은 2001년의 것인가, 아니면 2030년의 것인가. 그 대답 속에 다음 시대 리더십의 명운이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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