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콜린스의 후광을 걷어내다

by 조우성 변호사

[거울과 창문의 신화 : 짐 콜린스의 후광을 걷어내다]


* 대상논문
Level 5 Leadership (Jim Collins, 2001)



짐 콜린스(Jim Collins)는 거대한 산맥이었다. 2001년, 그는 HBR 논문 "Level 5 Leadership"과 저서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를 통해 경영계에 하나의 경전을 제시했다. 그 정점에는 '레벨 5 리더십'이라는, 실로 매혹적인 리더의 초상이 자리한다.


이 리더는 역설적 존재이다. 그는 극단적인 '개인적 겸손(Personal Humility)'과 불굴의 '직업적 의지(Professional Will)'를 동시에 지닌다. 성공하면 창문을 내다보며 공(功)을 타인에게 돌리고, 실패하면 거울을 보며 책임을 자신에게 묻는다. 이 거울과 창문의 비유는 지난 20년간 수많은 리더에게 도덕적 나침반이자 성공의 청사진으로 군림했다.


그러나 성역은 비판을 허용할 때만 그 생명력을 유지한다. 우리는 물어야 한다. 콜린스가 세운 이 위대한 이론의 지반은 과연 단단한가. 그가 제시한 리더는 실재하는가, 혹은 성공의 후광이 빚어낸 허상인가.


# 감춰진 전제, '미국'이라는 무대


모든 이론은 시대와 환경의 산물이다. 콜린스의 이론이 성립하는 세계는 명징하다. 그것은 20세기 후반, 주주 자본주의가 만개한 미국의 대기업 무대이다. '위대함(Great)'의 척도 자체가 당시의 주가 상승률에 기반한다.


이 이론은 몇 가지 강력한 전제를 암묵적으로 가정한다.


첫째, 그가 말하는 '겸손'이 과연 보편적 미덕인지 묻지 않는다. 이는 내면의 수양보다 외적 성과를 중시하는 서구, 특히 앵글로색슨 문화권의 특정적 에토스(ethos)일 수 있다.


둘째, 제조업 기반 대기업의 전문경영인(CEO)을 중심으로 서술된다. 격변하는 테크놀로지 산업이나 수평적 문화가 지배하는 현대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도 이 모델이 동일하게 작동한다고 단언할 근거는 희박하다.


이론은 시대를 먹고 자라지만, 그 시대 속에 갇히기도 한다. 콜린스의 세계는 2001년의 견고한 산업 질서 위에서 빛났다.


# 성공의 후광, '헤일로 이펙트'의 함정


가장 날카로운 비판은 그의 방법론 자체를 겨눈다. 콜린스는 이미 '위대한' 성과를 낸 11개 기업을 먼저 선별하고, 그 리더들의 공통점을 역추적했다. 이는 치명적인 '생존자 편향(Survivorship Bias)'의 오류에 노출된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교수 필 로젠츠바이크(Phil Rosenzweig)는 그의 저서 "헤일로 이펙트(The Halo Effect)"에서 이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그는 콜린스의 연구가 성공이라는 '후광(Halo)'이 다른 모든 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귀인 오류(Attribution Error)'에 불과하다고 일갈한다. 즉, 기업이 성공했기 때문에 그 리더가 겸손하고 강한 의지를 가졌다고 '해석'되었다는 것이다.


인과관계는 전도된다. 레벨 5 리더가 위대함을 만든 것인가, 아니면 위대한 결과가 그들을 레벨 5 리더처럼 보이게 만들었는가. 이 순환 논리의 고리를 콜린스는 명쾌하게 증명하지 못한다. 또한, 동일한 리더가 다른 기업에서는 실패한 사례(예: 크라이슬러의 리 아이아코카)는 이 모델의 보편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 '겸손'의 연기, '의지'의 독단


개념은 대중화되는 순간 오염된다. 레벨 5 리더십의 가장 큰 비극은 '겸손의 오용'이다. 수많은 리더가 내면의 성찰 없이, 성공한 리더의 특성을 모방하기 시작했다. 겸손은 조직 장악을 위한 고도의 '전략적 겸손(Performative Humility)'으로 변질되었다. 거울을 보는 행위는 성찰이 아닌, 겸손을 연기하는 쇼맨십의 일부로 전락했다.


'강철 같은 의지'는 더욱 위험하게 남용되었다. 저자의 본래 의도는 냉철한 현실을 직시하고(스톡데일 패러독스) 목표를 향해 흔들리지 않는 집념이었으나, 현장에서 이는 종종 '독단(Stubbornness)'과 '불통(Inflexibility)', '비공감(Lack of Empathy)'의 세련된 변명으로 사용되었다. 리더의 의지라는 이름 아래, 수많은 반대 의견과 데이터가 묵살되었다.


# 거울 너머, 투명성과 데이터의 시대로


콜린스의 이론은 고립된 섬이 아니다. 이는 1980~90년대를 풍미한 '카리스마적 리더십'에 대한 강력한 반동이었으며, 이후 로버트 그린리프의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이나 빌 조지의 '진성 리더십(Authentic Leadership)' 같은 관계 중심 이론으로 나아가는 중요한 징검다리 역할을 했다.

그렇다면 2030년, 이 이론은 폐기되어야 하는가. 그렇지 않다. 핵심 미덕인 겸손과 의지는 시대에 맞게 재해석되어야 한다.


2001년의 '겸손'이 리더 내면의 덕목이었다면, 2030년의 겸손은 '급진적 투명성(Radical Transparency)'이어야 한다. SNS와 플랫폼을 통해 모든 것이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시대, 숨겨진 겸손은 더 이상 미덕이 아니다. 실패를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하며, 비판을 수용하는 용기, 그것이 새로운 겸손이다.


2001년의 '의지'가 리더의 직관과 결단에 기댔다면, 2030년의 의지는 '데이터 기반의 결단(Data-Driven Will)'이어야 한다. 거대한 불확실성 속에서 리더의 '감(Gut-feeling)'은 편향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냉철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알고리즘의 조력을 받아 잔인할 만큼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것. 그것이 새로운 의지이다.


짐 콜린스는 위대한 질문을 던졌다. 그 답이 모든 시대의 정답일 수는 없다. '레벨 5 리더십'은 완성된 교리가 아니라, 비판을 통해 진화해야 할 화두이다. 우리는 그가 제시한 거울을 보되, 그 거울에 비친 21세기 초반의 풍경이 아닌, 지금 우리의 민낯을 직시해야 한다. 그것이 이 낡은 지도를 들고 새로운 항로를 개척하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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