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율 없는 천재들의 비극

by 조우성 변호사



[성(城)은 안에서 무너진다: 규율 없는 천재들의 비극]


플랫폼 '알파콘텐츠'의 새벽은 분주했다. 그러나 그 분주함은 생기가 아니었다. 그것은 거대한 기계가 삐걱대며 내는, 균열의 소리였다. 서버는 타올랐고, 독자는 열광했다. 숫자는 매일 밤 자축의 춤을 추었다. 리더 김민준은 그 숫자의 탑 위에 서 있었다. '창작자의 자유'. 그가 세상에 내건 깃발은 실리콘 밸리의 성서였고, 억압받던 예술가들의 해방구였다. 그는 진심으로 믿었다. 자유가 모든 것을 해결하리라. 자유가 곧 창의성이며, 창의성이 곧 금맥(金脈)이라고. 그 믿음은 한때, 눈부시게 옳았다.


그러나 모든 성벽은 가장 높고 빛나는 곳에서부터 무너져 내리는 법이다. 스타 작가 A의 마감은 지켜지지 않았다. 아니, 마감이라는 단어 자체가 그의 사전에서 지워진 듯했다. 그는 천재였고, 천재에게 시간의 족쇄를 채우는 것은 범속한 이들의 질투라 여겼다. 스타 PD B의 협업 지시는 공개적인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 그의 팀은 봉건 영주의 성(城)이었고, 그는 그 안의 군주였다. 회사의 공동 규약과 윤리 강령은 그들의 발치에 아무렇게나 구겨진 휴지 조각에 불과했다. 그들은 플랫폼의 영광을 견인한 영웅이었고, 이제 그 영광의 지분을 담보로 시스템 전체를 유린했다. 김민준이 그들에게 보낸 막대한 상(賞)과 아낌없는 격려는, 역설적이게도 그들의 오만을 살찌우는 사료가 되었다. 경고와 징벌의 언어는 그들의 단단한 자의식 앞에서 공허한 메아리로 흩어졌다.


질서의 죽음, 혼돈의 시대


이 기묘하고도 참담한 풍경. 성공이 곧 독이 되고, 가장 빛나는 재능이 공동체의 암세포가 되는 이 역설. 김민준은 홀로 불 꺼진 집무실에서 먼 옛 시대의 망령과 대면하고 있었다. 법가(法家)의 비조(鼻祖), 한비(韓非). 그 얼음처럼 차가운 목소리가 2천 년의 시간을 꿰뚫고 죽간(竹簡)을 찢고 울렸다.


"賞之譽之不勸, 罰之毁之不畏, 四者加焉不變則其除之."

상을 주고 칭찬을 해줘도 힘쓰려 하지 않고, 벌을 주고 헐뜯더라도 두려워하지 않으니, 이 네 가지가 가해지더라도 변하지 않으면 그를 제거해야 한다.


김민준은 전율했다. 한비자가 지목한 '그들'이 바로 A와 B였음을 직감했다. 그들은 변하지 않았다. 그들은 스스로를 '알파콘텐츠'의 법(法) 위에 존재하는 특권 계급으로 규정했다. 그들에게 자유는 고삐 풀린 방종의 동의어였고, 책임은 타인에게 떠넘겨야 할 무거운 짐이었다. 이것은 단순한 개인의 일탈이나 성격적 결함의 문제가 아니었다. 이것은 공동체의 근간을 뿌리부터 흔드는, 조용한 반역(反逆)이었다. 모든 조직은, 그것이 국가이든 기업이든, 보이지 않는 약속의 총합이다. 그 약속이 무형의 질서가 되고, 유형의 '법'이 된다. 스타의 천재성이 아무리 태양처럼 빛나도, 그 빛이 법의 질서를 불태워버린다면, 그것은 축복의 광휘가 아니라 모든 것을 삼키는 재앙의 불씨다.


법(法), 그 차가운 구원의 칼날


서양의 경영학은 이 사태를 어떻게 진단할 것인가. 마키아벨리는 군주가 사랑받기보다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드러커는 조직의 성과와 책임을 말했다. 그러나 그들의 언어는 이 동양적 혼돈의 심장을 꿰뚫기에는 어딘가 모자랐다. 이것은 효율성의 문제가 아니었다. 이것은 생사의 문제, 존립의 문제였다.

A와 B의 존재는 단순한 비효율이나 비용의 증가가 아니었다. 그들은 '예외'였다. 그리고 시스템에 단 하나의 '예외'가 공공연히 허용되는 순간, 시스템은 그 생명력을 잃고 죽은 것이다. 묵묵히 밤을 새워 마감을 지키고, 성실히 동료와 협업하는 수백의 다른 창작자들은 무엇을 보는가. 그들은 리더의 무능과 시스템의 배신을 본다. 공정함이 사라진 땅에서는 그 어떤 충성도, 그 어떤 미덕도 자라나지 않는다. 스타의 특혜는 다수의 영혼과 사기를 꺾는 가장 확실하고 치명적인 독(毒)이었다. 김민준은 그것을 뼈저리게 알았다. 알면서도 결단하지 못했다. 그들을 제거했을 때 당장 닥쳐올 숫자의 폭락, 트래픽의 절벽, 투자자들의 차가운 원성. 그 가시적인 공포가 그의 손을 묶었다.


한비자의 '제거(除之)'는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인격의 말살이나 물리적 추방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예외'를 더 이상 인정하지 않겠다는 리더의 준엄한 선포다. 그것은 조직 전체의 생존을 위해 환부를 도려내는 외과의의 메스다. 고통스럽지만, 살기 위한 유일한 길이다. 때로는 역할의 재조정으로, 때로는 핵심 권한의 박탈로, 혹은 궁극적으로는 관계의 단절로 나타난다. 그 형태가 무엇이든, 핵심은 하나다. 법 아래 만인이 평등함을 조직의 모든 구성원 앞에서 증명하는 것.


군주의 길, 그 비정한 숙명


리더는 결국 홀로 서는 자다. 가장 많은 박수를 받지만, 가장 어두운 곳에서 홀로 피 묻은 칼을 쥐어야 하는 자다. 모든 비난과 책임을 짊어지고 가장 아픈 결정을 내려야 하는 자다. 김민준은 창밖의 거대한 도시를 보았다. 저 수천만 인구가 살아가는 거대한 기계 속에서도 신호등이라는 '법'은 냉정하게 움직인다. '알파콘텐츠'라는 이 작은 성(城)도 마찬가지여야 했다.


그는 칼을 뽑아야 한다. 자신의 손으로 직접 키워낸, 가장 빛나고 사랑했던 별을 향해, 그 서슬 퍼런 칼을 겨눠야 한다. 당장의 피와 고통을 두려워하면 조직 전체가 괴사한다. 자유는 규율이라는 단단한 둑 안에서만 비로소 가치 있는 강물이다. 둑이 무너지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생명의 강이 아니라 모든 것을 휩쓰는 거대한 홍수일 뿐이다.


'알파콘텐츠'는 지금 그 홍수의 기로에 섰다. 김민준의 결단은 단순히 통제 불능의 스타 두 명을 정리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무너진 둑을 다시 쌓고, 법의 권위를 복원하며, 침묵하며 절망하던 다수에게 '이곳은 아직 공정하다'는 마지막 희망을 돌려주는 장엄한 의식이다. 그 길은 참혹하고 고독하며 비정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리더의 숙명이다. 법은 뜨겁지 않다. 법은 언제나 차갑다. 그 차가움만이 역설적으로 조직을 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