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이라는 독배(毒杯), 파벌이라는 역병(疫病)

by 조우성 변호사

[칭찬이라는 독배(毒杯), 파벌이라는 역병(疫病)]


아침 햇살이 통유리를 뚫고 '넥스트웨이브'의 텅 빈 사무실 바닥에 긴 사선을 그었다. 먼지가 빛 속에서 춤을 추었다. 이름처럼 새로운 파도를 일으키겠다던 젊은 열정의 공간. 그러나 그 공기 속에는 이미 짙은 안개가 배어 있었다. 그것은 감성의 안개, 관계의 안개였다. 창업자 박 대표는 입버릇처럼 말했다. "우리는 가족이다." 그 말은 따뜻했으나, 모든 것을 흐릿하게 만들었다.


그 '가족'이라는 신화 속에서, 리더의 '칭찬'은 성서의 말씀이 되었다. 박 대표의 온정(溫情)은 그러나, 조직의 뼈대를 갉아먹는 좀이 되고 있었다. 가장 빛나는 아이디어로 주목받던 '코드 마스터즈' 팀. 그들은 곧 박 대표의 총아(寵兒)가 되었다. 칭찬이 그들에게 집중되었다. 박 대표는 그들의 화려한 언변과 반짝이는 결과물을 사랑했다.


그러나 그 칭찬이 '법(法)'을 대신하는 순간, 모든 것은 썩기 시작한다. 2천 년 전 한비(韓非)는 이미 그 풍경을 보았다. "칭찬을 근거로 능력자라 하여 끌어올린다면, 신하는 위로부터 이탈하여 아래로 자기들끼리 패거리를 만들 것이다." 넥스트웨이브는 정확히 그 수순을 밟고 있었다. '코드 마스터즈'는 더 이상 시스템을 위해 일하지 않았다. 그들은 리더의 '칭찬'을 얻기 위해 일했다. 그들의 리더 김 팀장은 박 대표의 귀에 달콤한 보고만을 올렸다. 반대 의견은 '팀워크를 해친다'는 명분 아래 묵살되었다. 그들은 단단한 파벌(派閥)이 되어, 리더의 눈과 귀를 독점했다.


공도(公道)의 죽음과 사리(私利)의 연회


이것은 작은 스타트업의 사소한 갈등이 아니다. 이것은 모든 제국과 왕조가 겪었던 '공(公)'과 '사(私)'의 영원한 전쟁이다. 한비자가 꿰뚫어 본 것은 인간 본성의 가장 깊은 어둠, 즉 공적인 질서보다 사적인 이익을 탐하는 속성이었다. 박 대표의 '칭찬'은 그 어둠을 키우는 가장 좋은 먹이였다. 다른 팀원들은 보았다. 실력(公)이 아니라, 리더와의 친분(私)이 보상의 기준이 되는 것을. 그들은 능력을 갈고닦는 대신, '코드 마스터즈'에게 줄을 대거나 박 대표의 비위를 맞추는 '사적인 교제'에 힘쓰기 시작했다. 공도(公道)가 무너진 자리에 사리(私利)의 연회가 벌어졌다.


한비자는 다시 말했다. "상 받는 것을 좋아하고 벌 받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공도를 버리고 사리 쪽으로 수작을 부려 작당해서 서로 감싸 줄 것이다." '코드 마스터즈'는 문제를 축소했고, 서로의 결함을 비호했다. 그들의 성은 견고했다. 그 성(城) 밖에는, 진짜 실력자들이 있었다.


개발자 이 씨. 그는 누구보다 뛰어난 개발자였다. 그는 '코드 마스터즈'가 내놓은 결과물의 치명적 결함을 알았다. 그는 시스템의 근간을 염려했다. 그는 몇 번인가 입을 열려 했다. 그러나 그의 언어는 리더에게 닿지 않았다. 그는 '팀 분위기를 해치는' 비판자로 낙인찍혔다. 그의 아이디어는 조용히 묻혔다. 이 씨의 모니터 불빛만이 새벽까지 꺼지지 않았다. 그는 이제 입을 닫는다. 이것이 멸망의 징조다.


멸망의 근본, 충신의 침묵


한비자는 군주에게 비정하게 경고했다.


"그러므로 충신은 죄 없이도 위태롭게 되고 죽임을 당하며, 간사한 신하는 공이 없는데도 편히 즐기고 이득을 보게 된다."


바로 이 풍경이다. 간악한 신하('코드 마스터즈')가 리더의 칭찬을 양식 삼아 횡행하고, 유능한 신하('이 씨')는 몸을 숨긴다. 박 대표는 '좋은 리더'가 되고 싶었을 뿐이다. 그는 '가족'을 원했을 뿐이다. 그러나 리더는 아비가 아니다. 아비는 자식을 편애할 수 있으나, 군주는 만인을 공평하게 다루는 '법' 그 자체가 되어야 한다. 온정주의적 칭찬은 가장 달콤한 독배(毒杯)이며, 공정한 시스템을 마비시키는 가장 강력한 마약이다.


이대로라면 '넥스트웨이브'는 그저 빛나는 파편들이 서로를 부수며 흩어지는 찰나의 불꽃으로 끝날 것이다. 혁신도, 열정도, 그 어떤 숭고한 비전도 '공정'이라는 대들보 없이는 사상누각이다. 한비자의 경고는 낡은 죽간 속의 문자가 아니다. 그것은 지금 이 순간에도 모든 조직의 심장을 꿰뚫는, 시퍼렇게 날이 선 칼이다. 진정한 파도는 개인이 만드는 것이 아니다. 공정한 '법'이라는 굳건한 물길 위에서만 거대한 파도는 일어난다. 안개를 걷어내고 그 차가운 물길을 내야 한다. 그것이 리더의 숙명이다.

매거진의 이전글규율 없는 천재들의 비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