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서스AI'. 그 이름은 미래였다. 인공지능의 새 지평을 열겠다던 60여 명의 젊은 영혼들이 그 깃발 아래 모였다. 그러나 지금, 혁신의 전초기지여야 할 그곳엔 정적(靜寂)만이 감돈다. 키보드 소리는 멎었고, 복도를 스치는 걸음들은 그림자처럼 가볍다. 그들 모두가 단 한 사람의 눈치를 살핀다. 창업자 강은호 대표. 그의 눈빛은 한때 별처럼 빛났으나, 이제 불안이라는 검은 안개에 휩싸여 탁해졌다.
그 안개는 강 대표의 내면에서 피어올라 조직 전체를 질식시키고 있었다. 사소한 실수에도 회의실의 공기는 얼어붙었다. 그의 초조함은 날카로운 질책이 되어 직원들의 숨통을 조였다. 이것은 단순한 리더십의 실수가 아니다. 이것은 조직의 심장이 병든 것이다. 리더의 감정은 가장 빠르고 강력하게 전염되는 병원균(病原菌)이다. 리더가 두려움에 휩싸이면, 조직은 공포에 짓눌린다. 넥서스AI의 모든 동맥이, 그 불안의 독(毒)으로 인해 경직되고 있었다.
2천 년 전, 한비(韓非)는 이 풍경을 정확히 꿰뚫어 보았다. 그는 법(法)과 술(術)과 세(勢)라는 냉철한 통치 도구를 말했으나, 그 모든 것의 전제는 결국 군주의 내면이었다. 『한비자』 「팔경(八經)」은 일갈한다. "군주가 밝지 못하면(君不明), 신하가 사특해진다(臣有私慝)."
여기서 '밝음(明)'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지식의 총량이 아니다. 그것은 불안과 욕망에 흔들리지 않는, 거울처럼 맑고 고요한 내면의 상태(虛靜)다. 강은호의 마음은 '불명(不明)'했다. 시장의 위협과 성과에 대한 조급증이 그의 내면을 어지럽혔다. 그가 '밝음'을 잃자, 그가 쥔 '술(術)'은 독(毒)이 되었다. 직원들을 믿고 맡겨야 할 통치 기술은, 모든 것을 시시콜콜 확인하고 통제하는 '마이크로매니징'이라는 비겁한 감시로 변질되었다. 그는 직원을 믿지 못했고, 직원들은 리더를 속이기 시작했다.
그의 '세(勢)', 즉 리더로서의 권위 또한 무너져 내렸다. 마키아벨리가 말한 '두려움'은 계산된 통치술이지만, 강은호가 퍼뜨린 것은 리더 자신의 제어되지 않는 '불안'이었다. 이것은 경외심이 아닌, 무력감과 패배주의를 낳았다. 직원들은 혁신을 시도하는 대신, 리더의 질책을 피하기 위해 몸을 숨겼다. 그들은 '사특'해졌다. 리더의 불안이 그들을 사적인 안위만을 도모하는 비겁자로 만든 것이다.
이것은 참혹한 희극이다. '넥서스AI'는 인류의 지성을 뛰어넘을 코드를 짜고 있었으나, 그 조직은 리더 한 사람의 가장 원초적인 '두려움'이라는 감정에 발목이 잡혔다. 최첨단의 기술이 가장 원시적인 공포에 질식당하는 현장이다. 핵심 인재들은 그 얼어붙은 공기 속에서 숨쉬기를 포기하고 떠나갔다. 한때 빛나던 스타트업은 이제 그림자만 길게 드리운 채 존폐의 기로에 섰다.
결국 조직의 운명은 리더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다. 리더의 심장이 불안에 잠식될 때, 조직의 피는 탁해지고 모든 기능은 정지한다. 한비자의 경고는 시대를 초월한다. 조직을 살리는 것은 화려한 구호나 첨단 기술이 아니다. 그것은 리더의 '밝음(明)', 그 불안 없는 고요한 내면이다. 강은호는, 그리고 모든 리더는, 먼저 자신의 내면에 드리운 그 검은 안개를 걷어내야 한다. 그곳에서부터 모든 '법'과 '술'은 다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