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새벽이었다. 패션 플랫폼 C사는 여명의 말갈기처럼 거친 황야를 질주했다. 창업 5년. MZ세대의 열광은 그 질주에 힘을 더했고, 유니콘의 뿔은 이미 영롱했다. 축배의 술이 빚어지고 있었다. 허나, 그 찬란한 성공의 정점에서, 달콤한 술 향기 대신 시큼한 초(醋) 냄새가 감돌기 시작했다. 술독 깊은 곳에서 무엇인가 썩어가고 있었다.
이천 년 하고도 수백 년 전, 한비(韓非)는 이미 이 풍경을 꿰뚫었다. 『한비자』 「외저설 우상」 편에 '구맹주산(狗猛酒酸)'의 고사가 실려 있다. 송나라 어느 마을, 천하일품의 술을 빚는 주막이 있었다. 그러나 술은 팔리지 않고 시어만 갔다. 현인의 답은 간명했다. "그대의 집 개가 너무 사납기 때문이오(狗猛也)."
아무리 좋은 술(嘉酒)이 있어도, 문 지키는 개가 으르렁대며 손님의 길을 막아서니, 누가 감히 그 술맛을 보려 하겠는가. 한비자가 겨눈 것은 '개'가 아니다. 그는 '주인'에게 말하고 있었다. 한비자에게 '개'란, 조직의 '좋은 술'(핵심 가치, 상품, 인재)이 세상(고객, 시장)과 만나는 길목을 가로막는 모든 장애물이다. 그것이 특정한 인물이든, 경직된 시스템이든, 잘못된 문화든, 그 '개'를 다스리지 못한 것은 오롯이 '주인'의 책임이다.
C사의 '사나운 개'는 개발 총괄 D팀장이다. 그는 대표와 함께 지하실에서 밤을 새우며 C사라는 왕국을 세운 개국공신(開國功臣)이었다. 그의 코드는 성벽의 벽돌이었고, 그의 열정은 로켓의 연료였다. 대표는 그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냈다. 그 신뢰는 인간적인 '정(情)'이었고, 의리였다.
그러나 조직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졌다. 새로운 피가 수혈되고 시스템이 복잡해졌다. D팀장의 '과거의 성공'은 '현재의 변화' 앞에서 낡은 지도가 되었다. 그의 자부심은 젊은 엔지니어들의 창의성을 억누르는 돌덩이가 되었다. 그의 팀은 외부와 단절된 섬이 되었고, 그 섬에서 젊은 인재들은 질식하여 떠나갔다. 그는 여전히 자신이 가장 날카로운 칼이라 믿었으나, 그 칼은 혁신이 아니라 협업의 손길을 베고 있었다.
그는 왜 '개'가 되었는가. 그가 사나워진 것인가, 아니면 주인이 그를 '사나운 개'로 만든 것인가. 한비자는 말한다. 조직이 작을 때는 '정(情)'으로 다스릴 수 있으나, 조직이 커지면 '법(法)'으로 다스려야 한다. C사 대표는 D팀장의 공(功)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그의 권한을 시스템으로 제어할 '법'을 세우지 않았다. '법'이 없으니 D팀장의 '공'은 공적 자산이 아닌 사적 권력이 되었다. 대표가 기댄 '정'은, 그 사적 권력을 방치하는 안일함의 다른 이름이었다. 그 안일함이, 충직했던 공신을 문 앞의 '사나운 개'로 변질시켰다.
술은 시어간다. 시큼한 냄새는 이미 조직 전체에 퍼졌다. C사 대표는 이제 결단해야 한다. D팀장이라는 '개'를 다스려야 한다. 이는 배신이 아니다. 더 많은 구성원의 꿈과, 조직의 미래라는 더 큰 '술독'을 지키기 위한 리더의 고독한 책무다.
그 방법은 그의 목에 방울을 달아 그 위험을 알리거나(권한 축소 및 견제), 그의 역할을 재정의하여 새로운 울타리 안에서 기여하게 하거나(직무 재배치), 혹은 정녕 방법이 없다면 새로운 문지기를 찾는(교체) 냉철함까지 포함해야 한다.
리더는 때로 가장 아끼는 자를 향해 칼을 들어야 하는, 그 비정한 '정(情)의 칼날' 위에 서야 하는 존재다. 그 칼을 들지 못할 때, 술은 속절없이 시어버리고, 리더는 '좋은 사람'으로 남되 '실패한 군주'로 기록될 것이다. 한비자의 경고는 이천 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성공의 정점에서 가장 아프게 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