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시황의 통일: 완벽한 시스템이 무너진 이유

by 조우성 변호사

진시황의 통일: 완벽한 시스템이 무너진 이유


프로세스가 만든 재앙


수요일 오후 2시, IT 본부 상황실. 모니터에 붉은 경고등이 깜빡인다. 핵심 서버에 치명적 보안 취약점이 발견되었다. 즉시 패치가 필요하다. 김 팀장의 얼굴이 굳었다. 해결책은 이미 나와 있었다. 30분이면 끝날 작업이다. 그러나 그는 키보드에 손을 댈 수 없다.

매뉴얼이 그의 손을 막는다. 긴급 패치 절차는 복잡하다. 5개 부서의 사전 승인이 필요하다. 변경관리위원회에 사유서를 제출해야 한다. 예상 소요 시간은 72시간. 시스템은 멈춰가는데, 사람은 서류만 들여다보고 있다. 이것은 코미디다. 그러나 현실이다.

결국 시스템은 마비되었다. 작은 불씨는 거대한 화재가 되었다. 회사는 수십억의 손실을 입었다. 사후 대책 회의가 열렸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 모두가 규정을 따랐을 뿐이다. 완벽한 프로세스가 완벽한 재앙을 만들었다. 이것이 당신의 회사다. 무엇이 잘못되었는가.


통제의 환상


이 문제의 본질은 무능이나 태만이 아니다. 이것은 시스템에 대한 맹신이 낳은 비극이다. 그 본질은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통제의 환상이다. 우리는 규정과 절차가 모든 위험을 막아줄 것이라 믿는다. 매뉴얼은 질서와 안정을 약속하는 성경이다. 그러나 현실은 결코 예측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시스템은 예측 가능한 과거에만 유효하다.

둘째, 판단력의 소멸이다. 시스템은 인간의 판단을 대체한다. 사람들은 더 이상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절차를 따를 뿐이다. 책임은 분산되고, 주인의식은 사라진다. 이것은 조직을 무기력한 기계 부품으로 전락시키는 것이다.

셋째, 경직성의 역설이다. 견고한 시스템은 변화에 취약하다. 작은 충격에도 구부러지지 않고 부서진다. 유연성을 상실한 조직은 살아남을 수 없다. 가장 완벽해 보이는 시스템이 가장 위험한 시스템인 것이다.


천하를 얻고 15년 만에 잃다


진시황은 역사상 가장 완벽한 시스템을 구축한 군주였다. 그는 문자를 통일했다. 도량형과 화폐를 하나로 만들었다. 전국을 36개 군으로 나누고, 중앙에서 관리를 파견했다. 모든 길은 수도 함양으로 통했다. 그의 법은 추상같았다. 작은 잘못도 용서하지 않았다.


진시황은 스스로를 ‘시황제(始皇帝)’라 칭했다. 그의 제국이 만세토록 이어지리라 믿었다.
그러나 그의 법은 너무 촘촘했다. 백성들은 숨 쉴 틈이 없었다.
(然其崗密,禁文深刻,刑罰 bagno)

그 결과는 참혹했다. 진시황이 죽자마자 제국은 흔들렸다. 사소한 법규 위반으로 처형될 위기에 놓인 농민 진승과 오광이 반란을 일으켰다.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느냐!” 그 외침에 제국 전체가 불타올랐다. 천하를 통일한 지 불과 15년 만의 일이었다.


부러지는 칼, 휘어지는 갈대


진시황은 왜 실패했는가. 그는 시스템의 힘을 믿었지만, 시스템의 한계를 보지 못했다. 그는 인간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었지만,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의 시스템은 정교한 기계와 같았다. 그러나 세상은 기계가 아니다. 예측 불가능한 변수로 가득한 생명체다. 그는 오차를 허용하지 않는 완벽한 칼을 만들었다. 그러나 그 칼은 너무 단단해서 쉽게 부러졌다.


사마천은 『진시황본기』를 통해 시스템의 숙명을 보여준다. 노자(老子)는 『도덕경』에서 물의 지혜를 말했다. 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것이 가장 강한 것을 이긴다. 진시황의 법치(法治)는 가장 강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가장 부드러운 것, 즉 민심(民心)에 무너졌다.

서양의 경영학 구루 짐 콜린스는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에서 ‘규율 있는 문화’를 강조했다. 이것은 ‘독재적 시스템’과 다르다. 시스템이 사람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규율 있는 사람이 자유롭게 행동하는 문화를 뜻한다. 진시황은 규율 있는 사람을 믿지 않았다. 그는 오직 시스템의 통제력만 믿었다. 오늘날 이것은 대기업의 관료주의로 나타난다. 스타트업이 시장을 파괴하는 힘은 자본이나 기술이 아니다. 그들의 무기는 ‘유연성’이다. 그들은 매뉴얼이 아니라 고객을 보고, 절차가 아니라 상황에 맞춰 판단한다. 이것이 진나라가 갖지 못했던 힘이다.


내일 실천할 3가지


당신의 조직이 진나라처럼 무너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 시스템에 숨 쉴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완벽함이 아니라 유연함이 당신을 살릴 것이다.


점검하라: 당신을 방해하는 ‘진시황의 법’을 찾아라.
이번 주, 당신의 업무를 가장 비효율적으로 만드는 내부 규정이나 프로세스를 하나 찾아내라. 그것이 존재하는 이유와 그것이 만드는 문제점을 10분간 기록하라. 문제를 인식하는 것이 변화의 시작이다.


질문하라: ‘왜?’라고 다섯 번 질문하라.
“원래 그렇게 해왔다”는 말을 들을 때, 멈추지 마라. 그 규칙이 처음 만들어진 이유를 향해 ‘왜’라는 질문을 다섯 번 던져라. 근본 원인을 파악하면, 더 나은 대안을 찾을 수 있다.


실험하라: ‘규칙 없는 시간’을 만들어라.
팀원들과 함께 한 달에 한 번, 2시간 동안 특정 규칙을 무시하고 일하는 ‘프로세스 샌드박스’를 운영하라.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문제 해결 방식을 실험하고 그 결과를 공유하라. 작은 균열이 단단한 벽을 무너뜨리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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