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파와 인상여: 동료가 적이 되는 순간

by 조우성 변호사

염파와 인상여: 동료가 적이 되는 순간


1. 두 마리 호랑이의 싸움


수요일 오후 2시. 임원 승진 후보자 최종 면접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영업 1팀 박 부장과 2팀 최 부장은 나란히 후보에 올랐다. 자리는 하나다. 두 사람은 입사 동기다. 한때는 가장 친한 동료였다. 회사의 핵심 프로젝트들을 함께 성공시켰다. 박 부장은 저돌적인 장수(將帥)형 리더다. 최 부장은 치밀한 전략가(戰略家)형 리더다. 둘은 달랐다. 그래서 완벽한 한 쌍이었다.

지금은 아니다.

지난주, 전사(全社) 핵심 TF. 두 사람이 공동으로 맡은 프로젝트다. 분위기는 냉랭했다. 박 부장은 최 부장 팀의 사소한 실수를 지적했다. 평소라면 옹호했을 그가, 임원들 앞에서 날을 세웠다. 최 부장은 다음 날, 박 부장에게 넘어가야 할 핵심 데이터를 '규정'을 이유로 늦게 전달했다. 미묘한 태업이다.

두 사람의 갈등은 팀 전체로 번졌다. 1팀과 2팀은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다. 서로의 흠을 찾기 시작했다. 실적은 정체됐다. 가장 기뻐하는 것은 경쟁사다.

이것이 조직의 현실이다. 가장 유능한 두 사람이, 조직의 가장 큰 골칫거리가 되었다. 둘은 승진이라는 외나무다리 위에서 만났다. 둘 다 이길 수 없는 싸움을 시작했다. 둘 중 하나가 이긴다 해도, 회사는 이미 패배했다. 이 싸움은 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가.


2. 본질은 '목표의 상실'이다


이것은 두 사람의 인성 문제가 아니다. '경쟁'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조직의 자해(自害)다. 시스템이 유능한 동료를 적으로 만든 것이다.

이 상황의 본질은 '경쟁'이 아니다. '공동의 목표 상실'이다.

이 파괴적인 갈등의 본질은 세 가지다.

첫째, '관점의 축소'다. '회사 승리'라는 거대한 목표가 '내 승진'이라는 지엽적인 목표로 축소되었다. 더 큰 적(경쟁사)을 잊고, 가장 가까운 동료를 적으로 삼았다.

둘째, '제로섬 게임의 착각'이다. 승진이라는 자원은 한정되어 있다. 이것이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는 제로섬(Zero-Sum) 인식을 강화한다. 협력의 가치는 0이 된다.

셋째, '공로의 비교 함정'이다. 박 부장(영업)과 최 부장(전략)은 기여의 방식이 다르다. 그러나 조직은 이들을 하나의 잣대로 비교한다. 서로의 다름을 '틀림'으로 공격하기 시작한다.

따라서 문제는 경쟁 그 자체가 아니다. 경쟁이 협력을 압도한 순간이다. 공동의 목표를 망각한 조직은 내부의 마찰력(摩擦力)으로 스스로 붕괴한다. 이것이 핵심이다.


3. 문경지교, 목을 내놓는 우정


이 살벌한 내부 경쟁의 원형은 2천 3백 년 전 조(趙)나라에 존재했다. 조나라에는 당대 최고의 장군 염파(廉頗)와 최고의 외교가 인상여(藺相如)가 있었다.

염파는 피로써 나라를 지킨 장수다. 인상여는 말로써 나라를 구한 문신(文臣)이다. 인상여가 진(秦)나라에서 화씨벽(和氏璧)을 지켜내고, 민지(渑池)의 회담에서 왕의 명예를 지키자, 왕은 그를 염파보다 높은 상경(上卿)에 앉혔다.

염파는 분노했다. "나는 성을 빼앗고 들에서 싸운 공이 있다. 저자는 고작 혓바닥을 놀렸을 뿐이다. 내 밑에 있던 자가 내 위에 서다니. 내가 어찌 참는가."


"염파는 공언했다. '내가 인상여를 만나면 반드시 욕보일 것이다.' 인상여는 이 말을 듣고 그를 피했다. 조회 때마다 병을 핑계로 나가지 않았다."

인상여의 부하들은 치욕을 참지 못했다. "저희는 장군을 떠나겠습니다." 인상여가 그들을 말렸다. "그대들은 염 장군과 진나라 왕 중 누가 더 두려운가?" "당연히 진나라 왕입니다." "나는 진나라 왕을 꾸짖고 그 신하들을 욕보였다. 내가 어찌 염 장군을 두려워하겠는가."


"내가 생각건대, 강한 진나라가 우리를 치지 못하는 이유는 오직 우리 두 사람(廉頗與藺相如)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 두 호랑이가 싸운다면, 둘 다 살아남지 못한다. 내가 피하는 이유는 나라의 위급함(國家之急)을 사사로운 원한(私讎)보다 앞세우기 때문이다."

염파는 이 말을 전해 들었다. 그는 웃통을 벗고 가시나무 채찍을 등에 졌다. 인상여의 문 앞까지 기어가 사죄했다. "이 비천한 놈이 장군의 뜻이 이리 큰 줄 몰랐소." 두 사람은 마침내 '문경지교(刎頸之交)', 즉 서로를 위해 목을 내놓을 수 있는 친구가 되었다.


4. 사사로움을 이기는 힘


인상여의 선택: 왜 도망쳤는가


인상여는 비겁하지 않았다. 그는 누구보다 용감했다. 그러나 그는 염파와 싸우지 않았다. 그는 '싸움의 판' 자체를 읽고 있었다.

그가 본 것은 '염파와의 서열'이 아니었다. '조나라의 운명'이었다.

인상여는 염파의 분노가 '자존심'이라는 사사로운 감정에서 비롯됨을 알았다. 자신 역시 같은 감정으로 맞선다면, 조나라는 두 개의 기둥을 동시에 잃는다. 그는 감정의 싸움에 휘말리는 대신, '진나라의 위협'이라는 더 큰 현실을 직시했다.

그의 회피는 도피가 아니었다. 국가 안보라는 대의(大義)를 위한 전략적 인내였다. 인상여는 염파의 감정을 관리했다. 염파가 스스로 부끄러움을 깨닫고 더 큰 목표에 동참할 시간을 벌어주었다. 그는 염파를 이긴 것이 아니라, 염파를 얻었다.


동서양의 협력 법칙


사마천은 『염파인상여열전』을 통해 명확한 메시지를 던진다. 조직의 가장 큰 위기는 외부의 강적이 아니라, 내부의 불화다.

이 통찰은 동양 병법의 근간이다. 손자(孫子)는 '모공(謀攻)' 편에서 승리의 다섯 가지 조건을 말했다. 그중 하나가 '상하동욕자승(上下同欲者勝)'이다. 위아래가 같은 목표를 가질 때 승리한다는 뜻이다. 염파와 인상여가 서로 다른 욕망을 가졌을 때 조나라는 위태로웠다. 둘이 '타도 진나라'라는 같은 목표를 갖게 되자 조나라는 강해졌다.

이 원리는 서양의 조직 심리학과 정확히 일치한다. 사회 심리학자 무자퍼 셰리프(Muzafer Sherif)의 '강도들의 동굴(Robber's Cave) 실험'은 전설적이다. 그는 소년들을 두 집단(이글스, 래틀러스)으로 나누어 극심한 경쟁을 시켰다. 두 집단은 서로를 증오했다. 셰리프는 이들을 화해시키기 위해 '상위 목표(Superordinate Goal)'를 제시했다. '물탱크가 고장 났다', '식량 트럭이 고장 났다' 등, 두 집단이 힘을 합치지 않으면 아무도 생존할 수 없는 공동의 위기다. 위기 앞에서 두 집단은 마침내 협력했다.

인상여가 염파에게 제시한 것이 바로 이 '상위 목표'였다. "진나라가 쳐들어온다."


현대의 적용: '상위 목표'를 설정하라


오늘날 박 부장과 최 부장은 염파와 염파의 싸움을 하고 있다. 둘 다 자신의 공로만 주장하며, 공동의 적(시장)을 잊었다.

그들의 리더는 무엇을 했어야 하는가. 두 사람을 경쟁시킨 것이 최악의 패착이다. 리더는 두 사람에게 '상위 목표'를 주었어야 했다. "박 부장의 영업력과 최 부장의 전략이 합쳐지지 않으면, 우리는 3분기에 저 경쟁사에게 시장을 빼앗길 것입니다. 승진은 그 이후의 문제입니다."

조직 내 경쟁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은 '누가 더 상위 목표에 기여하는가'를 겨루는 경쟁이어야 한다. 동료를 밟고 일어서는 경쟁이 아니다.

인상여의 위대함은 자신의 공을 내세우지 않고, 염파의 공을 인정하며 더 큰 판으로 그를 초대한 것이다. 박 부장과 최 부장 중 한 사람이 먼저 인상여가 되어야 했다. "최 부장, 자네의 전략이 필요하네." 혹은 "박 부장, 자네의 실행력 없이는 안 되네." 그 한마디가 두 마리 호랑이를 살리고 조직을 구했을 것이다.


5. 적이 된 동료를 다시 얻는 행동 지침


당신의 동료가 경쟁자로 변했는가. 협력 대신 견제가 일상이 되었는가. 그렇다면 싸움의 판을 바꿔야 한다. 사사로운 감정을 넘어설 '상위 목표'를 설정하라.


내일 실천할 3가지

'공동의 적'을 명확히 하라. 회의(15분)를 시작할 때, "우리의 진짜 적은 내부가 아니라 외부의 [경쟁사 이름/시장 점유율 하락]입니다."라고 선언하라. 인상여가 '진나라'를 상기시켰듯, 조직의 시선을 외부로 돌려라.


경쟁자의 공로를 공개적으로 인정하라. 경쟁 관계에 있는 동료의 강점을 찾아, 다음 회의에서 "이번 일은 [동료 이름]의 [구체적 강점] 덕분에 가능했다"고 구체적으로 칭찬하라. 염파의 마음을 녹인 것은 인상여의 '존중'이었다.


먼저 도움을 요청하라. 당신이 잘하는 일이 아니라, '당신이 못하고 그가 잘하는 일'을 그에게 공식적으로 요청하라. "이 부분은 제가 부족하니 [동료 이름]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이는 상위 목표를 위한 가장 강력한 협력의 신호다. 이것이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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