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기의 실수: 능력으로만 인정받을 수 없는 이유

by 조우성 변호사


오기의 실수: 능력으로만 인정받을 수 없는 이유


1. 에이스의 그림자


오후 3시, 2분기 실적 보고 시간이다. K팀장이 발표한다. 그래프는 완벽하다. 숫자는 거짓말을 안 한다. 목표 대비 120% 달성. 그는 회사의 에이스다. 모두가 K팀장의 능력을 안다.


그러나 회의실 공기는 차갑다. K팀장의 팀원들은 입을 닫았다. 그들은 숫자의 일부가 된 듯 고요하다.


발표가 끝났다. 임원이 묻는다. "K팀장, 성과는 좋은데. 팀 분위기는 왜 이렇지?" K팀장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다. "결과가 증명합니다. 과정은 중요치 않습니다." 그는 단언했다.


회의실 밖, 팀원들의 이야기는 다르다. "숫자 말고는 아무것도 안 본다." "우리는 그냥 부품이다." "그와 일하기 싫다." K팀장의 탁월함이 조직을 망가뜨린다. 이것이 현실이다. 능력은 출중하다. 왜 그는 미움받는가.


2. 능력이라는 무기


K팀장의 문제는 개인의 성격 문제가 아니다. 조직의 역학 문제이다. 이 상황의 본질은 세 가지다.


첫째, 성과와 관계의 분리다. 그는 성과가 관계를 대체할 수 있다고 믿는다. 둘째, 공감의 부재다. 그는 동료의 감정을 성과 달성을 위한 비용으로 취급한다. 셋째, 능력의 함정이다. 자신의 탁월한 능력이 모든 반론을 덮을 수 있다는 오만이다.


결국 본질은 이것이다. '인정'은 숫자로만 구성되지 않는다. 조직은 기계가 아니다.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다. 탁월한 능력은 종종 타인의 감정을 무시하는 가장 날카로운 무기가 된다. K팀장은 그 무기를 동료에게 휘두른 것이다.


3. 마음을 얻고 동료를 잃다


사마천은 『오자오기열전(吳子吳起列傳)』에 오기(吳起)를 기록했다. 그는 당대 최고의 전략가였다. 위(衛)나라 출신으로 노(魯)나라를 섬겼고, 다시 위(魏)나라로 갔다.


위나라 문후(文侯)가 그에게 물었다. "진(秦)나라가 서쪽을 압박하는데 어찌할까?" 오기는 성벽 밖으로 나갔다. 병사들과 함께 섰다. 흙먼지를 뒤집어썼다. 병사들과 같은 음식을 먹었다.



"오기는 병사들 중 종기가 난 자가 있자, 직접 입으로 그 고름을 빨아주었다."



병사의 어미가 이 소식을 듣고 대성통곡했다. "그의 아비도 장군이 종기를 빨아준 뒤, 죽음을 무릅쓰고 싸우다 전사했습니다. 내 아들도 이제 죽을 것입니다."


오기는 병사의 마음을 얻었다. 연전연승했다. 그러나 그는 동료의 마음은 잃었다. 그의 공적을 시기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는 결국 위나라를 떠나 초(楚)나라로 망명했다.


4. 공감, 가장 강력한 통찰


선택적 공감의 함정


오기의 선택은 철저히 계산된 것이었다. 그는 '공감'을 승리를 위한 도구로 썼다. 병사들의 환심을 사는 것이 전쟁에서 이기는 가장 빠른 길이라 판단했다. 그는 사람의 마음을 얻는 법을 알았다.


하지만 그는 '필요한' 사람에게만 공감했다. 자신보다 낮은 병사에게는 관대했다. 자신과 대등하거나 높은 동료 귀족들에게는 오만했다. 그는 공감을 '관리'의 대상으로 본 것이다. 이것은 진정한 공감이 아니었다.


재능이 덕을 이길 때


오기의 비극은 이 '선택적 공감'에서 시작한다. 이는 공감이 아니다. 교묘한 통제일 뿐이다. 사마천은 그의 화려한 공적과 비참한 몰락을 나란히 기록했다. '재승덕(才勝德)'의 위험을 경고한 것이다. 재주가 덕을 이기면 반드시 무너진다는 뜻이다.


손자(孫子) 역시 병법에서 장수의 다섯 가지 덕목, '지신인용엄(智信仁勇嚴)'을 말했다. 장수는 '인(仁)', 즉 어짊을 갖춰야 한다. 병사를 갓난아이처럼, 사랑하는 자식처럼 여겨야 한다. 그러나 손자가 말한 '인'은 오기의 쇼맨십이 아니다. 위아래를 가리지 않는 진정한 관심이다.


서양의 경영학자 짐 콜린스(Jim Collins)는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에서 '단계 5의 리더십(Level 5 Leadership)'을 말했다. 위대한 기업을 이끄는 리더는 개인적 겸손(Humility)과 직업적 의지(Will)를 동시에 갖춘다. 오기는 강철 같은 의지만 있었다. 겸손이 없었다. 심리학자 대니얼 골먼(Daniel Goleman)은 이것이 '감성 지능(Emotional Intelligence)'의 핵심이라 정의했다. 특히 '사회적 인식(Social Awareness)', 즉 타인의 감정을 읽고 관계를 관리하는 능력이 리더의 성패를 가른다.


K팀장, 21세기의 오기


오늘날 K팀장의 모습이 바로 오기의 모습이다. 그는 자신의 팀원에게만 엄격한 기준을 들이댄다. 동료 팀장의 고충은 무시한다. 자신의 성과를 위해 타 부서의 희생을 당연시한다.


이것이 조직 내 '사내 정치'를 만든다. 능력이 뛰어날수록 그가 만드는 적도 강력하다. 적들은 연합한다. 결국 그는 고립될 것이다. 오기가 모든 나라에서 추방당하고 결국 초나라에서 비참하게 죽었듯이 말이다.


능력은 공감과 함께할 때 비로소 무기가 된다. 공감 없는 능력은 자신을 찌르는 칼일 뿐이다.


5. 내일 실천할 3가지


능력이 당신의 발목을 잡게 두어선 안 된다. 인정받는 능력자가 되기 위해, 내일 당장 실천할 3가지 지침이다.


경청하라: 다음 회의에서 당신의 의견과 다른 주장을 끝까지 듣는다. (측정 기준: 반론을 제기하기 전, 상대의 말을 요약하며 되묻기)


질문하라: 동료에게 '숫자'가 아닌 '감정'이나 '과정'을 질문한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라고 묻고 답을 기록하라.)


인정하라: 당신의 성과 달성에 도움을 준 타 부서 동료 1명에게 구체적인 감사를 표현한다. (기대 효과: 방어막을 낮추고 신뢰의 다리를 놓는다.)



공감은 재능이 아니다. 의식적인 훈련이다. 이것이 오기를 넘어서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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