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질서는 전염된다 — 유리창이 증명한 것

by 조우성 변호사

[마음의 실험실] 무질서는 전염된다 — 유리창이 증명한 것



# 방치된 차, 그리고 시작된 약탈


1969년, 캘리포니아 팔로알토. 유리창이 하나 깨진 자동차가 길가에 서 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본다. 그러나 아무도 손대지 않는다. 며칠이 지난다. 차는 그대로다. 같은 시각, 뉴욕 브롱크스. 똑같이 유리창이 깨진 차가 길가에 있다. 처음에는 역시 반응이 없다.


필립 짐바르도는 이제 실험을 시작한다. 연구팀이 차의 보닛을 연다. 부품 몇 개를 떼어낸다. 그러자 변화가 온다. 지나가던 사람이 멈춘다. 차를 들여다본다. 타이어를 빼간다. 다른 사람이 온다. 라디오를 가져간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사람이 모인다. 차는 완전히 해체된다. 흥미롭게도 팔로알토의 차도 비슷한 경로를 밟는다. /첫 번째 파괴가 허락되는 순간, 무질서는 전염병처럼 번진다./


# 보이지 않는 허가증


짐바르도가 발견한 것은 인간 심리가 작동하는 방식이다. 사람들은 깨진 유리창을 본다. 그 유리창은 말한다. "이곳은 관리되지 않는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당신이 무엇을 해도 괜찮다." 사소한 무질서가 하나의 신호가 되고, 그 신호는 보이지 않는 허가증이 된다.


'깨진 유리창 이론(Broken Windows Theory)'의 핵심이다. 범죄나 일탈이 개인의 본성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라 환경이 주는 메시지에서도 촉발된다는 것. /우리는 상황이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행동하며, 그 범위는 깨진 유리창 하나로도 충분히 확장된다./


개인의 차원에서 보면 책임의 분산이다. 이미 깨진 것, 이미 망가진 것에 내가 추가로 손을 대는 건 크게 나쁜 일이 아니라고 스스로를 설득한다. 사회적 차원에서는 규범의 붕괴다. 하나의 무질서가 방치되면 다른 무질서도 용인될 거라는 기대가 형성되고, 공동체의 암묵적 합의가 무너진다. 철학적으로는 악의 평범성에 대한 또 다른 증거다. 보통 사람들이 약탈자가 되는 데 필요한 것은 거창한 동기가 아니라 단지 깨진 유리창 하나면 충분하다.


# 지하철에서 도시로


보라. 1990년대 뉴욕의 변화를. 당시 뉴욕 지하철은 범죄의 온상이었다. 살인, 강도, 마약. 경찰은 중범죄 단속에 집중했다. 그러나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새로 부임한 교통국장은 다른 접근을 택한다. 무임승차 단속, 낙서 제거, 깨진 창문 수리. /사소해 보이는 것들부터 바로잡기 시작했다./ 많은 이들이 비웃었다. 살인이 일어나는 판에 낙서가 무슨 소용이냐고. 그러나 몇 년 후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중범죄율이 급격히 떨어진다. 깨진 유리창을 고치자 도시 전체가 회복되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 삶도 다르지 않다. 회사에서 작은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큰 약속도 무너진다. 학교에서 사소한 규칙이 무시되면 더 심각한 일탈이 생긴다. 온라인 공간에서 경미한 욕설이 방치되면 혐오와 폭력이 일상이 된다. 깨진 유리창은 물리적 공간에만 있는 게 아니다.


# 이론의 균열


이 이론에도 깨진 유리창이 있다. 뉴욕의 범죄율 감소가 정말 무임승차 단속 때문이었는지는 논란이다. 같은 시기 경제 호황, 인구 구조 변화, 다른 정책들의 효과일 수도 있다. 인과관계를 입증하기는 어렵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이론이 과잉 단속을 정당화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사소한 위반에 대한 무자비한 처벌, 특정 집단에 대한 차별적 단속. 깨진 유리창 이론은 때로 권력의 편의적 도구가 되었다.


# 우리가 고쳐야 할 것


그럼에도 짐바르도의 실험이 던지는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우리는 어떤 유리창을 방치하고 있는가./ 직장에서의 작은 불공정, 일상의 미세한 폭력, 공동체의 사소한 무질서. 이것들을 그냥 두면 어떻게 되는가.


답은 명확하다. 첫 번째 유리창이 깨지는 순간이 중요하다. 그것을 즉시 고치느냐, 아니면 방치하느냐에 따라 공동체의 운명이 갈린다. 누군가는 이것을 엄격함이라 부르고, 누군가는 세심함이라 부른다. /하지만 본질은 같다. 작은 것을 지키는 것이 전체를 지키는 일이라는 것./


짐바르도의 차는 결국 완전히 부서졌다. 첫 타이어를 훔친 사람, 첫 라디오를 빼간 사람, 첫 돌을 던진 사람. 그들은 자신이 무엇을 시작했는지 알았을까. 깨진 유리창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깨뜨리는 사람의 책임만큼이나, 깨진 채로 두는 사람의 책임이기도 하다. 당신 앞에 깨진 유리창이 있다면, 지금 무엇을 할 것인가.


* 요약 인포그래픽

https://codepen.io/odpyjxhw-the-decoder/full/LEGKj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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