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친구의 승진 소식이 나를 초라하게 만드는가?

by 조우성 변호사

[인간 본성의 이해] 친구의 승진이 나를 아프게 하는 진화적 이유


마흔한 살 김수진 차장은 금요일 오후 4시, 강남역 근처 카페에서 대학 동기의 인스타 스토리를 보았다. 같은 해에 입사한 친구 박지영이 이사로 승진했다는 소식이었다. 축하 댓글이 줄을 이었다. 수진의 손이 떨렸다. 화면을 껐다. 다시 켰다. "축하해"라고 쓰다가 지웠다. 가슴 한가운데가 무너졌다.


목구멍이 조였다. 지난주 분기 실적 발표 때 팀장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수진 차장, 좀 더 적극적으로." 판교 테크노밸리 사무실 3층 회의실, 그 차가운 형광등 아래서 고개를 끄덕이던 자신의 모습. 지영과 자신은 같은 해 입사했다. 여대 경영학과 01학번, 똑같은 출발선. 그런데 지영은 이사, 자신은 여전히 차장.


이성은 말했다. 친구의 성공을 기뻐해야 한다고. 남의 승진이 내 실패가 아니라고. 그러나 감정은 달랐다. / 그녀가 느낀 것은 축하가 아니라, 자신이 뒤처졌다는 씁쓸한 자각이었다. / 같은 학번, 같은 스펙, 비슷한 출발선. 그런데 왜 지영은 이사가 되고 자신은 여전히 차장인가. 왜 나는 친구의 성공을 순수하게 기뻐할 수 없는가.


# 20만 년 된 경보장치


이 반응은 우연이 아니다. 뇌는 이유를 알고 있다.


10만 년 전 아프리카 사바나에서, 우리 조상은 제한된 자원을 두고 경쟁했다. 먹을 것, 배우자, 동맹. 모두에게 돌아갈 만큼 충분하지 않았다. 누군가의 성공은 나의 기회가 줄어듦을 의미했다. 특히 같은 집단 내 경쟁자가 더 높은 지위를 얻으면, 그것은 직접적 위협이었다.


진화심리학자 데이비드 버스David Buss는 1989년 37개 문화권을 조사하면서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인간은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의 성공에 유독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는 이를 '상대적 지위 경쟁relative status competition'이라 불렀다. 우리 뇌는 절대적 성취가 아니라, 상대적 위치에 반응한다. 연봉 5천만 원도 주변이 3천만 원이면 만족스럽다. 연봉 8천만 원도 주변이 1억이면 초라하다. / 비교는 본능이다. 생존과 번식의 역사가 만든 정교한 측정 장치다. /


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Leon Festinger가 1954년 제시한 '사회 비교 이론social comparison theory'은 이를 뒷받침한다. 인간은 자신의 능력과 의견을 평가하기 위해 타인과 끊임없이 비교한다. 특히 자신과 유사한 사람, 같은 나이, 같은 학력, 같은 직장에 있는 이와의 비교가 가장 강렬하다. 낯선 재벌의 성공보다 옆자리 동료의 승진이 더 아픈 이유다.


버스는 '짝짓기 시장mating market'이라는 개념으로 이를 설명한다.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는 이의 지위 상승은 나의 상대적 매력도를 떨어뜨린다. 동료의 승진은 단순히 그의 성공이 아니다. 같은 자원을 두고 벌이는 게임에서 상대의 점수가 올라간 것이다. 진화는 이 미묘한 계산을 우리 안에 심어 두었다.


# 한국 사회의 증폭 구조


진화적 경보는 현대 한국에서 과잉 작동한다. 압축 성장은 비교를 국민적 습관으로 만들었다. 대치동 학원가의 줄 세우기, 학번과 학벌로 사람을 나누는 문화, 송파구 아파트 평수와 수입차 브랜드로 지위를 측정하는 시선. SNS는 이 비교를 24시간 작동시킨다. 인스타 스토리, 링크드인 프로필, 페이스북 타임라인. 우리는 끊임없이 확인한다. 누가 더 앞서 있는지를.


# 문화가 말하는 것


의문이 남는다. 모든 문화가 이렇게 비교에 집착하는가?


문화심리학자 리처드 니스벳Richard Nisbett의 연구는 흥미로운 차이를 보여준다. 동아시아 문화권은 서구에 비해 관계 속 상대적 위치에 더 민감하다. 유교적 위계 문화, 집단주의 전통이 비교 본능을 강화했다는 것이다. 남태평양 통가 왕국의 공동체 문화에서는 개인의 성공이 집단 전체의 자랑으로 여겨진다. 비교가 아니라 공유의 문화다.


심리학자 캐럴 드웩Carol Dweck은 성장 마인드셋growth mindset 연구를 통해 비교의 초점을 바꿀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타인과의 비교가 아니라 어제의 나와의 비교.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함께 성장하는 관점. 선택은 본능의 발현 방식을 바꾼다.


# 진화론에 대한 의문


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Stephen Jay Gould는 진화심리학의 '적응주의 편향adaptationist bias'을 비판했다. 모든 심리 현상을 진화적 적응의 결과로 설명하려는 경향이다. 시샘도 그저 진화의 산물인가? 페미니스트 생물학자 앤 포스토-스털링Anne Fausto-Sterling은 진화심리학이 사회적 불평등을 자연화하고 정당화하는 도구로 사용될 위험을 경고한다. 경쟁이 본능이라는 설명이 약육강식의 사회 구조를 옹호하는 논리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Pierre Bourdieu는 이를 '아비투스habitus'로 설명한다. 경쟁 사회가 내면화한 습관적 성향. 시샘은 진화가 아니라 학습의 결과일 수 있다.

진화는 성향을 만들지만 문화는 그 표현을 결정한다. / 우리는 비교하도록 설계되었지만, 무엇을 비교할지는 선택할 수 있다. / 친구의 성공이 내 실패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 본성을 아는 것


결국 시샘은 도덕적 결함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정교하게 설계된 비교 본능의 작동이다. / 우리는 이 신호를 인식할 수 있다. / 친구의 승진 소식에 가슴이 먹먹할 때, 그것이 상대의 잘못도 나의 부족함도 아니라는 것을. 단지 뇌가, 제한된 자원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만든 오래된 경보 장치가 울리는 것뿐이라는 것을.


우리는 비교를 멈출 수 없다. 그러나 비교의 대상을 바꿀 수 있다. 타인이 아니라 어제의 나와. 승리가 아니라 성장을. 옆 사람의 이사 승진이 아니라, 작년보다 나아진 나의 기획서를. 동료의 연봉이 아니라, 한 달 전보다 능숙해진 나의 프레젠테이션을.


이해는 자유의 시작이다. 본능을 아는 것은, 본능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첫걸음이다. 시샘이 찾아올 때, 우리는 묻는다. 이것은 정말 내 생각인가, 아니면 20만 년 전 사바나의 메아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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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약 인포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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