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손실은 키우고 이익은 잘라낼까

by 조우성 변호사

[조직과 삶을 바꾸는 선택의 기술 - 행동경제학] 왜 손실은 키우고 이익은 잘라낼까


민호 씨는 5만 원에 산 주식을 보고 있다. 지금 가격은 3만 원이다. /손실은 확정하지 않으면 손실이 아니라는, 이상한 논리가 그를 붙잡는다./ "곧 회복될 거야." 매일 아침 HTS를 켜며 되뇌는 주문이다. 주식은 2만 원까지 떨어진다.

한편 6만 원까지 오른 주식도 있다. 1만 원 벌었다. 그런데 이번엔 "더 오를 수도 있는데"라는 욕심이 발목을 잡는다. 망설이다 결국 4만 원에 판다. 손실은 키우고 이익은 줄이는 이 패턴, 왜 반복되는 걸까?

투자의 세계엔 이상한 일이 있다. 떨어지는 주식은 끝까지 붙잡고, 오르는 주식은 성급하게 팔아치운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정반대여야 한다. 손실은 빨리 정리하고 이익은 키워야 하지 않나. 그런데 대부분의 투자자는 반대로 행동한다. 왜 그럴까? 이 물음에 답하려면 인간의 뇌가 손실과 이익을 어떻게 다르게 처리하는지 들여다봐야 한다.


# 손실의 고통은 이익의 기쁨보다 두 배 크다


행동경제학의 핵심 개념인 '손실회피(Loss Aversion)'를 보자.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가 1979년 전망이론에서 발견한 원리다. 내용은 간단하다. /인간은 같은 금액의 이익보다 손실에 2배 이상 민감하게 반응한다./ 10만 원을 얻는 기쁨보다 10만 원을 잃는 고통이 2배 크다. 그래서 손실을 확정하는 순간을 최대한 미룬다.

초등학생에게 설명한다고 생각해보자. 용돈 1만 원을 받았을 때의 기쁨, 그리고 1만 원을 잃어버렸을 때의 슬픔. 어느 쪽이 더 강렬한가? 당연히 잃어버렸을 때다. 성인의 투자 세계도 마찬가지다. 손실을 회피하려는 본능이 합리적 판단을 압도한다.

여기에 '보유효과(Endowment Effect)'가 가세한다. 내가 소유한 것은 실제보다 더 가치 있다고 느끼는 심리다. 5만 원에 산 주식이 3만 원이 되어도 "내 것"이기에 가치를 부풀린다. "곧 오를 거야"라는 희망은, 사실 보유효과가 만들어낸 환상에 가깝다.


# 10명 중 8명이 같은 함정에 빠진다


테런스 오딘 교수는 1만 명의 투자자를 5년간 추적했다. 결과는? 82%의 투자자가 '처분효과(Disposition Effect)'에 빠져 있었다. 처분효과란 이익이 난 주식은 빨리 팔고 손실이 난 주식은 계속 보유하는 경향을 말한다.

실험에서 투자자들은 평균적으로 이익 난 주식을 50일 만에 팔았다. 반면 손실 난 주식은 124일을 보유했다. 손실 주식을 이익 주식보다 2.5배 더 오래 붙잡고 있었던 것이다.

더 흥미로운 건 그 다음이다. 투자자들이 팔아치운 '이익 주식'은 그 후 평균 15% 더 올랐다. 반대로 붙잡고 있던 '손실 주식'은 추가로 8% 더 떨어졌다. /우리의 직관은 투자에서 거의 항상 틀린다는 얘기다./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이 이 문제를 더 악화시킨다. 손실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는 "곧 반등할 것"이라는 뉴스만 찾아 읽는다. 반대 의견은 애써 외면한다. 카카오톡 주식방에서도, 유튜브 알고리즘에서도, 자신의 믿음을 지지하는 정보만 수집하게 된다.


# 회의실에서도, 부부 싸움에서도


이 원리는 투자를 넘어 삶의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회사에서 실패가 명백한 프로젝트를 보라. 팀장은 "이미 3개월을 투입했다"며 계속 밀고 나간다. 매몰비용의 오류다. 손실을 확정하기 싫어서 더 큰 손실로 달려가는 것이다.

스타트업 투자도 비슷하다. 초기 투자금 5억을 넣은 회사가 침몰하고 있다. 투자자는 "여기서 그만두면 5억이 날아간다"며 추가로 3억을 더 넣는다. 결국 8억을 모두 잃는다.

부부관계는 어떤가. 5년을 함께한 관계가 명백히 파국으로 치닫는다. 그런데 "5년을 버렸는데"라는 생각이 결별을 막는다. 자녀 교육도 그렇다. 2년간 다닌 학원이 효과가 없다. 성적은 오히려 떨어졌다. 부모는 "여기까지 투자한 걸 생각하면"이라며 계속 보낸다.

배달의민족에서 치킨을 주문했다. 1시간째 안 온다. "취소하면 지금까지 기다린 시간이 아깝다"며 계속 기다린다. 손실회피는 이렇게 일상 곳곳에서 우리를 붙잡는다.


# 매수 버튼을 누르기 전에


손실회피의 함정에서 벗어나려면 시스템이 필요하다. 주식 매수 시점에 감정이 아니라 숫자로 판단 기준을 세워야 한다. "이 주식이 20% 떨어지면 무조건 판다"고 미리 정하는 것이다.

증권앱에서 손절가와 목표가를 동시에 설정하고 자동 주문을 거는 게 좋다. 감정이 개입할 여지를 시스템으로 차단하는 것이다. 매주 일요일 저녁, 보유 종목을 보며 이렇게 자문해보자. /"내가 이 주식을 갖고 있지 않다면, 지금 이 가격에 살까?"/ 대답이 '아니오'라면 월요일 장 시작과 동시에 팔아야 한다.

투자 일지를 쓰는 것도 방법이다. 매수 이유, 목표가, 손절가, 실제 결과를 기록한다. 3개월마다 패턴을 분석한다. "나는 언제 손실회피에 빠지는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을 때 비로소 통제가 시작된다.

분기마다 전체 포트폴리오를 재평가하는 것도 필요하다. "오늘 계좌가 비어 있다면, 이 종목들을 다시 살까?" 이 기준으로 냉정하게 판단한다. 쿠팡에서 장바구니를 비우듯, 손실 종목을 과감히 정리해야 한다.


# 손실은 확정해야 끝난다


우리는 손실을 확정하는 순간의 고통을 견디지 못한다. 그래서 "아직 팔지 않았으니 손실이 아니야"라고 자기 합리화를 한다. 하지만 떨어지는 주식을 붙잡는 순간, 더 큰 손실의 구덩이로 걸어 들어가는 것이다.

/손실을 인정하는 것은 패배가 아니라 다음 기회를 위한 자본의 재배치다./ 성공하는 투자자는 손실을 빨리 자르고 이익을 키운다. 실패하는 투자자는 그 반대로 행동한다. 차이는 단 하나, 손실회피 본능을 시스템으로 통제하느냐 마느냐다.


* 요약 인포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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