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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Read Beyond

AI 시대, 잉카가 될 것인가 스페인이 될 것인가

by 조우성 변호사

[Read Beyond] 총균쇠 (2) AI 시대, 잉카가 될 것인가 스페인이 될 것인가


보고서가 완성됐다. 30분 만이다. 옆자리 박 대리가 ChatGPT 창을 닫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김 과장은 여전히 엑셀과 씨름 중이다. 수식을 복사하고, 데이터를 정렬하고, 그래프를 그린다. 벌써 3시간째다. 모니터 불빛이 눈을 찌른다. 퇴근 시간은 한참 전에 지나갔다. / 같은 일이었다. 다만 무기가 달랐을 뿐이다. /


# 500년 전 카하마르카, 오늘의 사무실


1532년 페루 카하마르카 광장. 168명의 스페인군이 8만 잉카군을 제압했다.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총, 균, 쇠』에서 이 기이한 승리의 비밀을 파헤쳤다. 쇠갑옷, 칼, 화약총, 말. 잉카의 돌도끼와 면갑옷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 기술 격차가 문명의 운명을 갈랐다. 총을 가진 자가 역사를 썼다. /


그런데 2025년 사무실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생성형 AI를 쓰는 사람과 안 쓰는 사람 사이에 생산성 격차가 벌어진다. McKinsey 보고서를 보면 AI 도구를 활용하는 직원이 그렇지 않은 직원보다 훨씬 빠르다. 분야에 따라선 몇 배씩 차이가 난다. 기술 수용성이 새로운 계급을 만들고 있다. "나도 배워야 하나? 근데 어디서부터?" 김 과장의 머릿속을 스치는 물음표. 곧 사라진다. 거부하는 자는 잉카처럼 무너질 수 있다.


# 환경이 결정하는가, 선택이 결정하는가


다이아몬드는 기술이 지리에 따라 퍼진다고 봤다. 유라시아 대륙의 동서축은 기후가 비슷해서 농작물과 기술이 빠르게 확산됐다. 아프리카와 아메리카의 남북축은 달랐다. 기후 장벽에 막혀 고립됐다. 중국 명나라는 1405년부터 1433년까지 정화의 대항해를 벌였지만, 정화가 죽자 바다를 등졌다. 쇄국으로 돌아섰다. 일본 도쿠가와 막부는 총포 제조를 금지하며 화기 기술을 멈춰 세웠다. 혁신을 거부한 사회는 역사에서 뒤처졌다.


다이아몬드가 놓친 게 있다. 환경이 기술 수용을 결정한다고 했지, 개인이 어떤 학습 환경을 능동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 16세기 총은 국가의 독점물이었다. 2025년 AI는 다르다. 누구나 쓸 수 있다. /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이 말한 파괴적 혁신의 시대다. 에버렛 로저스가 분류한 혁신 수용자 곡선 위에서 당신은 어디쯤 서 있나. 얼리 어답터인가, 라가드인가. 2025년 직장인이 답해야 할 질문이다.


# 총을 만들 필요는 없다


총을 만들 필요는 없다. 쏘는 법만 배우면 된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은 현대판 사격술이다. AI와 협업하는 건 말을 탄 기병이 되는 것과 같다. 속도와 기동력을 얻는다. / 기술 결정론에 굴복할 이유도, 개인의 무력함에 좌절할 이유도 없다. / 우리는 선택할 수 있다. 어떤 도구를 익힐 것인가. 어떤 네트워크에 속할 것인가. 어떤 정보의 축 위에 설 것인가. 거창한 혁명이 아니라 작은 실천이 운명을 바꾼다.


# 오늘부터 시작하는 생존법


오늘 퇴근 후 ChatGPT 계정부터 만들어보자. 업무 이메일 초안 하나 작성시켜 보는 거다. 다음 주 팀 회의 때 AI 활용 사례를 공유한다. 월 1회 'AI 활용법' 스터디를 제안해 본다. 한 달 안에 유튜브에서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강의 3개를 듣는다. 나만의 템플릿 라이브러리를 만든다. 시간이 없다면? 출퇴근 시간 20분이면 된다. 돈이 없다면? 무료 도구로 시작한다. 용기가 없다면? 작은 실험부터 한다. 측정 가능한 행동만이 변화를 만든다.


김 과장이 마우스를 놓았다. 박 대리 모니터는 이미 꺼져 있다. 사무실이 고요하다. 피사로가 아타우알파를 사로잡던 그 순간의 기술 격차가 오늘 이 책상 위에서 재현되고 있다. 역사는 증명했다. 도구를 거부한 문명이 어떻게 사라지는지. / 당신 책상 위엔 지금 어떤 무기가 놓여 있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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