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의 종말』소유하지 않는 세대의 탄생

by 조우성 변호사

[Beyond Reading] 『소유의 종말』(제러미 리프킨)(1) 소유하지 않는 세대의 탄생



# 당신의 카드 명세서가 말해주는 것


지난달 카드 명세서를 한번 펴보라. 당신은 도대체 무엇을 샀는가? 아니, 질문을 바꿔야겠다. 당신은 무엇을 '구독'했는가?


넷플릭스로 영화를 보고, 멜론으로 음악을 듣는다. 쿠팡 로켓와우와 배민 멤버십은 숨 쉬듯 자연스럽다. 어쩌면 당신 지갑에서 나간 돈의 절반은 손에 잡히는 물건이 아니라, 어딘가에 접속하기 위한 입장료였을지도 모른다.


통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2025년 한국 20대의 자동차 소유율은 1995년의 절반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그들이 가난해서 차를 안 사는 게 아니다. 쏘카가 있고 타다(Tada)가 있는데 굳이 세금을 내며 쇳덩어리를 소유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제러미 리프킨이 2000년에 예언한 세상, 우리는 이미 그 한복판에 살고 있다.


# 시장은 사라지고 네트워크만 남았다


리프킨은 그의 저서 『소유의 종말』에서 섬뜩한 예언을 던졌다. 자본주의의 문법 자체가 바뀐다는 것이다. 우리가 알던 산업자본주의는 '내 것'이라는 재산권(Property rights)이 핵심이었다. 돈을 내고 물건을 가져오면 거래는 끝. 깔끔했다.


하지만 네트워크 자본주의는 다르다. 여기서는 접속권(Access rights)이 왕이다. 기업은 물건을 파는 게 아니라 서비스를 빌려준다. GM이 차를 파는 대신 리스 사업에 열을 올리고, 어도비가 CD 패키지 판매를 중단하고 구독 모델로 돌아선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 소유가 무거운 짐이 되는 순간, 접속은 자유를 향한 가벼운 날개가 된다. /


그의 말대로 시장은 점점 흐릿해지고 그 자리를 촘촘한 네트워크가 채우고 있다. 관계는 일회성 거래로 끝나지 않는다. 24시간 연결된 채 지속된다. 케빈 켈리 역시 거들었다. 소유보다 접속이 우월한 이유가 무려 12가지나 된다고. 유지보수의 귀찮음은 사라지고, 언제든 최신 버전으로 갈아탈 수 있는 자유. 거부하기 힘든 유혹이다.


# 접속의 역설, 우리는 정말 자유로운가


그렇다면 이제 소유의 시대는 완전히 끝난 걸까? 재미있는 건, 이 거대한 흐름에도 꿋꿋하게 버티는 성역이 있다는 점이다. 바로 '집'이다.


한국에서 '내 집 마련'은 여전히 종교에 가까운 목표다. 왜 넷플릭스는 구독하면서 집은 기어코 사려 할까? 집은 단순한 주거 공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은 안정감이자, 자산이며, 나의 사회적 위치를 증명하는 수단이다. 명품이나 희소한 예술품도 마찬가지다.


/ 우리는 멜론으로 음악은 빌려 듣지만, 내 몸 하나 누일 공간만큼은 여전히 등기 권리증을 원한다. /


여기에 또 다른 함정이 있다. 접속 경제는 편리하지만, 그 대가로 우리는 거대 플랫폼의 소작농이 된다. 넷플릭스가 요금을 기습 인상해도 할 수 있는 건 욕하면서 결제하거나, 떠나거나 둘 중 하나다. 하지만 떠나는 순간, 그동안 쌓아온 나의 시청 기록과 취향 데이터도 함께 증발한다.


/ 접속의 시대, 우리는 소유권을 포기한 대가로 통제권과 프라이버시를 지불하고 있다. /


소유하지 않음으로써 자유를 얻은 줄 알았는데, 실상은 플랫폼에 더 깊숙이 종속되는 아이러니. 이것이 접속 경제의 그늘이다.


# 무엇을 팔 것인가, 무엇을 가질 것인가


분명한 건, 자본주의가 멸망한 게 아니라 문법이 교체되었다는 사실이다. 재산권에서 접속권으로, 물건의 판매자에서 서비스 제공자로, 소유자에서 사용자로.


이제 기업의 CEO들은 심각하게 자문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 제품을 팔고 있는가, 아니면 접속권을 팔고 있는가?" 어도비는 이 질문에 빠르게 답했고 매출을 3배나 불렸다. 하지만 모든 기업이 어도비가 될 수는 없다.


/ 단순히 구독 버튼을 만든다고 해서 당신의 제품이 저절로 서비스가 되는 것은 아니다. /


소비자도 마찬가지다. 무조건적인 소유도, 무비판적인 접속도 정답은 아니다. 어떤 것은 소유해서 내 통제하에 두고, 어떤 것은 빌려서 가볍게 즐길지 구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 변화의 파도 앞에서 서핑을 할 것인가, 아니면 휩쓸려 갈 것인가를 결정해야 할 시간이다. /


그 결정이 당신의 지갑과, 더 나아가 당신의 삶의 양식을 결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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