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의 마음을 안다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by 조우성 변호사

CEO의 마음을 안다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CEO는 외로워진다

부제: 위기는 조직을 단결시키고, 성공은 조직의 민낯을 드러낸다


한비자는 말했다.


"군주가 좋아하는 것을 드러내면, 신하는 능력을 꾸며 맞추려 든다(君見其所欲 臣自將雕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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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이 현실이 되는 데는 2천 년이 걸리지 않는다. 지금, 바로 옆 건물의 회의실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중견 제조기업 T사의 이야기다. 3년 전, 이 회사는 죽음의 문턱에 서 있었다. 주력 거래처의 갑작스러운 이탈, 원자재 가격 폭등, 내부 자금 경색이 동시에 터졌다. 대표이사 K는 임원과 직원들 앞에서 솔직하게 말했다. "6개월 버틸 수 있다. 그 안에 답을 못 찾으면 끝이다."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부서 간 벽이 무너졌고, 야근이 아니라 자발적 몰입이 이어졌고, 영업팀은 생전 가보지 않은 시장을 개척했다. T사는 살아남았다. 그리고 2년 뒤, 매출은 위기 이전의 두 배를 넘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회사가 잘 되자, 같이 죽자고 손잡던 사람들이 나뉘기 시작한 것이다. 영업 중심의 A그룹은 "우리가 시장을 뚫어서 회사를 살렸다"고 했고, 기술·생산 중심의 B그룹은 "우리가 품질을 잡지 않았으면 영업이 뭘 팔았겠느냐"고 맞섰다. 여기까지는 건강한 자부심일 수 있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A그룹은 "대표님은 우리 쪽 전략을 지지한다, B쪽은 대표님 뜻도 모르면서 설친다"고 흘렸고, B그룹은 정반대의 말을 퍼뜨렸다. 대표 K의 이름이 서로를 깎아내리는 무기가 된 것이다. 회사가 망할 뻔했을 때는 없던 풍경이, 잘 나가기 시작하니 꽃처럼 피어났다. 사내 정치라는 독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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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T사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성공 직후의 내부 분열은 역사가 반복해서 증명한 패턴이다. 마키아벨리는 이렇게 설명했을 것이다. 포르투나, 운명의 강은 홍수가 물러간 뒤에야 진짜 피해를 드러낸다고. 물이 빠진 자리에 남은 것은 진흙과 잔해, 그리고 "누가 제방을 쌓았는가"를 둘러싼 소유권 분쟁이다. 비르투 — 역량과 담력 — 를 증명할 외부의 적이 사라지면,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내부에서 적을 만든다. 싸울 대상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를 확인할 거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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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론은 이 현상을 더 냉정하게 포착한다. 위기 시절의 단결은 자발적 미덕이 아니었다. 외부 위협이라는 강제력이 만들어낸 협력 균형이었을 뿐이다. 그 강제력이 사라지자, 각 플레이어에게는 비협조 전략이 더 합리적인 선택이 되었다. 상대가 공로를 독점할까 두려워 먼저 자기 몫을 주장하는 죄수의 딜레마. 비극은 양쪽 모두 자기가 충성파라 믿는다는 점이다. 배신자는 아무도 없는데, 모두가 배신당했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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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자의 눈으로 보면, 이 갈등의 진짜 원인은 솔직히 말해 A도 B도 아닌, 대표 K 자신이다. 한비자는 「세난(說難)」에서 군주의 속마음이 읽히는 순간 신하의 연기가 시작된다고 경고했다. K가 어느 쪽이든 칭찬을 했거나, 혹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거나 — 어느 쪽이든 결과는 같다.

말을 하면 파벌이 그 말을 무기로 삼고, 침묵하면 양쪽 모두 침묵을 자기편 해석으로 채운다. CEO의 마음이라는 모호한 권위가 객관적 기준 없이 떠돌 때, 그것은 구심점이 아니라 쟁탈의 대상이 된다. 군주가 옥새를 품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옥새가 바닥에 떨어져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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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대표 K는, 그리고 이와 같은 상황에 놓인 모든 리더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첫째, 한비자의 원칙이다. 호오(好惡)를 감추고, 법(法)을 세워라. "대표님 뜻"이 파벌의 무기가 된 이유는, 공로의 기준이 시스템이 아니라 사람의 입에 있기 때문이다. 성과를 측정하는 객관적 기준과 보상 체계가 세워지는 순간, "누가 CEO의 마음을 아느냐"는 질문 자체가 무의미해진다. 법이 말하면 사람은 침묵한다.

둘째, 마키아벨리의 전략이다. 새로운 전장을 열어라. 안으로 향한 에너지를 다시 바깥으로 돌릴 수 있는 야심찬 목표를 제시하라. 아직 정복하지 못한 시장, 다가올 산업 변화에 대한 생생한 서사. 위기는 리더가 가장 빛나는 무대이자, 파벌이 가장 쓸모없어지는 환경이다. 바깥에 싸울 산이 있으면, 안에서 싸울 이유가 줄어든다.

셋째, 가장 어려운 것이다. 거울을 보라. 파벌이 "대표의 뜻"을 쟁탈할 수 있었던 것은, 대표의 뜻이 체계가 아니라 분위기로 전달되어왔기 때문이다. 조직이 작고 위기일 때는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러나 성공한 조직은 다른 운영체제를 요구한다. 카리스마에서 시스템으로, 인정(人情)에서 법도(法度)로 전환하는 것. 이것이 성공한 창업자가 넘어야 할 가장 외로운 고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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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 이야기의 가장 깊은 교훈은 여기에 있다. 성공이 조직을 망가뜨린 것이 아니다. 성공이, 위기라는 포장지에 감춰져 있던 구조적 결함을 드러낸 것이다. 위기 때의 단결은 미덕이 아니라 필요였고, 지금의 분열은 타락이 아니라 — 냉혹하게 말하면 — 그 조직의 본래 체력이다. 진정한 리더십은 폭풍 속에서 배를 지키는 것만이 아니다. 고요한 바다에서, 선원들이 서로의 목을 조르지 않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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