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우성 변호사 Oct 02. 2015

느슨한 관계의 불씨를 살려라

변호사의 마케팅 역량 강화

후배 변호사들을 위한 강의안 중 일부인데, 변호사 이외의 다른 전문직, 컨설팅에 종사하시는 분들, 서비스를 제공하시는 분들에게도 참고가 될까 싶어 공유합니다.     


계약분쟁 관련 소송을 당해서 상담을 의뢰한 K사. 

상대방(원고)이 제기한 소장과 K사 반박을 바탕으로 소송 대응방안에 대해 한 시간 넘게 설명한 윤 변호사. 의뢰인의 요청에 따라 변호사 보수도 제안했다.

 

“설명 감사합니다. 좀 더 생각해보고 결정하겠습니다.” 


그러나 일주일이 되어도 연락이 없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대법원 사이트에서 검색을 해보니 K사는 소송대리인으로 다른 변호사를 선임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쩝. 내 설명이 서툴렀나? 아님, 변호사 보수 제안이 마음에 안 들었나?’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그의 명저인 ‘소유의 종말(Age of Access ; 2000)’에서 ‘기업’과 ‘소비자’의 관계가 전통적인 ‘판매자 - 구매자’의 일시적인 관계가 아니라 ‘공급자 - 사용자’, 혹은 ‘서버(Server) - 클라이언트(Client)’의 지속적인 관계로 변해갈 것이며, 


따라서 미래의 비즈니스는‘상품을 파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계속된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나아가 관계를 형성하는 것’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변호사는 자신의 수임실패에 대해 씁쓸히 웃고 말 것인가? 아니면? 


K사가 상담을 받기 위해 제 발로 윤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왔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고객이 직접 서비스 제공자의 공간으로 찾아오는 경우가 어디 흔한가? 다만 윤 변호사가 의뢰인을 충분히 만족시키지 못했거나 의뢰인이 더 좋은 대안을 찾았기 때문에 수임으로 연결되지 않았을 뿐이다. 


승패는 병가(兵家)의 상사(常事)라 했다. 변호사가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사건을 수임하지 못할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제 발로 찾아 온 의뢰인과 사이에 제러미 리프킨이 말하는 ‘관계(Relation)를 구축하는 일’이다. 


특별한 인연의 고리가 없는 한 구체적 이슈 없이 변호사에게 연락할 의뢰인은 없다. 의뢰인은 항상 ‘법적인 문제’가 있어야 변호사를 찾기 마련이다.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겼을 때 의뢰인은 어떤 변호사를 찾을까? 


우연히 알게 된 어떤 변호사와 상담을 했을 뿐인데, 그 이후로 그 변호사는 정기적으로 다양한 법률정보를 이메일을 통해 보내오고 있다. 그 때 사건을 위임하지 못해 좀 미안한 마음도 있었는데, 그래도 그 변호사는 유용한 정보들을 지속적으로 보내온다. 그 변호사의 전문성과 성실성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골치 아픈 법률 문제가 생겼다.의뢰인은 이메일을 통해 느슨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던 그 변호사에게 전화를 건다.


가능한 시나리오 아닐까? 필자는 여러 차례 이런 경험을 한 바 있다. 


한 번 맺은 인연을 소중하게 여기면서도 상대방을 부담주지 않는 ‘느슨한 관계(loose relationship)’를 형성하기 위한 다양한 노하우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가 되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수임 실패시에도 관계를 유지하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