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楚)의 항우가 한(漢)의 유방(劉邦)군에 패하여 해하(垓下)에서 포위되었을 당시 사방을 에워싼 한나라 군사 속에서 초나라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그러자 항우는 크게 놀라, "한나라가 이미 초나라를 점령했다는 말인가, 어째서 초나라 사람이 이토록 많은가" 라고 슬퍼했다.
나아가 초나라 노래를 불러서 초나라 군사들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자극하자, 사기도 낮은 데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더해지다 보니 병사들은 대거 탈영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한나라 고조가 꾸며낸 심리작전이었다.
결국 그 다음 날 항우는 겹겹의 포위를 뚫고 나가 오강(烏江, 안휘성 화현 동북쪽)에 이르렀는데, 그 때 항우의 곁에는 이십여 명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항우는 오강 기슭에서 목을 베어 자살했다.
- 《사기(史記)》 〈항우본기(項羽本紀)〉 -
한 군이 초 군을 상대함에 있어 특이한 점은 무력을 쓰지 않고 초나라 노래(楚歌)를 불렀다는 점이다. 이를 협상론적으로 분석해 보자.
초나라 병사들은 외형적으로는 전투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즉 우리는 너희들과 싸우겠다는 Position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속마음(interest)은 ‘과연 우리가 이길 수 있을까? 혹시라도 한나라 군사가 이기면 어떻게 하지?’라는 불안감이 있었을 것이다.
나아가 그들의 깊은 내면(hidden interest)에는 ① 내가 투항하면 과연 살려줄까? ② 아, 정말 고향생각이 난다. 어른들은 잘 계실까?라는 마음이 존재하고 있었다.
한의 유방은 우선 한나라 군영에서 초나라 노래를 부르도록 함으로써 ‘우리 군사 중에는 이렇게 초나라 군사들도 많이 넘어와 있다. 이제 대세는 기울었다.’라는 점을 보여주려 했다. 이는 상대방(한나라 군사와 항우)의 interst를 고려한 심리전이었다.
유방은 초나라 병사들에게 초나라 노래를 들려줌으로써
① 우리 군영에는 투항한 초나라 군사들이 많아. 그래도 우린 죽이지 않아. 그러니 걱정말고 투항해. 라는 메시지를 전달함과 동시에
② 너희들 고향 생각 많이 나지? 여기서 죽으면 개죽음이야. 고향에 가서 가족들 만나야 하지 않겠니? 잘 생각해봐.
라는 메시지를 전함으로써 초나라 병사들의 숨은 욕구(hidden interest)를 자극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위 사례에서도 전면전이 아닌 상대방에 대한 심리적으로 승기를 잡았고, 이 과정에서는 상대방의 내면 세계를 파악하는 작업이 진행되었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