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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우성 변호사 Sep 24. 2015

협상컨설팅 : 외제차 딜러자격을 얻고 싶은데...

■ 사안의 개요 및 의뢰사항


- T사는 외국 브랜드 차량제조업체이다. T사는 현재 한국 내 파트너, 즉 자신의 차량을 수입해서 유통할 파트너를 찾고 있다.


- A사는 T사의 파트너(Dealer)가 되기 위한 제안서를 제출하려고 한다.


- 현재 A사 외에도 B, C, D, E사가 T사의 파트너가 되기 위해 제안을 준비 중에 있다. 


- 그러나 A사는 현재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다. 왜냐하면 A사는 불과 1달 전에 언론 보도를 통해‘외제차 수입은 더 이상 진행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 이 분야에서는 손을 뗄 것이다’라고 밝힌바 있다. 사실 A사는 지난 5년간 K사(외국 완성차 업체)의 수입차를 수입해서 팔았으나 실적이 영 저조해서 그룹 내부적으로 문제가 많이 제기되었던 것이다.



 - 이처럼 A사가 더 이상 외제차 수입업무를 진행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직후 T사가 파트너를 구한다는 발표를 한 것이다.  


- A사의 생각은, 그 동안의 파트너인 K사에 비해 T사라면 브랜드 면에서 충분히 시장에 먹힐 가능성이 크다고 본 것이다. 따라서 급하게 마음이 바뀐 것이다.  


- 하지만 불과 1달 전에 ‘더 이상 외제차의 수입업무를 진행하지 않겠다’라고 외부적으로 선언한 상황에서, 갑자기 다시 외제차 수입업무를 원한다는 제안을 하게 되면, T사도 그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으며, 무엇보다 다른 경쟁사인 B, C, D, E 사가 A사의 말바꿈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질 것이 분명하다.  


-  이러한 상황에서 A사는 과연 제안 PT 때 어떤 식으로 대응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서 나에게 자문을 요청했다.


■ 진단


 1. A사로서는 메이저 브랜드인 T사가 한국내 파트너를 찾을 것이라는 것을 예측하지 못한 상태에서 지난 5년간 실적이 좋지 않은 K사와의 관계를 정리한다는 차원에서 ‘앞으로는 외제차 수입업무를 하지 않겠다’라고 말한 것인데 시점이 아주 공교로웠다. 분명 한달 전의 말을 뒤집어야 하는 난처한 상황이다. 어떻게 논리를 펼 것인가가 중요했다.


2. 분명 경쟁 업체인 B, C, D, E사는 집요하게 A사를 물고 늘어질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가 관건이었다.


■ 처방


1. 약점을 적극적으로 공개하면 더 이상 약점이 아니다.


어차피 말을 바꾼 것은 T사에게나 경쟁사에게 모두 약점으로 비춰질 것이므로 오히려 적극적으로 그 부분을 드러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A사의 제안 순서가 제일 첫 번째였으므로, 상당시간을 ‘우리는 왜 말을 바꿀 수밖에 없었는가’에 관해 할애하기로 했다.

즉, 말을 바꾸게 된 것을 어설프게 숨기려 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해명하는 공세적인 전략을 쓰기로 했다.


2. 말을 바꾸게 된 합리적인 근거 (1) 굿가이 뱃가이 전술


우선 이를 위해서 A사의 입장을 둘로 구분하는 전략을 사용하기로 했다. 협상론에서 흔히 사용하는‘굿가이 뱃가이’ 전략이 그것이다. 그래서 이런 논리를 펴기로 했다(물론 이런 논리는 부분적으로 사실에 근거한 것이다)


A사에는 외제차 수입업무와 관련하여 ‘부정파(뱃가이)’와 ‘긍정파(굿가이)’의 대립이 있었다. 부정파는 ‘당장 현실적인 수입이 되지도 않는 외제차 수입업무를 접자’는 입장이었는데 반해, 긍정파는‘당장 수입이 크게 발생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중산층 이상의 고객들과 계속 접촉해 가는 것은 A사의 경쟁전략에 유효하다’는 입장에서 장기적인 관점으로 끌고 왔다.


그런데 역시 당장 수입이 크게 늘지 않자, ‘부정파’가 득세하여 ‘긍정파’들의 입지가 좁아졌고, 결국‘부정파’들이 ‘긍정파’를 압도하여 ‘외제차 수입업무의 중단’이라는 결정이 내려지게 된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상대가 T사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세계적인 브랜드인 T사라면 A사에게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 그래서 ‘긍정파’들이 다시 똘똘 뭉쳐서 ‘부정파’들에게 외제차 수입업무를 재개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오늘 이 자리에 PT를 하러 온 우리들은 ‘긍정파’로서 일관된 소신을 가지고 5년째 이 업무를 진행해 온 사람들이다.


우리는 제대로 된 파트너만 만난다면 외제차 수입으로도 충분히 성공할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사람들이다. 강한 의지를 표명하라.


그리고 가능하다면 이 자리에 ‘부정파’ 한두명을 데리고 가서, ‘솔직히 회사 내부적으로는 부정적인 견해도 있었으나 저 긍정파 독한 사람들의 고집을 이겨낼 수가 없다’는 식의 간접진술을 들려주는 것도 고려해 보라고 제안을 했다.


3. 말을 바꾸게 된 합리적인 근거 (2) 핑계대기 전술


그 다음 전술은 상당히 기교적인 것이었다. A사는 그 동안 파트너(K사)를 잘못 만나서 제대로 된 기술지원이나 협조를 얻지 못했기에 성공적인 외제차 수입업무를 진행하지 못했다는 점을 조목조목 따져보기로 했다.

그 동안 K사의 잘못을 세세하게 열거했다. 그러면서 반드시 이런 말을 포함시키기로 했다. ‘세계적인 신뢰를 자랑하는 T사라면 이런 일은 결코 발생하지 않을 것이지만 아쉽게도 그 동안 우리의 파트너인 K사는 이와 같은 문제점이 있었다.’

결국 그 동안의 파트너인 부실한 K사와, 아주 합리적일 것 같은 T사를 대비시키면서 T사만 문제 없다면 A사로서는 잘 해 나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런 설명을 듣는 T사 중역들로서는 ‘거참 K사 애들 진짜 엉망으로 했구먼. 우리로서는 상상도 못할 일인데 말이지. 암. 우리는 K사랑 다르지’라는 식의 느낌을 들게 하려는 목표)


4. 그 동안의 경험치는 오히려 당신들에게 이득이다.


A사의 경쟁사인 B, C, D, E의 경우 대부분 외제차 수입업무에 관해서는 신규로 진입하려는 업체들이었다. 따라서 그 동안 ‘다소 성공적인 결과를 낳지는 못했지만’ K사로부터 외제차를 수입해왔던 A사의 경험, 시행착오는 A사의 차별화요소가 된다는 점을 강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동안 우리는 정말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하지만 그 시행착오 속에서, 국내에서의 수입차 유통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사항에 대해 실전적인 지식과 자료를 쌓을 수 있었습니다. 이 경험치를 귀사가 가져가야 하지 않을까요?‘


■ 진행결과


제안 당일 A사는 CEO가 직접 출석함으로써 제안에 임하는 진지함을 표명했다.


첫 번째 순서였기에, 뒤에 등장할 경쟁자들의 대항 논리를 미리 다 말해버렸다. 즉, ‘아마도 뒤의 업체들은 저희들이 갑자기 말을 바꾼 점에 대해서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 것이 분명합니다. 이에 대해서 저희들의 입장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라고 선수를 친 후 위에서 언급한 반박논리들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아울러 ‘오늘 제안은 타 업체에 대한 비방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얼마나 이 업무를 잘 할 수 있을지에 대해 객관적인 자료를 근거로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타 업체의 비난에 많은 시간을 쏟는 업체의 주장은 흘려 들으시는 것이 좋겠습니다’라고 선수를 쳐버렸다.


‘부정파’의 대표격인 상무가 PT 중간에 ‘부정파’의 입장을 솔직히 설명했다(즉, 내부적으로는 반발의 여지도 있다. 하지만 그 동안 A사의 업무진행이 힘들었던 것이 예전 파트너사인 K사의 체계적이지 못한 지원 때문임을 알고 있기에, 부정파 역시 이번에 A사가 T사와 같이 일을 하게 된다면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뒤이어 등장한 경쟁자들은 A사의 말바꿈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으나, 이미 선수를 쳐놓은 상황이라 심사위원들에게 크게 어필하지 못했다.


결국 A사는 불리한 조건을 뚫고 C사와 함께 공동으로 딜러 자격을 취득하였다.


■ 교훈


1. 나에게 불리한 조건도 미리 선제적으로 방어하고 나간다면 반드시 불리하다고 할 수 없다. 약점일수록 미리 공개하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2. 내가 모순되는 주장을 해야 할 때는, 나를 둘로 쪼개는 식의 방법, 즉 부정파(뱃가이)와 긍정파(굿가이)로 분리한 후, 나는 그 중 긍정파였다는 식의 논법을 구사하는 것도 유용하다.


3. 경쟁자가 주장할 내용을 미리 다 말해버린 다음 그에 대한 반박을 해 둠으로써 ‘김빼기 작전’을 펼치는 것은 대단히 영리한 전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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