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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우성 변호사 Sep 30. 2015

계약 안지키는 상대방에게 꼭 내용증명 보내야 하나요?

■ 질문


저희 회사는 A사와 기계제작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A사가 기계를 만들어 주기로 한 거죠.이미 계약금과 중도금은 다 줬고, 이제 잔금만 남은 상황인데, A사가 제작 중인 기계의 성능이 영 꽝입니다. 제대로 된 결과물이 안나오고 있습니다. 제작기한은 이번 달 말입니다. 계속 말로 독촉은 하고 있는데, 어떤 사람은 내용증명으로 이런 사정을 보내 놓으라고 합니다.굳이 내용증명까지 보내야 할까요?


■ 답변


이미 계약을 체결하고 관계를 맺고 있는 업체를 상대로 내용증명을 보내기란 쉽지 않습니다. 가능하면 좋게 말로 설득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지요.


귀하가 질문하신 내용은 제가 실제 수행했던 사건과 아주 흡사합니다.


당시 그 회사(B사)도 외부업체(C사)와 기계제작 계약을 맺은 후 기계가 제대로 납품되기만을 기다렸는데, 계속 에러가 발생했습니다. B사 총무부장은 이 점을 문제 삼아C사에게 내용증명이라도 보내려고 했는데, B사 사장님이 말리셨죠. ‘이미 인연을 맺은 회사에게 내용증명을 보내는 것은 내 경영철학과 맞지 않는다’라시며.

 

C사는 계속 납품을 못했고, 결국 B사는 ‘너희들과는 더 이상 계약진행 못하겠다’며 해제통보를 보냈죠. 돈도 돌려달라고 하고. 하지만 C사가 이에 응하지 않자 B사는 C사를 상대로 이미 지급한 돈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재판에서는 과연 C사가 계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느냐가 문제가 됐는데, B사가 이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했습니다. 판사님은 B사가 C사에게 문제제기(현재 계약이행이 제대로 안되고 있다. 빨리 이행하라)를 했다는 증거를 원했습니다. 그런데 B사는 구두로 클레임을 제기한 것밖에 없었지요.

당시 판사님이 하신 말씀이 기억납니다.


“아니, 몇 억이 걸린 계약인데, 상대방이 문제가 있으면 당연히 내용증명 등을 보내서 문제를 지적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단지 구두로 문제를 지적했다는 것은 그만큼 문제가 심각하지 않아서 그랬던 거 아닌가요?


좀 어려운 이야기이자만 소송의 입증책임원리상 B사에게 ‘C사의 잘못을 입증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하지만 B사는 말로만 클레임을 제기했을 뿐이고, C사는 이제 와서 “B사와 계속 커스터마이징 논의를 했던 것이지, B사가 클레임을 제기한 것은 아니었습니다”라며 오리발을 내밀었답니다.


결국 B사는 C사의 계약불이행을 입증하지 못해 그 사건에서 패소했답니다, 이미 지급했던 계약금, 중도금을 못 받았을 뿐만 아니라 함부로 계약을 해제했다는 점이 문제 되어 잔금까지 토해내고 말았죠. 이 사건으로 B사는 1년 영업이익을 날렸답니다.


B사 사장님은 그 후 경영철학(?)이 바뀌셨답니다.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다면 내용증명을 보내서 근거를 남기신다더군요.


상대방이 계약을 불이행하고 있을 때 무조건 내용증명 통보를 하는 것을 권장하지는 않습니다.하지만 나중을 대비해서 어떤 식으로든 근거를 남겨두는 것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 미묘한 판단을 잘 해야 합니다.






참고 : 인터넷으로 내용증명 보내는 방법

http://blog.naver.com/junggunsoo/220422324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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