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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우성 변호사 Oct 01. 2015

계약분쟁, 그리고 인생무상


대부분의 민사분쟁은 계약 때문에 발생합니다.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들 사이에 분쟁이 생기는 확률보다는, 잘 아는 사람 사이, 그것도 보통 잘 아는 것이 아니라 같이 무언가를 도모해보자고 의기투합하여 계약서까지 체결한 사람 사이에 분쟁이 발생하는 확률이 훨씬 높습니다.     


계약서까지 작성하고 일을 진행하는데도 왜 그리 분쟁이 많이 발생할까요?

저는 수많은 계약 분쟁을 보면서 불교에서 말하는 '人生無常'을 떠올려 봅니다.      


'무상(無常)’


그 단어의 뜻은 ‘끊임없이 변화하기에 항상 같을 수는(常) 없다(無)’입니다. 


불교에서는 제행무상(諸行無常)이라는 명제로 무상을 설명합니다. 현실세계 모든 것은 매순간마다 생멸(生滅) · 변화하고 있기에, 거기에는 항상불변(恒常不變)한 것은 단 하나도 존재할 수 없음이 현실의 실상(實相)이라고 봅니다.      

이렇듯 일체가 무상한데도, 미욱한 인간은 언제나 변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나의 건강이, 나의 재산이. 상대방의 마음이 항상 지금처럼 그대로 있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이는 이룰 수 없는 헛된 꿈. 바로 거기에 모순이 있고 고통(苦)가 있습니다. 불교 경전에 "무상한 까닭에 고(苦)인 것이다"라고 설명되어 있는 것과 같이 무상은 고통의 전제입니다.      

두 사람이 의기투합하고 같이 일을 도모합니다. 


'우리 이 마음 결코 변하지 않을 거야! 잘 해 보자구!' 


그리고 그 약속을 계약서로 만듭니다.      


하지만 그 이후 두 사람의 상황은 끊임없이 변해갑니다(無常).. 

사업이 잘될 때도 마음이 변하고 잘못될 때도 마음이 변합니다. 


본인의 마음이 스스로 변하기도 하고 주위의 속삭임 때문에 영향을 받아 변하기도 합니다.      

'최초에  무언가를 도모할 때(A시점)'의 상황과 여건이 


'나중에 상황과 마음이 변했을 때(B시점)'의 상황과 여건과 차이가 생깁니다. 

바로 그 차이 때문에 분쟁이 발생합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 분쟁을 규율하는 것은 무상한 것이 아니라 '상(常) 한 존재'인 계약서 입니다. 

계약서는 A시점에서의 상황, 여건, 감정을 그대로 담을 수밖에 없습니다.


'B시점'의 분쟁을 'A시점'의 계약서로 규율하는 것이 또 하나의 苦(고통)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언제든 변할 수 있는 간사한 마음 때문에라도 계약서를 만들어 둘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그 나마의 대비책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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