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약의 해제는 ‘이혼’과 마찬가지다. 관계를 종결짓겠다는 의미다. 따라서 이는 신중해야지 절대 섣불리 계약해제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면 안된다.
° 예를 들어보자.
“을이 본 계약상의 의무를 위반한 경우 갑은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라고 되어 있는 경우, 이 조항에는 ‘원인(계약상의 의무위반)’만이 규정되어 있지 ‘결과(그 계약불이행으로 인해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 즉, 일정한 원인만 발생하면 바로 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인데, 이는 계약이 너무 쉽게 해제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 계약을 해제하는 것은 ‘너랑은 이제 더 이상 같이 일 못해. 이제 그만 끝내!’라는 강력한 의사표시이므로, 실제 더 이상 계약을 같이 진행하지 못한다는 상황이 있을 때에만 허용되는 것이 옳다.
° 하지만 실제 사용하고 있는 대부분의 계약서에는 이런 심각한 고려 없이 그냥 ‘---한 경우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라고 되어 있는바, 이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조항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이렇듯 문제가 있는 조항이지만 서로 합의하고 서명하면 그 해제 조항이 효력을 갖는 것은 물론이다.
° 일반적으로 을은 갑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어렵게 계약을 체결하기만 하면 다가 아니다. 너무 쉽게 계약을 해제당할 수 있도록 계약서가 구성되어 있으면 그 계약은 불안전하다
° 따라서 을로서는 갑이 제시하는 계약서 해제조항에 대해 ‘결과(더 이상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경우)’를 추가해 달라고 요청해야 한다. 예를 들어보자.
° 갑이 제시한 계약서 해제조항이 다음과 같다고 가정하자.
“을이 본 계약상의 의무를 위반한 경우 갑은 을에 대한 통지로써 본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 그렇다면 을은 다음과 같이 수정안을 제시하는 것이 좋다.
° 계약의 해제는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울 때’ 행해져야 한다는 원칙론을 계약서에 반영한 것이다.
° 실제 계약해제와 관련된 분쟁을 보면 ‘과연 상대방이 계약을 위반한 것이 맞는가?’에 대해서 다툼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계약해제통보를 할 때도 그냥 일방적으로 ‘자. 네가 계약을 위반했으니 바로 계약해제한다’라는 식으로 해제통보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할 것이 아니라, ‘내가 볼 땐 제가 계약서 00조를 위반한 것 같아 보이거든? 7일간의 여유를 줄 테니 그 기간 내에 당장 시정하는 게 좋겠어.’라는 사전통보를 반드시 하도록 규정하는 것이 을에겐 유리하다.
° 예를 들어보자.
“을이 본 계약상의 의무를 위반함으로써 본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경우 갑은 을에 대한 통지로써 본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라는 조항에 대해서는
라고 수정요청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계약을 진행하다보면 예상치 않은 다양한 일들이 발생한다. 을로서는 자신이 어떤 부분을 놓치고 있는지 미처 체크하지 못할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어느 날 갑자기 갑의 통보에 의해 계약을 해제당하면 황당할 것이다. 따라서 이런 사전 경고조치 조항을 두는 것이 필요하다.
° 계약서에 따르면 쌍방은 다양한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그 의무 중에는 ‘대금지급의무’, ‘납품의무’처럼 중요한 의무도 있지만, ‘주소변경통지의무’, ‘계산서 발행의무’처럼 그렇게 중요하지 않거나 다소 이행이 늦어져도 별 문제가 없는 의무들도 있다.
° 그럼에도 의무들 간의 무게 구별 없이 그냥 ‘을이 본 계약상의 의무를 위반하는 경우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라고 규정한다면 사소한 의무 불이행으로 인해 상대방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빌미를 주게 된다.
° 따라서 이 경우에는 ‘을이 본 계약상의 중대의무를 위반한 경우 갑은 7일간의 기간을 정하여 그 시정을 요구하고, 그럼에도 시정이 되지 않을 경우 을에 대한 통지로써 본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는 것이 좋다.
° 위와 같이 규정할 경우, 중대의무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다툼이 있을 수 있으므로 아예 중대의무를 명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계약당사자 중 일방이 본 계약상의 제4조, 제8조, 제9조를 위반하는 경우에는..’
° 시중에서 많이 사용되는 계약서 중에는 “을의 재산에 대해 보전처분이 내려진 경우 갑은 본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라는 조항이 많은데 이는 상당히 위험하다.
° 그 이유는
① 첫째, 보전처분은 가압류나 가처분을 의미하는데, 이런 보전처분은 내가 미처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상대방의 신청에 의해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보전처분은 상대방 모르게 재산을 미리 잡아둘 필요성 때문에 행해지는 것이므로). 따라서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덜컥 보전처분을 당하게 될 우려가 있으므로 이를 계약해제의 사유로 삼는 것은 문제가 있다.
② 나아가 보전처분을 당했다고 해서 계약을 이행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 우리 건물이 50억 짜리인데 어느 채권자와 사이에 문제가 생겨 그 채권자가 2,000만 원을 받아내려고 우리 건물에 2,000만 원의 가압류를 걸었다고 치자. 전혀 대세에 지장이 없다. 하지만 문언상으로는 ‘을의 재산에 보전처분이 내려진 경우’로 취급된다.
° 따라서 첫 번째 해결책은 ‘보전처분’은 계약해제 사유에서 빼는 것이 좋다.
° 만약 갑이 ‘절대 못 빼주겠다’고 할 경우에는 이렇게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을의 재산에 대해 보전처분이 내려진 경우 갑은 본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before)
“을의 재산에 대해 보전처분이 내려짐으로 인해 계약상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경우 갑은 7일간의 기간을 정하여 을에게 그 시정을 통보하고 그럼에도 시정되지 않는 경우 갑은 을에 대한 통지로써 본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af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