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우성 변호사 Dec 07. 2015

계약서를 유리하게 써놓은 '갑'의 고민

'갑'은 당연히 계약서를 작성할 때 자신에게 최대한 유리한 문구를 집어 넣으려고 한다.


예를 들어,

'갑'은 자신의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아래와 같은 조항을 넣었다고 치자.


제7조 : '갑'은 본 계약상의 이행을 담보하기 위해 '을'과의 관계에서 제소전화해절차를 밟을 수 있으며, '을'은 이 절차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제10조 : '갑'은 '을'에게 본 계약과 관련한 보고를 1달에 1회 정도 요구해서 받을 수 있으며, '을'은 이를 거부하지 못한다.


제13조 : '갑'은 '을'이 본 계약상의 의무를 위반한 경우 즉시 이 사실을 통보하고 시정을 요구할 수 있으며, 이러한 시정 요구가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즉각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그런데 '을'이 제대로 계약이행을 하지 못하여, 결국은 법적인 절차에까지 휘말렸다고 가정해 보자.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발생한다.


'갑'의 담당자가 사전에 자신의 권리인 '제소전화해신청도 안 해놓았든가'(7조), 

보고를 1달에 1번은 최소한 받을 수 있었는데 '갑'이 이를 등한히 해서'을'을 제대로 감시하지 않았다든가(10조), 

'을'에게 즉시시정을 요구할 수 있는데 이를 하지 않고 태만히 있었다는(13조) 정황이 발견되면


'갑' 담당자는 내부적으로 문책을 당하거나 '갑'이 공기업의 경우라면 감사원의 감사지적, 심하면 회사에 손해를 끼친 금액을 물어내야 하는 변상책임까지 지는 경우가 있다.


'갑'에게 유리하게 한답시고 '이것도 할 수 있고 저것도 할 수 있고'라고 적어 놓은 권리 규정이, 나중에는 '넌, 왜 권리 위에 잠자면서 제대로 체크하지 않은거야?'라는 질책의 빌미를 주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노련한 공기업의 고참 실무자들은, 계약서 작성할 때 너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작성하지 말라고 하신다. 자신의 권리 챙기는 것 자체가 일이 되고, 그거 못챙겼다고 나중에 징계나 감사받을 수 있으니. 다소 헐렁하게 해 달라고 요구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乙을 위한 종합선물세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