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개인적으로 아침, 아니 새벽을 일찍 맞이한다. 동네를 걸으며 하루를 시작하는 편이다. 내가 사는 동네는 시 외곽지역의 면 소재지인데 비닐하우스 단지가 형성되어 있는 지역이다. 요즘 같이 날씨가 추워지면 비닐하우스 안에는 보일러를 가동하여 온도를 높여주어야 한다. 대규모 하우스의 보일러 대부분은 석유 보일러인지라 아침에 걸으면 그 보일러 배기가스 냄새가 온 동네에 자욱하다.
1. 자본주의, 욕망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우리나라 농업 생산에서 하우스의 비중이 높아졌는데 그 배경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요인으로 우리의 욕망과, 그 욕망의 신호를 감지한 천박한 자본주의가 있다.
우리나라는 4계절이 있는 온대 계절풍 지역이다. 그래서 농작물의 종류가 다양하지만 뚜렷한 계절의 영향 때문에 계절에 따른 농작물의 종류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열대나 아열대 농작물은 거의 수입에 의존해야 했다. 하지만 하우스 농법이 전파되면서 이러한 계절의 공식이나 규칙은 여지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하우스 없이 정상적인 방법으로 딸기를 수확하는 계절은 4~5월이 넘어야 된다. 그런데 이 한겨울에 딸기가 한창이다. 정작 봄이 오면 딸기는 제철이 지나버린다. 모두 하우스 덕이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하우스에서 딸기가 나오는 것은 이듬해 2월이 지나서였다. 하지만 더 빨리 더 먼저 시장에 딸기를 내놓아야 비싼 값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누가 더 빨리 시장에 딸기를 출하할 것인가를 두고 경쟁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이제는 11월이 지나면 벌써 시장에 딸기가 등장한다.
더 빨리 생산하여 시장에 내놓아야만 더 비싼 값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농민들을 설득했고 그 결과는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상황이다. 요즘 아이들은 딸기가 한 겨울에 나오는 것으로 완전히 믿고 있다. 아니 모든 농산물의 제철이 사라져 가고 있다.
이 모든 상황 뒤에 욕망에 충실한 천박한 자본주의가 있다. 사실 비닐하우스는 땅을 착취하는 농법이다. 태양 대신에 전등을 켜고 보일러를 가동해 온기를 준다. 빗물 대신에 인공적인 灌漑로 작물을 생산한다. 쉴 새 없이 거름을 주고 또 작물을 심는다. 땅도 지친다. 그러니 병충해가 생긴다. 농약을 친다. 점점 독한 농약을 쓸 수밖에 없다. 인간의 욕망은 더 많이 더 빨리 작물을 생산하여 돈을 벌어야 한다.
2. 농특세
어제, 대선 후보 중에 한 사람이 집권하면 주식거래세를 없애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농민 단체가 반발한다. 주식 거래세와 농민 단체는 무슨 관계? 여기에는 이런 이야기가 숨어 있다.
우리가 내는 세금 중에 간접세는 사실 그 세금이 어디에 어떤 용도로 사용되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세금을 내는 경우는 없다. 이를테면 우리가 사용하는 자동차용 휘발유 가격 속에는 거의 50% 이상이 세금인데 그중 또 대부분이 교육세다. 내가 교육에 종사하고 있으니 도대체 그 교육세는 어디에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고 싶지만 나 역시 정확하게 알지는 못한다. 주식거래세 역시 그 속에 한시적으로 농특세가 들어있다. 우루과이 라운드 시절 설정된 이 세금은 한시적이기는 하지만 FTA, 그리고 다가올 범 세계적 FTA를 대비한 세금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농업에 대한 이 나라 집권자들의 생각이 매우 천박하다. 그 반증으로 해마다 농업에 투여되는 예산이 전체 예산 대비 줄어든다는 것이다. 총액은 늘지만 비율은 준다는 것인데 이것은 농업을 하나의 산업 정도로 보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1차 산업…… 하지만 아니다. 농업은 국가 기간산업이요, 모든 산업의 산업이며, 미래의 희망과 행복의 바탕이다. 4차니 뭐니 하는 산업도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될 때 이루어지는 것인데 정치꾼들은 이런 사실을 모르거나 무시한다. 왜? 유권자 중 농민들의 표가 힘을 가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2021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주식거래자는 천만명이다. 그 천만의 표를 계산해보니 주식거래세를 폐지하겠다고 공약하는 것이 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 거기에 농특세가 있고 그것이 농민들에게 사용될 것이라는 거대한 이야기는 아무도 관심이 없다.
3. 탄소중립! 웃기는 소리
아침마다 비닐하우스가 뿜어 올리는 자욱한 매연을 보며 이 나라의 탄소 중립은 요원해 보인다. 비닐하우스 한 동이 년간 소비하는 연료량이 사실 어마어마하다. 그런데 우리나라 농업 생산에서 비닐하우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인가? 내가 아는 한 이런 방향의 통계자료도 희박하다. 겨울 아침 농촌의 아침 공기는 상쾌하고 날카로워야 한다. 그런데 비닐하우스가 뿜어내는 배출가스가 이것을 막고 있다. 그리고 그 속에는 욕망과 그 욕망에 기생하는 천박한 자본주의와 그리고 아무 대책도 없는 정치가 공존하고 있다.
탄소를 줄 일 생각이 있다면 당장 농업부터 시작해야 한다. 비닐하우스를 없애자고 하면 농민이 혁명을 일으킬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