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월 5일

by 김준식


2022년 1월 5일


오늘은 종업식과 졸업식이 동시에 있다. 짧게는 3년, 길게는 9년의 과정을 마치는 날이다. 졸업식이라고 말하지만 기존의 모든 졸업식 형식을 벗어나 있기 때문에 졸업 모임이라고 해 두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다.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한다. 하지만 밝히지 않기로 한다. 왜냐하면 아직 정리되지 못한 이야기들이라 입 밖으로 내기에는 조금 조심스럽다.


졸업이라는 단어가 우리에게 주는 중요한 이미지 중 하나가 ‘기억’이다.


기억!


영어 Memory의 어원을 살펴보면 산스크리트어 smarati에 연결된다. 이 단어와 같은 어근을 가진 단어는 놀랍게도 ‘사랑’이다. 그리스어에서는 기억이란 ‘생각’이라는 뜻과 함께 ‘유해하다’는 뜻과 심지어 ‘파멸’이라는 뜻도 내포하고 있다. 기억이란 이런 의미를 두루 포함하는 말이라는 것에 왠지 고개가 끄덕여진다.


한자의 記는 ‘쓰다’로 풀이되지만 破字해 보면 자신을 뜻하는 ‘己’와 말을 뜻하는 ‘言’이 합쳐진 글자이다. ‘스스로 되뇌어야 할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또, 憶은 생각으로 풀이되지만 마음 心과 뜻 意로 破字 되는데 이는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여러 생각들 중에서 분명하고 확실한 것을 나타내는 ‘의지’로 해석될 수 있다. 정리하자면 기억이란 동 서양 모두 매우 중요한 생각으로서 ‘좋음’과 ‘나쁨’ 모두를 포함하는 것이다.


지난 중학교 3년 동안의 좋고 나쁜 일들이 겹겹이 쌓여 오늘이 되었을 것이다. 이 아이들 앞에 펼쳐진 고등 3년은 또 얼마나 이 아이들에게 좌절과 희망을 안겨다 줄 것인지……


아이들은 성장하고 있고 그 성장을 지원하고 또 때론 안아주는 일이 학교에 있는 우리의 일이다. 그렇게 아이들이 성장하여 우리 사회의 건강한 구성원으로서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흔히 미래 사회를 어둡게 묘사한다. 그런 생각의 바탕에는 지금의 삶이 매우 어렵고 힘들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또 거기에는 좀 더 복잡하고 정교해진 우리의 욕망이 개입한다. 이를테면 “훌륭한 인재~” “몇 차 산업의 먹거리를 위해~” 절대 현재의 물질적 풍요를 포기하지 못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어두운 미래를 만들고 있는 핵심이다. 또 “좀 더~” “오늘보다~” 뭐 이런 생각들이 우리의 미래를 불안하게 만든다.


오늘 나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쫓기지 말고 천천히…… 느긋하게 그렇지만 오래 같이 걸어가면서 다른 사람의 행복을 위해서도 움직일 수 있는 사람으로 살아가자!”


아이들의 기억 속에 내 이야기가 오래 남을 가능성은 별로 없다. 다만 지금, 오늘, 그리고 내일이라도 그런 마음으로 서로에게 중요한 사람이 되기를 빌어 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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