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에 있는 모 교수의 유물론 이야기에 공명되어.
데모크리투스(Democritus, B.C. 460~360)는 트라키아(Thracia) 해변에 있는 압데라(Abdera) 출신으로서 낙천적인 기질 때문에 웃는 철학자(Gelasinos)라는 별명이 있었다. 당시의 노예제 민주정체에서 상공업 층의 이데올로기를 대변했던 그는 다방면에 걸친 풍부한 지식을 겸비한 백과전서적인 지식인이었으며 스승 레우키포스(Leucippus, BC 460년 경)와 함께 고대 원자론을 확립하였다.
그는 물질의 영원성 즉, 비창조성과 불멸성을 역설하였다. 원자론에서 그는 충만(充滿)과 진공(眞空)을 구별하였으며 충만은 무수한 원자로 이루어지고 이들 원자는 모양․위치․크기로 다만 기하학적으로 구별될 뿐이며, 진공 속의 원자의 운동은 원자의 무게에 의해 생겨서 영원히 계속된다.
이 운동에는 측면 운동․원운동․소용돌이 운동이 있으며 비교적 가벼운 원자는 바깥으로, 무겁고 큰 원자는 안쪽으로 밀집한다. 안으로 밀집한 것은 대지(大地)가 되고 바깥으로 향한 것은 공기․불․하늘이 된다고 하였다. 무한한 세계가 동시에 존재하고 이들 세계는 영원히 생성과 소멸을 되풀이한다.《유명한 철학자들의 생애와 사상 2》 2021. 나남출판
그는 이러한 존재와 운동이 역학적인 것이며 거기에는 우연성이 끼어들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나아가 인간의 정신은 가장 정교한 원자로 이루어졌다고 주장하였다. 이 원자론을 중심으로 한 그의 학설은 유물론의 출발점이며, 그 후 에피쿠로스․루크레티우스에 의해 계승되어 후세 과학사상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철학뿐만 아니라 수학, 천문학․생물학․음악․시학․윤리학 등 다방면에 걸친 그의 깊은 지식은 당대에서 명성도 얻었지만 한편으로 그의 유물론적인 주장을 싫어하는 사람들의 비난도 많이 받았다. 특히, 플라톤은 그를 무시한 나머지 그의 저작을 닥치는 대로 불살라버렸다. 관념론자들의 이러한 배타적인 태도는 고금을 통하여 확인되는 바이나 저급한 계급론자 플라톤의 무식한 짓거리 탓에 데모크리투스의 유작은 오늘날 남아 있는 것이 드물다.
일체의 현상이 기계적 운동에 의해 생긴다고 보는 세계관과, 세계의 모든 운동의 본성(本性)을 원자(atom)의 집합과 이산(離散)으로 설명한 데모크리토스의 원자론은 근대에 와서 홉스(Hobbes, Thomas)와 가상디(Pierre Gassendi)에 의해 계승된다.
그 후, 18세기의 프랑스에서는 자연과학의 발전에 따라 모든 현상을 역학적인 개념이나 법칙에 따라 설명하고, 질적으로 다양한 현상을 물질의 역학적 운동으로 환원하는 프랑스 유물론이 성립되었다.
프랑스 유물론은 계몽사상에 독특한 색채를 가미하였고, 대표적 학자로는 D. 디드로, J.O. 라메트리, P.H. 올 바크, C.A. 엘베시위스 등이 있다. 이들은 각각 감각론(感覺論) ․무신론(無神論) ․쾌락설(快樂說) ․공리설(功利說) 등을 주장함으로써 구제도(舊制度)나 사변적(思辨的) 형이상학 ․신학을 이성과 과학의 입장에서 신랄하게 공격하여 프랑스 대혁명의 사상적 선구가 되었다.
19세기의 독일에서는 의식이나 사고(思考)를 자연법칙으로 환원시키는 W. 포크트, J. 모레스 코트 등의 속류유물론(俗流唯物論)이 되었다가 이윽고 변증법적 유물론에 의하여 극복되었다.
마침내 헤겔에 도착한 데모크리투스는 변증법적 유물론이라는 거대한 호수를 만들었고 그 호수의 물줄기 중 엥겔스가 기초하고 마르크스가 주장한 공산주의가 있다.
그런가 하면 고대 인도의 반(反)브라만적 자유사상가인 아지타 케사캄발린(Ajita Kesakambalin)은 육사외도(六師外道, 『베다(Veda)』의 전통과 공개적으로 단절하고, 바라문교의 지배 질서와 권위에 정면으로 도전하였다. 이들을 ‘육사’가 아닌 ‘육사외도’라 한 이유는 불교의 입장에서 볼 때 이단의 사상가들이었기 때문이다.) 중 한 명으로 유물론자이다. 그는 인간은 땅ㆍ물ㆍ불ㆍ바람 등의 네 가지 원소로 구성돼 있고, 그것들은 인간이 죽은 후, 각각의 집합체로 돌아가며, 시체가 화장된 후에는 아무것도 남는 것이 없다고 하면서, 영혼이나 내세를 부정하고, 또 선악업(善惡業)에 의한 과보도 부정했다.
이들 주장의 핵심은 無因無緣論(무인무연론), 즉 이 세상의 온갖 현상에는 아무런 원인도 없고 조건도 없다고 주장했다. 즉 인과응보를 부정하며 철저하게 무인무연을 주장해 인(因)과 연(緣)을 부정하는 일종의 ‘우연론’을 주장했다.
이런 논리를 Arambha vada(적취설)라고 부르는데 우주는 많은 원자의 결합과 집적에 의해 다양한 세계가 이루어진다고 보는 다원론적(多元論的) 세계관(世界觀) 내지 우주론(宇宙論)으로 유물론적(唯物論的) 사고를 기초로 하고 있다. 즉, 여러 요소가 쌓이고 모여 결합됨으로써 자연 발생적으로 세계가 이루어졌다고 하는 사상으로 불교의 12 연기설이나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사상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사상이다.(데모크리투스의 원자론과도 결이 다르다.)
글을 쓴 페북의 모 교수는 유물론의 의미를 관대함으로 확장 해석하였고 마침내 비극과 연결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스스로 곧 부정했다. 그러나 나는 그 이론에 동의하면서 관대함의 극한은 비극적일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