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틈새

by 김준식

마음의 틈새


1. 문풍지

어린 시절, 겨울이 되면 어김없이 문풍지를 출입문에 발랐다.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는 출입문이 오직 하나뿐이었던 옛날 집에, 찬 바람을 막아내기 위해 문 주위로 마치 날개처럼 한지를 발라 놓으면 그나마 바람이 덜 들어오는 효과가 있었다. 부가적으로 바람이 센 날이면 그 문풍지 떨리는 소리가 마치 기이한 음악처럼 들렸는데 지금도 기억 속에 그 소리가 남아있다.


2. 아파트

플라스틱 창호가 몇 겹으로 설치된 아파트의 겨울은 일부러 문을 열지 않는 이상 바람 한 점 통하지 않는다. 겨울 난방비가 절약되고, 듣기 싫은 소리도 듣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지만 가끔씩 아주 가끔씩 단절의 느낌도 있다. 문풍지 바르던 시절은 이제 동화 속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내 딸과 아들에게 이야기를 해 주어도 그들은 그저 옛날이야기로 흘린다. 문풍지의 실체를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다이소에 파는 스펀지 문풍지를 문풍지의 전부로 안다.)


3. 2022년 지금

마음이 복잡한 이유는 외부적인 상황과 내부적인 상황에 기인한다. 하지만 두 가지는 언제나 서로 연결되어 있어서 대부분의 경우는 마음이 복잡해지는 명확한 원인을 찾기가 어렵다. 대부분 추측과 가설에 의존한다. 이즈음 마음이 복잡해지는 이유를 스스로 외부적인 것이라고 추측하고 가능한 외부적인 일에 마음을 두지 않으려 하지만 쉽지는 않다.


4. Ochlocracy

물론 계급적 사고에 전도되어 국가론을 쓴 플라톤이 아테네의 멸망 원인으로 분석한 것이니 믿을만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몇 가지는 제법 예리한 분석으로 보인다. 플라톤이 말한 아테네의 멸망 원인은 “대중적 인기에 집중하고 요구에 무조건 부응하는 현상” “다수의 시민들이 절제와 시민적 덕목을 무시하고 방종으로 치닫는 현상”(The Republic, 국가·정체(政體) 플라톤, 박종현 역, 서광사, 2005년)이라고 했다. 2500년 전 플라톤이 지금 이 나라를 보았을 리는 없고…… 뭐 대충 현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5. 마음의 틈새

올 겨울이 지난해보다 춥다. 코로나는 여전히 번성하여 변종에 변종을 양산한다. 무서운 세월이다. 정치는 혼란스럽고 세상은 뒤죽박죽이다. 국가로부터 사회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은 연일 죽어나간다. 마음의 틈새를 문풍지로 막고 세상과 단절하고 싶다가도 그래서는 안된다는 마음의 소리도 들린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마음이 복잡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