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

by 김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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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에 대한 생각


24절기의 기준이 되는 곳은 사실 우리나라가 아니라 중국의 화북지방(중국은 역사적, 전통적으로 화이허(淮河-회화, 또는 회수)를 기준으로 화북과 화남으로 크게 구분한다.)이다. 뿐만 아니라 24절기는 태양력을 기준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음력과도 맞지 않는다.



그 24절기의 처음이 입춘이다. 지구에서 관측되는 태양의 위치(황경)가 310도에 드는 시기이다. 중국의 고서 《禮記》의 〈月令〉에는 “천자가 입춘에는 동쪽 교외에 나가서 봄을 맞이한다.” 라는 기록이 있다.여기서 중요한 말은 동쪽이다. 동쪽은 해가 뜨는 쪽이고 따라서 해를 맞이하는 것과 봄을 맞이하는 것이 같다는 의미가 된다.



해를 맞이한다는 것은 농업 국가인 고대 사회에서 생산과 권력의 상징을 맞이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생산의 핵심인 해를 맞이한다는 것은 황제에게 대단히 중요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리하여 해는 권력이 되었고 역으로 그 상징이 곧 황제였으니 봄의 시작인 입춘은 권력의 시작점과 동일한 것으로 인식되어 매우 성대한 의식을 치렀다.


조금 틀어서 생각해보자.


당시의 피 지배자였던 농민(고대 국가에서 생산의 대부분을 담당했던)의 입장에서 입춘은 어떤 의미였을까? 소위 ‘입춘방’에 주로 쓰이는 立春大吉, 建陽多慶은 말 그대로의 의미일까?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입춘은 중국의 화북지방에서 봄이 온다는 신호인데, 이것은 곡 경작의 시작이라는 의미가 있다. 입춘방은 대부분 대문, 출입문에 붙이는데 이것은 일종의 격문의 성격이 있다. 격문(檄文)이란 일종의 홍보수단이다. 대다수 글자를 모르는 농민들에게 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격문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농민들이 농사를 시작해야 하는 시기에 대하여 더 빨리 더 잘 알고 있지만, 국가가 나서고 사회가 나서서(특히 글자나 읽고 쓰는 사족들- 고대 신분사회에서 대개 지주이거나 또는 노동은 하지 않는 계급) 농사의 시작을 간접적으로 알리는 격문이 입춘방이 아니었을까 하는 것이 조금 삐딱하지만 온전히 내 생각이다. 대중매체가 없던 시절, 거리 곳곳에 그리고 사대부의 커다란 집 대문에 붙어 있는 글이 그 역할을 했을 것이다.(구체적 내용은 중요하지 않다. 그저 입춘방이라는 사실이 중요할 뿐) 그러니 그 전통이 남아 지금도 대문에 출입문에 이런 글을 붙이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2022년 대한민국이다. 농업 국가도 아니고 신분제 국가도 아니다. 그리고 농업은 이제 4계절 내내 이루어지고 오히려 겨울에 더 경제성이 높은 작물들이 비닐하우스에서 자라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입춘은 그저 호사가들에게 의해 봄의 신호로 여겨질 뿐이다. 그리고 정확하게는 한반도의 봄은 한참 더 기다려야 한다. 왜냐하면 입춘의 기준이 되는 중국의 회수는 북위 32도쯤인데 한반도의 최 남단 마라도 부근이 북위 33도 선이다.


결국 봄은 아직 멀고 멀었다. 하지만 언젠가 오기는 한다. (의미심장한 말이다.)

하여 하릴없이 입춘방을 써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