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이리 답답한가! 천천히 되짚어 보기로 했다. 먼저 친일의 문제를 짚어 본다.
‘친일파’라는 단어는 해방 이후 일제 치하의 문학사 연구와 문화사 연구의 대가였던 재야 학자 임종국 선생이 1966년 출간한 『친일문학론』에 처음으로 등장했다. 이 책에서, 친일(親日)은 ‘일본과 친하다’라는 정도의 뜻으로 정의되었으나 실제로 이 책의 내용이 지칭하는 대상은 당시 기득권을 쥐고 있었던 사회지도층 세력 중 ‘부일배’의 다른 표현으로 사용된 것이다.
부일(附日)은 ‘일본 제국주의에 부역하다’라는 뜻으로 단순히 ‘일본과 친하다’라는 개념을 넘어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 의도를 적극적으로 도왔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친일파는 ‘지일’ 혹은 ‘학일파(學日派)’ 그리고 일본 문화 전반이나 일본인에게 친근감을 느끼는 단순 ‘친일’과는 다르다. 하지만 그 구분은 조금 어렵다.
일제 강점기 당시 친일 부역자들을 2차 세계대전 후, 프랑스 정부가 나치 부역자들을 처리한 것처럼 해방 이후 우리 정부가 민족의 입장에서 잘 정리하였더라면 2022년 현재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정치적 문제의 50%, 어쩌면 70% 이상이 깨끗하게 해결되었을지도 모른다. (구체적인 문제를 제시하지는 않아도 잘 알 것이다.) 여기에는 아주 복잡한 이념의 개입이 있으며 동시에 고도의 정치 공학도 잠재되어 있다.
친일부역자들이 반공을 보호막으로 하여 친미주의자로 변절한 것은 친일부역자들이 해방된 나라에서 살아가려는 비겁한 생존방법이었다. 그들이 일제 치하에 일본을 吮癰舐痔(연옹지치)하면서 얻은 권력과 돈으로 제 나라 백성들을 핍박하고 한편으로 제 핏줄들의 호의호식을 추구하면서 지은 죄가 얼마인가!
그런 반민족 분자들을 이용하여 개인적인 권력욕으로 임시정부로부터 이어져 온 민주주의 토대를 여지없이 박살 낸 이승만을 국부로 숭상하는 이상한 놈들이 임시정부 수립 103년을 부정하고 1948년을 이 나라의 시작으로 보려고 한다. 2022년 이 땅에 친일과 반민족 정서를 공유한 정당은 분명히 있다. 안타깝지만 해방공간에서 친일부역자들을 처단하지 못한 역사적 오류가 2022년 대한민국에 여전히 남아있다.
일제강점기 애국지사 정암 이태현 선생이 쓴 『정암사고』에서 '토왜(土倭)’라는 말이 등장하고 이 말은 곧 친일부역자란 뜻으로 사용됐다. 물론 이 ‘토왜’라는 말은 정암 선생의 창작물은 아니라 당시 널리 쓰이는 말을 정암 선생이 책에서 언급했다는 것이 학계의 통설인데 이것으로 미루어 짐작해 볼 때 일제 강점기 당시에도 이 ‘토왜’들이 일제보다 더 민중의 삶을 핍박했던 모양이다.
당시 토왜의 기준은 대체로 여러 가지가 있지만 다음에 제시된 조건은 현재에도 유효해 보인다.
먼저 일본 우익들의 주장을 옹호하고 대변하는 자들인데 강제징용, 위안부 문제를 일본 우익들과 똑 같이 이야기하는 자들이 뉴스에 자주 등장한다. 최근 뉴스에 등장하는 ‘반일 종족주의’의 집필자 등이 이에 해당한다.
둘째 일본 제국의 식민지배를 정당하다고 주장(조선에 대한 근대화론)하는 자들이다. 현재 많은 친일 학자들의 주장이기도 하다. 특히 서울대학교를 중심으로 하는 역사학계의 지배적인 인식이기도 하다. 이것을 마치 객관적 역사관으로 포장하여 이야기하는 학자들도 많다. 사실은 분명하게 이야기하지만 말도 되지 않는 개소리다.
셋째 일본 제국 또는 조선총독부로부터 훈포상 및 상금을 수령한 자들인데 현재 이 나라 유수의 대학에 교묘하게 뻗어있는 일본 장학금으로 공부하거나 도움을 받은 정치인, 학자, 관료, 경제인들 중 일부가 이에 해당한다. 이들은 의도하지 않는 상황에서 자신의 친일 본성을 드러낸다. 최근 자주 이런 자들을 본다.
일제 강점기 이 땅에서 그리고 타국에서 피 흘리며 투쟁하고 사라져 간 독립영웅들과 이 버러지 같은 토왜들을 비교해 보면 참으로 억장이 무너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그 끈이 ….
4.19혁명의 도화선이 된 김주열 사망의 범인 마산경찰서 경비주임 경위 박종표의 이력은 화려하다. 그의 일본이름은 아라이 켄키치(新井源吉)로서 일제 강점기 악질 헌병보조원(독립군을 잡아들이는 끄나풀)으로 활동하다가 해방을 맞이했고 반민특위에 회부되었으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승만은 이들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다. 그 뒤 경찰에 투신한 그는 이승만의 충견이 되어 김주열을 죽였고 5.16 군사 쿠데타로 인해 혁명재판에 회부되었으나 또 1968년 박정희의 특별사면으로 석방되었다.
전 국민의 가슴을 울렸던 영화 변호사에 등장하는 고문 경찰 차동영의 실제 인물격인 이근안은 지금도 늠름하게 자신의 일을 다 했고 여전히 그 때로 돌아가도 그리 하겠다고 큰소리를 치며, 변호인에 등장하는 ‘부림 사검’의 주임검사 최병국은 울산에서 3선 국회의원을 지냈고 그 사건과 유사한 학림사건의 판사는 얼마 전까지 새누리당의 당 대표였던 황우여다.
이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