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묘한 문제들

by 김준식



1. 거의 3년 만에 아이들 수학여행을 준비하고 있다.(아직 상황이 어찌 바뀔지는 모르지만) 아침에 교무실에 가서 월요일 인사를 나누고 있는데, 주무부서에서 나에게 같이 가실 것인가를 물어보신다. 고민하지 않고 당연히 학교에 남겠다고 이야기했다. 한번 더 권유해서 한번 더 학교에 남겠다고 이야기했다. 샘들 표정이 나쁘지 않다. 내가 그렇게 느끼는 것인가?


2. 학교 교육계획서 속에 내가 하고 있는 철학 수업은 할당 시간이 없다. 정식 과목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하루 수업을 하는데 그 시간이 창체 시간이다. 그런데 창체 시간은 이미 계획된 과정이 있다. 전교생이 2년 넘게 나에게 수업을 받고 있는데 계획서 에는 수업 시수로 표현할 방법이 없으니 나와 아이들은 유령들이다. 중학교 철학 교과가 없으니 당연한 일이다. 공모 4년 동안 철학 교과를 정규 교과목으로 편입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곧 2년 동안 열심히 쓴 철학 교과서가 나온다. 책이 나오면 교육청과 교섭해보려 한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두텁게 느껴진다.


3. 학교에 봄 꽃을 심었다. 알록달록 팬지며 꽃 잔디, 그리고 화단 곳곳에 노랗게 핀 수선화도 심었다. 그런데 아무도 모른다. 예쁜지 아니면 어떤지 아무런 반응이 없다. 꽃을 사고 심은 나와 주무관만 안다. 샘들이 참 바쁘신 모양이다. 내가 교사이었을 때를 돌이켜 생각해본다. 정답은 없다.


4. 학교 뒤편에 목련이 피고 산수유는 이미 꽃이 지고 있다. 매화 역시 슬슬 지고 있다. 오늘은 조팝나무 꽃이 슬슬 피기 시작한다. 계절은 바뀌고 시간은 잘도 흐른다. 아이들에게 꽃이 핀다고 이야기해도 아이들 스스로가 꽃인지라 꽃이 피거나 말거나 아무 감흥이 없는 모양이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학교 뒤편 파고라(퍼걸러)로 불러내서 철학 수업을 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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