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철학' 교과서 글쓴이 소개
중학교 '철학' 교과서 글쓴이 소개
고등학교에 막 입학한 후, 아버지 책장에서 ‘죽음에 이르는 병(The Sickness unto Death)’이라는 책 이름을 발견하고, 그 책을 꺼내 읽으면서 알 수 없는 혼돈에 빠져든 기억이 있다. 그 책을 읽은 이유는 단지 책 제목 때문이었다. 내 삶에서 최초로 ‘철학’ 서적과 마주한 것이다. 학교에서 배우는 지식에 비해 아버지의 책장은 나에게 신세계였다. 아버지 책장 속 다양한 ‘철학’ 책들은 그렇게 나에게로 조금씩 다가왔고, 고등학교 시절을 함께 했다.
그 시절, 나에게 경이로운 또 하나의 세계는 바로 ‘철오선사’를 만난 것이다. 내가 살던 곳, 작은 절에 계셨던 이 스님은 평범한 일상의 나에게, 장엄하고 아득한 정신의 세계가 존재함을 알려 주신 분이었다. 치열하고 청정한 수행자의 삶을 사시면서 담대하게 세상을 마주하시는 그분의 세계를 만나면서 나는 그분에게 感化되었다. 인연이 닿지 않아 출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그 어른께서 나에게 열어주신 정신의 세계는 나이가 들어 갈수록 경이롭기만 하다.
오랜 시간 동안 생활 속에서, 그리고 책을 통해 ‘철학’을 느끼고 배웠다. 교사로 살아온 30년 동안 가르치며 배우고 꿈꾸었다. 그 과정 속에 일어나는 일들과 생각을 동서양의 철학적 의제와 연결시켜 기록해 왔다. 2019년 중학교 교장이 되면서 중학교 아이들에게 무겁지 않고 생활과 가까운 ‘철학’을 가능한 쉽게 가르치고 싶었다. 그동안 스스로 쌓아 온 ‘철학’은 참으로 얇고도 가벼웠지만 지난 30년의 기록을 바탕으로 하여 직접 책을 쓰기로 결심하였고 마침내 2년 만에 작고 엉성한 중학교 철학 교과서를 만들었다.
고등학교 이후로 나에게 다양한 靈感을 주었던 수많은 스승들, 그리고 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철학적 의제를 제공한 나의 가족들, 결정적으로 지난 2년간 이 수업을 같이 진행해 왔고, 책으로 만들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한 지수중학교 아이들에게 아주 미약하지만 마음으로 이 책을 바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