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균 선생의 책을 읽고
정은균 선생의 《호모 스쿨 라이터스》
그는 교사다. 나와 그의 인연은 5~6년을 넘어서고 있다. 나는 그를 만난 적이 없다. 우리는 오직 가상공간에서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하지만 각자가 쓴 책을 교환했으니 얼굴 보고 이야기 한 만큼 그가 친숙하다.
그의 글을 거의 대부분 정교하다. 국어 선생이라 그럴 수도 있고 박사 학위를 가지기 위해 논문을 쓰면서 다듬어진 기술일 수도 있다. 내 생각을 덧붙이자면 타고난 천성도 있으리라 생각해본다.
그는 이미 여러 권의 책을 썼다. 그가 쓴 책들을 모두 읽지는 않았지만 몇 권의 책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글쓰기에 대한 깊고 다양한 생각과, 삶의 공간인 학교 내부에 대한 관찰자 혹은 당사자의 태도를 너무나 정확하고 치밀하게 글로 옮긴 것이었다.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그는 나 보다는 젊은 나이다. 그럼에도 나는 늘 그에게 거대한 산의 느낌을 받는다. 오로지 그의 글로부터 받은 느낌이지만 만나서 이야기해보아도 같거나 더 거대할 듯싶다.
그가 보내 준 책을 3일 정도 걸려서 다 읽었다. 두고두고 읽어야겠지만 어설프게 일독은 마친 것이다. 책에 실린 그의 글은 총 4장 33개의 글로 이루어져 있다. 33개의 글을 읽으면서 느낀 소감을 몇 자로 적었는데 어쩌면 작가의 의도와는 다르게 읽혔을 수도 있음을 미리 밝혀둔다.
독후감이라 할 수도 있고 또 아닐 수도 있다.
제1장은 글을 써야만 하는 이유들에 대한 그의 생각을 총 10편의 글로 표현해 놓았다.(번호를 붙인 것은 나의 편리를 위함이며 실제 책에서는 번호가 없다. 그리고 실제 각 편 글의 제목도 내가 쓴 것과는 다르다. 여기에 쓴 짧은 제목 형식은 오직 나의 느낌을 표현한 것이다.)
1. 정치, 그리고 교사(교직)에 대한 논의
2. Ethnography(이어서 나올 글들에 대한 토대 혹은 준비)
3. 교사, 그리고 언어에 대한 생각
4. 교직관에 대한 비판
5. 쓰기와 짓기(이오덕 이야기를 중심으로)
6. 언어의 품질, 그리고 이면
7. 글쓰기를 방해하는 것
8. 학교, 글쓰기의 제국
9. 교육에 대한 정의
10. ‘Legal Mind’의 은유
제2장은 그가 생각하는 글쓰기의 방향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다.
1. 논문 쓰기를 통해 본 다시 글쓰기
2. 3인칭의 악마성
3. 왜곡과 축소의 글쓰기
4. 글쓰기의 뒷공간(심리, 그리고 감정의 조각들)
5. ‘우리’의 우리, ‘나’의 우리
6. 시궁창에 빠진 ‘주관’
7. 미궁의 교사 글쓰기 연수
8. 글쓰기의 진실과 학교 교육의 진실
9. 교사의 사유(학교 승진 시스템)
제3장은 그의 글쓰기에 대한 깊고 맑은 통찰이다.
1. 글쓰기에 대한 오해와 편견
2. 글쓰기에 대한 의견
3. 관점의 오류
4. SNS와 글쓰기
5. 달리기, 그리고 글쓰기
6. 호흡, 글쓰기의 맥박
7. 궁지의 글쓰기, 생기부
8. 글쓰기의 태도(양심 그리고 복종)
9. 일상 용어의 사용과 오류, 그리고……
제4장 그가 보고 있는 곳(나아가야 할 곳)에 대한 이야기
1. 책 읽기, 그리하여 글쓰기로
2. 글 읽기의 도구(책상과 의자)에 대한 사유
3. 교사와 교육적 글쓰기, 그리고 글
4. 표상으로서 언어와 그 힘
5. 전문적 연구자로 거듭나는 교사
써 놓고 보니 살짝 두렵다. 하지만 읽으면서 메모한 것이라 읽는 당시의 마음 그대로다. 어쩌면 이 책은 지금 2022년 대한민국에서 교사 글쓰기에 대한 상세한 보고서, 또는 설명서다. 교사가 아니면 쓸 수 없는, 교사이기 때문에 쓸 수 있는, 그러나 함부로 아무나 쓸 수 없는 탄탄하고 빛나는 책이다.
책을 쓴 정은균 샘께 다시 한번 감사와 존경의 인사를 올린다. 참 위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