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by 김준식

술에 대하여!(이 정부가 선거에 이기는 순간 이런 글을 쓰지 않기로 다짐했는데 그 결심이 요즘 점점 흔들린다.)


동양에서 술은 이중적 모습니다. 거의 모든 역사서와 공맹, 노장에서 술은 제어해야 하는 것으로 묘사되어 있는데 그 극단적인 예를 보자.


沈湎冒色 敢行暴虐(침면모색 감행폭학; 尙書注疏 周書) 술을 마시면 폭학의 지름길이라고 이야기한다. 沈湎은 사람이 술을 마시면 물에 잠기는 것처럼 얼굴빛을 변하게 하기 때문에 ‘沈湎’은 술을 즐기는 상태를 말한다.


《說文解字》에 의하면 “冒色은 酷(혹)인데 酷은 술의 농후한 맛이다.”라고 하였다. 술맛이 농후하면 반드시 嚴烈(엄렬; 강하고 격렬하다)한 법이니, 사람의 暴虐(폭학)함이 술의 嚴烈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이를 ‘酷’이라 부른다.


순자에는 이런 말도 있다.


正君漸於香酒 可讒而得也(정군점어향주 가참이득야) 바른 군주라도 향긋한 술맛에〈달콤한 말에〉 점점 빠진다면 마침내 모함하는 말이 귀에 들어갈 것입니다. 그야말로 술은 위정자들에게 악마 같은 존재다.


그런가 하면 문학적 묘사에서 술은 이상적인 음료로 묘사될 뿐 아니라 노장의 일파들은 술을 신선의 음료(마치 그리스 신화의 넥타르나 암브로시아처럼)로 묘사되기도 한다.


薄薄酒勝茶湯(박박주승다탕)

소식이 쓴 박박주(맛없는 술)라는 시의 처음에 맛없는 술이라 하더라도 다탕(차)보다는 낫다는 말이다. 소식은 맛없는 술이라 하더라도 차보다는 낫다고 이야기한 것은 술이야 말로 인간이 만들어 낸 최고의 음료라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한유는 그의 시 醉贈張秘書(취증장비서)에서 이렇게 읊는다.


술을 얻으려고 한 까닭은

글을 지을 적에 얼큰히 취하기 기다림이니,

술맛이 이미 차고 시원하며

술기운이 또 얼큰하여라.

性情이 점점 호탕해지니

웃는 소리 바야흐로 커지누나.

이는 진실로 술의 뜻 얻은 것이니

이 나머지는 한갓 잡되고 분분할 뿐이라오.


한유에 의하면 술은 좋은 시를 쓰고 읊는 근본적인 에너지로 생각한다. 그만큼 술은 문학을 하는 그들에게는 아름다운 음료였다.


자! 2022년 대한민국 교육부 장관에 음주(만취운전)가 문제 되는 사람이 임명되었다. 임면권자가 대통령이니 우리 같은 무지렁이가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다만 위에서 본 술에 대한 극단적인 두 모습 중에 교육부 장관은 어는 부분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하는 가는 지나가는 사람 100명 98명은 아는 사실일 텐데…… 이 정부는, 그리고 임면권자인 대통령은 무슨 배짱으로 이런 일을 감행한단 말인가!


덧! 그러고 보니 나는 완전 무지렁이 아니고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으로 말할 처지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