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력)함 그리고 자유, 초현실주의

by 김준식

1. 무료(력)함


일상의 공간 속에 가끔씩 찾아드는 이 알 수 없는 변종의 기괴한 감각은 우리에게 제법 익숙하거나 혹은 늘 낯설다. 물체의 바닥에서부터 그 상한선까지 그리고 감각의 기저로부터 기억의 정점까지에 모든 범위를 넘나드는 관찰과 논리가 이것에 의해 단 번에 무너지고, 동시에 3차원의 공간지각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글자 그대로 어떤 것에도 의식을 기울이지 못하는 상황이 되고 만다.


병렬적 감각의 타래들이 여러 개의 수직의 끈으로 복잡하게 얽히고설키는 인간의 감정에서 단순함이란 때로 미덕일 수 있다. 단순함은 무료(력)함을 방어하는 좋은 약이지만 그 약은 늘 무료(력)함의 치료 처방전에는 오르지 않는다. 오히려 복잡한 공리적 망상이 무료(력)함을 이기는 것이라 여기며 이것저것에 의식을 기울이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더욱 무료(력)함은 짙어지고 회복불능의 상태에 빠지고 만다.



2. 자유


직선의 곧은 모습이 자유롭지 않다고 하는 편견을 오래 유지하다 보니 이제는 직선이 부자유스럽다고 정의되어 버렸다. 자유로운 직선이란 모순처럼 받아들여지거나 혹은 그렇게 느껴진다.


곡선의 부드러움과 자유의 이미지를 교묘하게 연결한 음모의 저의를 알 수는 없지만 바름, 곧음, 간단함, 명료함, 예리함 등이 자유와 동떨어진 것이라고 믿게 하는 데는 성공한 듯싶다. 하지만 생각해보라! 앞의 단어들이 자유의 반대에 속하는 말이 아니라 완전한 자유 속에서 가능한 것들이다.


이를테면 명료함은 혼란으로부터의 자유로움이며 예리함은 둔감함으로부터 자유로움이다. 또 바름은 어지러움으로부터, 곧음은 무질서로부터 간담함은 복잡함으로부터의 완벽한 자유가 아닐까?


그런데 그 자유가 2022년 우리에게는 몹시 낯설다. 아니 자유로부터 오히려 멀어지고 싶다. 누군가 자유를 엉뚱하게 해석하고 거기다가 자유와 무관한 것들을 덕지덕지 붙여 그것이 자유라고 강변한다. 그리고 그런 것들이 별 저항 없이 수용되는 이상한 풍경을 우리는 보고 있다.


3. 초현실주의


미라보 다리 아래 센 강이 흐르고

우리의 사랑도 흐르는데

나는 기억해야 하는가

기쁨은 늘 괴로움 뒤에 온다는 것을


Wilhelm Apollinaris de Kostrowitzki라는 다소 기이한 본명을 가진 Guillaume Apollinaire(기욤 아폴리네르)의 유명한 시 '미라보 다리'의 일부분이다. 프랑스 파리 시내를 관통하는 센강(센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 수는 37개로 알려져 있다. 미라보 다리도 그중 하나다.


아폴리네에르는 시인으로서 처음으로 초현실주의(Surrealism)라는 말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처음에는 쉬르나튀랄리즘(超自然主義)이라는 말을 사용할까 고민하다가 그만두고 초현실주의라는 말을 사용하기로 한다. 이 초현실주의는 20세기 초 예술의 전 영역에 걸쳐 지대한 영향을 주었고 그중 시각예술, 특히 회화(미술)에 있어 매우 주목할만한 결과물을 창조해낸다.


그중 벨기에 출신의 르네 마그리트(René François Ghislain Magritte – 르네 프랑소와 쥐슬랑 마그리트)라는 초 현실주의 작가가 있다. 그의 작품은 논리적 역설로 가득하다. 뻔히 파이프를 그려 놓고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는 제목을 붙이는 식이다. 그가 이런 논리적 역설을 그림으로 표현한 바탕에는 20세기 서양철학의 흐름이 있다.


이미 20세기 초 ‘구상’을 버리고 ‘비구상’을 택한 Wassily Kandinsky를 시작으로 하는 추상미술이 전 유럽을 흔들었다. 이 추상예술의 바탕에는 마르틴 하이데거로부터 비롯된 해석학(엄밀하게 말하자면 실존철학의 한 갈래)적 시각이 깔려 있고 더 나아가 메를로 퐁티로 대표되는 “몸의 철학”이 예술에 반영된 것이었다.


초현실주의는 구상의 틀을 포기하지는 않으면서 실존철학과 해석학적 도구로 사용하고 동시에 20세기 심리학의 꽃으로 불리는 프로이트의 “꿈”의 심리학(정신 분석)을 그림으로 끌어들여 무의식이 주는 관념적 세계를 구상의 방법으로 표현하였던 것이다.


아폴리네르로부터 출발한 초 현실주의는 르네 마그리트에 이르러 프로이트와 융합하고 저 멀리 비 구상 예술의 철학적 바탕이었던 실존철학과 현상학을 끌어와 새롭고 기이한 예술세계를 형성하였던 것이다.


모리스 라벨은 스페인 혈통의 인상파 작곡가이다. 반 아카데미 풍이면서 동시에 흔히 초현실주의 작곡가로 분류되는 에릭 사티(프랑스 작곡가)와 가브리엘 포레의 강력한 영향으로 비정형 음악이 가지는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특히 그는 스위스계인 아버지의 혈통 답게 대단히 정교한 음악을 만들었다. 이고르 스트라빈스키는 이런 그를 빗대어 ‘스위스 시계 장인’이라고 불렀다. 이 음악 피아노 3중주 op.70-1 2악장은 그에게 대위법을 가르친 스승 André Gedalge(앙드레 제달주)에 헌정되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LN7Eojgx65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