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네이버에서 가져옴
삶에 일부분에 들이댄 불편한 돋보기로 생각했지만 결국 돋보기도 아닌 것으로 생각되는 이상한 영화 “헤어질 결심”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음)
비교적 간결한 등장인물과 사건, 경찰관과 살인사건, 그리고 피의자, 이민자(중국인) 그리고 시정잡배들. 어떤 방향으로 영화를 진행시킬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제목이 주는 방향, 이를테면 ‘헤어지다.’의 미래형 ‘헤어질’에서 오는 시간성이 겹쳐진 상황.
피의자 심문 장면에서 자주 시도되는 줌인(zoom in)과 핸드 헬드 카메라의 거슬림, 그리고 다중화면 겹침은 감독의 장치였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감독의 의도한 바가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그런 장면에서 관객을 영화 속으로 끌어들인 다음, 영화의 두 주인공인 피의자와 수사관에게 집중하게 만드는 효과가 확실히 있었다.
남편의 살해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인 중국 이민자 서래(탕웨이 분)와 그 사건을 담당한 형사 해준(박해일 분)의 관계는 사실 매우 비정상적이고 비현실적이다. 말 그대로 영화적 설정이다. 하지만 그 설정이 주는 은유는 영화가 끝난 뒤에도 옷에 밴 담배 냄새처럼 남아 있다.
모호하지만 몇 개의 장치들이 그나마 영화 속에서 길을 잃지 않게 한다.
불면증의 형사는 상당한 旣視感이 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최소한 주인공 해준은 우리가 보아왔던 이전의 불면증 형사 혹은 탐정들처럼 사건을 집요하게 파고들 것이라는 관객의 기대감을 감독은 여지없이 뭉게 버린다. 그저 기질적으로 잠을 잘 자지 못하는 형사였을 뿐이었다. 어쩌다 보여주는 형사의 특별한 치밀함도 감독의 영화적 서사와는 관계없는 작은 장치였을 뿐이다.
기타 몇 개의 장치들과 서래와 첫 번째 남편 기도수(유승목 분)의 집 내부의 미장센은 결국 영화적 결말과 무관한 장치였다. 이 조차도 감독의 의도였을까? 그렇다면 뭔가 다른 해석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짐 자무쉬의 흑백 영화 ‘천국보다 낯선’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살인범이라는 것을 확신했을 때 이미 수사는 종결되었고 남은 것은 형사 해준과 피의자 서래의 희미하고도 어색한 그러나 피할 수 없는 연애 감정이었다.
연애 감정을 위해 사용한 몇 개의 장치들… 볶음밥, 빗 속의 데이트는 덜 익은 과일처럼 향기도 달콤함도 없었지만 서래와 해준의 덤덤한 관계를 유지해나갈 만큼의 에너지를 비축하는 것처럼 보였다.
두 번째 남편이 죽으면서 영화는 급작스럽게 비밀스럽고 이상한 분위기로 전환된다. 다시 피의자와 형사로 만난 두 사람의 재회가 나는 몹시 어색하고 싫었다. 그런데 감독은 두 번째 남편도 죽여버린다. 도대체 어쩌자는 것인가! 영화 속에서 ‘겹침’은 화면에만 있지 않고, 사건에도 심문에도 심지어 영화 속 사람들의 일상도 겹쳐진다. 색채는 겹쳐지면 질수록 어두워진다. 감독은 영화 후반부에서 작정하고 여러 모호한 이미지와 색채를 겹쳐 어두움 쪽으로 방향을 틀고 두 주인공을 몰아간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두 주인공의 어둠은 관객을 설득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여자 주인공의 옷차림을 영화적 시퀀스로 사용하려는 감독의 의도는 대체로 성공했다. 두 번째 남편의 죽음 장면에서 녹색 드레스도 강렬했고 더불어 여자 주인공의 머리 스타일과 메이크업, 그리고 전체적인 옷 질감의 변화는 영화적 미장센으로 효과를 거두었다고 생각한다.
영화 전반부의 산과 후반부의 바다에 대한 대비는 꽤 흥미로웠지만 사건이 장면에 녹아든 전반부의 산에 비해서는 후반부의 바다는 영화적 종결을 위한 의도적 개입의 느낌을 지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