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한시집 제목, 달생!

by 김준식

2023년 한시집 제목, 달생


요즘 세상에 한시에 대한 애정을 가진 사람은 별로 없다. 한글로 된 우리 시도 잘 읽히지 않는 상황에서 한자로 된, 그리고 엄격한 율격을 가진 시가 읽힐 리 만무하다. 사실 지금의 정서와는 동떨어진 문학 형태가 분명하다. 한시를 읽지도 않는데 어찌하다 보니 언감생심 한시를 짓게 되었다. 엄격하게 율격을 지켜 짓기도 하고 가끔은 무시하고 각운만 겨우 맞출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런 사정은 나 외에는 아무에게도 중요하지 않다.


우리에게 유명한 오래된 중국의 시인들, 또 우리나라의 시인들이 지은 한시는 학교에서 배운 적도 있다. 그렇게 중,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한시는 먼 이야기가 되었고, 특별히 대학에서 전공을 하는 경우 외에는 그렇게 우리의 기억 속에서 거의 사라져 가는 것 것들 중 하나가 한시다.


내가 왜 한시를 쓰게 되었는가를 이야기하지는 않겠다. 복잡하고 참담한 나의 어린 시절을 밝혀야 하는 부담감도 있지만 대부분은 내가 한시를 쓰든 말든 아무 관계도 없고, 더불어 내 삶에서 한시를 쓰게 된 동기에 사람들이 무슨 관심이 있겠는가!


다만, 스스로는 십 수년 동안 한시를 지으면서 아주 조금씩 整齊되어 가는 정신과 태도를 발견한다. 험한 세상에 그나마 사람으로 살아 있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 정도의 의미, 즉 한시 쓰기는 나에게 있어 일종의 자가치료이거나 현상유지의 방법인 셈이다.


2023년에는 《장자》 제19편 ‘達生’을 제목으로 삼았다. ‘달생’ 처음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生之來 不能却 其去 不能止” 즉, 생명이 찾아오면 물리칠 수 없고, 그것이(생명) 가는 것도 멈추지 못한다. 우리의 존재에 대한 《장자》적 통찰이다. 이런 이야기는 《장자》 전체에 자주 등장하는데 이를테면 ‘양생주’ 편에 보이는 “安時而處順”(그때- 태어날 때-를 편안히 하고 처할 때- 죽을 때-를 순조롭게)과 비슷한 삶의 태도이다. 또 2022년 한시집 제목이었던 ‘선성’ 편의 “其來不可圉 其去不可止”(그것이 와도 막을 수 없고 그것이 가도 멈출 수 없다)와도 비슷하다.


그렇다고 내가 이 경지에 이른 것은 절대 아니다. 사실 ‘달생’ 전체를 읽어보면 글 내용이 오락가락한다. 뭐 이렇다 할 뚜렷한 방향을 제시하지는 못하고 이래도 문제, 저래도 문제라는 생각이 얼핏 들기도 한다. 하기야 그것이 세상의 참모습일지도 모른다. 그저 ‘달생’이라는 단어가 왠지 좀 있어 보여서 2023년 제목으로 삼는다.

11월부터 새롭게 한시를 지어 볼 예정이다.